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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Sep 21. 2020

할 수 있다?

할 수 없어도 괜찮다

사람들은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말한다.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회사에서도 말한다. “할 수 있어. 일단 해봐.” 도전을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도 “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한다. 이젠 나이 먹어서 못한다는 부모님의 말에도 자식들은 “왜 못해? 나이 먹어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한다. ‘할 수 있다’는 말은 큰 힘이 된다. 자신감도 업시켜준다. ‘한번 해볼까?’란 마음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때로는 참 부담스럽다. 난 자신이 없는데 넌 자꾸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는 건 ‘나’인데. ‘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거면서. 할 수 있다는 말은 자꾸 들으면 왠지 못하면 안 될 것만 같다. 중간에 포기도 못하겠다. 의지가 약해져도 절대 약해진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다. 주변의 실망하는 모습 혹은 비난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할 수 없다고 하면 왠지 겁쟁이라도 되는 듯하다.      


가끔은 할 수 있다는 말보다 “할 수 없어도 괜찮아”, “못 해도 상관없어” 란 말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오히려 이 말이 할 수 있다는 말보다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겐 분명 힘들거나 더 이상 원하지 않으면 아무때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피로사회>에서 저자 한병철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고 하지 않을 힘은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 과잉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또한 활동 과잉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형태의 행위로서 어떤 자유로운 행동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는다고 했다.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하지 않을 힘도 필요하다. ‘할 수 있다’는 말은 때론 응원이 아닌 또 하나의 구속, 보이지 않는 강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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