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by 김자옥

우리는 ‘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 그 사람 알아’, ‘그 책 알아’, ‘거기 알아’라고. 안다는 것은 얼마큼을 의미하는 걸까. 얼마큼을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을 예로 들면 얼굴을 알고 이름을 알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만나보고 대화를 나눠봐야 안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것도 아니면 속 깊은 얘기까지 나누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 알고 있어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럼 책은? 한번 읽은 책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읽고 다 이해를 해야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알면 아는 거지.


엄마는 종종 아빠에게 “내가 당신 속을 모를까 봐?”라고 했다. 아빠는 그럴 때마다 억울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기에도 엄마는 아빠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넘겨짚을 뿐인 듯 보였다. 엄마는 나에게도 “내가 너를 몰라? 너는 엄마 손바닥 안이지.”라며 진짜 내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기라도 하듯 말했다. 그렇지만 엄마는 내 마음을 몰랐다.


나는 남편의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대화 도중 갑자기 말이 없어질 때가 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것 말고는 다른 표정들도 사라진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뭐 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구나.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내 기분도 한순간에 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그건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한데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때의 표정이었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나의 어떤 표정을 보고는 “삐졌지?”라고 물었다. 나는 전혀 아니었고 아니라고 답했지만 남편은 계속 “삐졌는데 뭘. 내가 모를 거 같애?”라고 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가끔 상사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라며 내 말을 끊고는 여전히 자기 할 말만 계속했다. 나는 생각했다. 안다고? 나 말 다 안 했는데?

또 어느 때는 전혀 내 감정을 모를 것 같은 친구가 “나 그 감정 뭔지 알아”라며 불쑥 내 말에 끼어들어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들어보면 그 감정은 내가 말하려던 감정과는 달랐다.



혜민 스님은 뭔가를 혹은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리감이 생기고 선입견이 생긴다고 했다. 안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신비롭지 않고 시선이 가지 않기 때문에 나로부터 분리가 되고 선입견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상대방을 잘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했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말은 건성으로 듣게 되고, 표정이나 몸짓을 더 이상 살피지 않게 된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분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책도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이 있고 전과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장면 하나하나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영화도 다시 보면 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장면이 크게 보일 때가 있고 몰랐던 등장인물의 표정이 보일 때가 있다. 때로는 느낌마저 새롭다.

audrey-hepburn-519382_640.jpg


매일 보는 상대라도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대해보면 어떨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느 때 표정이 달라지는지, 어떤 말에 특별히 반응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번 바라봐 보면 어떨까.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늘 하던 일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실수가 생긴다. 사람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멀어지기 시작한다. 호기심을 놓지 말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