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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21. 2019

나는 왜 나냐고? 그럼 너는 왜 너니?

‘삼시세끼’라는 TV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벗어나 한가한 시골 동네 풍경을 보는 것도 좋고, 특별할 것만 같은 톱스타들이 작디작은 집에서 보통사람들과 별다를 것 없이 지내는 모습도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이번 편은 배우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 함께 했다. 지금까지는 전부 남자들의 조합이었는데 여자들의 조합은 어떨지 더 기대가 되었다.

본격적인 시골 생활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사전 모임이 있었다. 이때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시골집 옆에 닭장도 있으니 계란을 꺼내 먹어도 된다고 했다. 다들 반기는 가운데 박소담만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박소담은 조심스럽게 조류 공포증이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먹을 수는 있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물음에 먹을 수는 있는데 닭이나 비둘기의 깃털이 무섭다고 했다. 이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내게는 좀 인상적이었다. 아무도 박소담에게 “그게 왜?”라고 묻지 않았다. 염정아는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며 그럴 수도 있다고 바로 받아들였다. 윤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중에 닭장에 들어갈 일이 생겼을 때도 두 사람은 박소담에게 집에서 쉬고 있으라며 먼저 배려를 해주었다. 



주변에서 누군가 “난 이게 무서워” 혹은 “난 이게 싫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게 왜?”라며 설명을 요구한다. 설명이 필요한 일인가 싶다. 싫다는데, 무섭다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 걸까. 이 순간마저도 사람들은 판단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게 도대체 왜 싫다는 걸까 하면서. 이게 판단과 이해까지 나설 일인가 싶다. 그냥 받아들이면 될 일을.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아지가 무섭다. 또 이유를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 그 귀여운 강아지가 왜?"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금방이라도 나를 물것만 같다. 그리고 촉감이 싫다. 보기에는 예쁘고 풍성한 털로 덮여있어 마치 인형처럼 폭신할 것 같지만 막상 만지면 느껴지는 앙상한 뼈의 그 촉감이 싫다.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싫다. 이렇게까지 설명을 해도 또 "그러니까 그게 왜 싫으냐고"라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더 이상은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몸이 그냥 그렇게 반응한다. 



학창 시절 냉면을 못 먹는다는 친구, 냄새가 싫다며 오이를 골라내는 친구, 당근이 싫다는 친구, 회를 싫어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때 그랬다. “아니 왜? 이 맛있는걸?” 하면서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고 싫다는 걸 굳이 한 번만 먹어 보라고도했다. 얼마나 곤혹스러웠을까 싶다. 늦었지만 반성한다. 


왜 싫어하는지, 왜 무서워하는지, 왜 못 먹는지 따져 묻는 건 왜 너는 너냐고 묻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걸 포함한 게 나인데, 내가 나인 이유가 필요한 걸까?


서로 왜냐고 묻지 말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안 될까. 

존중하고 배려해주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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