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말고 성취 욕구

by 김자옥

관리자의 가장 큰 역할을 통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조직은 관리자는 의사결정을 하고 직원은 관리자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들은 직원들의 이견은 잡음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통제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언제나 일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성과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직원은 이렇다. 일하기를 싫어한다. 틈만 나면 놀 궁리만 한다. 그래서 감시가 필요하다. 한시도 눈을 떼면 안된다. 일을 하나하나 시키지 않으면 알아서 하는 법이 없다. 도무지 발전할 생각을 안 한다. 공부를 안 한다. 생각이 짧거나 없다. 대충 일하고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주는 월급이 아깝다.


한 직장인 모임 카페에 질문이 하나 올라왔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상사가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힐끔힐끔 제 모니터를 봐요. 어떤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하기도 해요. 업무랑 조금이라도 상관이 없는 거다 싶으면 갑자기 와서 말을 걸어요. 너무 신경이 쓰이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예전의 한 상사도 그랬다. 내 뒤를 지나갈 때면 늘 시선이 느껴졌다. 단순히 느낌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다른 직원 자리를 지나가면서도 정확히 모니터 쪽으로 머리를 돌렸고 어느 때는 가까이 가서 확인도 했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 글에 재밌는 댓글이 달렸다. 자리에 거울을 놓아 두란다. 거울을 놓아두면 상사가 내 자리를 힐끔 쳐다볼 때마다 거울 상으로 나와 눈이 마주쳐 무안해서라도 더는 감시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원글 작성자의 댓글도 재밌다.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못했단다. 그러면서 이번엔 꼭 해봐야겠다고 했다. 도대체 이런 신경전이 왜 필요한 걸까? 뭘 그렇게 못 믿는 걸까? 정말로 본인의 주업무를 직원을 감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 회사에서는 하라는 것도 하지 말라는 것도 많았다. 카톡을 하지 마라, 업무 외의 인터넷 사용을 자제해라, 근무 중 잡담을 하지 마라, 업무 일지를 써라, 업무 현황을 작성해라, 등등. 모든 걸 차단하고 틀에 가둬 놓고 일일이 지시하고 압박하면 성과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참 어리석다. 이런 압박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이는 곧 성과로 나타난다. 결과물의 양은 늘어날지 몰라도 질은 확실히 떨어진다.


인간의 어떤 욕구가 동기를 부여시키는가에 대해 연구한 몇 가지 욕구이론이 있다. 매슬로우(Maslow) 욕구단계설은 인간의 기본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이며 하위 단계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봤다. 마지막 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는 구체적으로 도전적 과업, 창의성 개발, 잠재력 발휘, 임파워먼트를 말한다. 알더퍼(Alderfer)의 ERG이론은 인간의 욕구를 생존 욕구, 관계 욕구, 성장 욕구로 나누고, 욕구가 하급 단계로부터 상급 단계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도 이행한다고 주장한다. 맥클리랜드(Meclelland)의 성취욕구이론은 인간의 욕구는 성취 욕구, 권력 욕구, 친교 욕구로 구분되고 그 중 성취욕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겐 기본적으로 성장 욕구 혹은 성취 욕구가 있다.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더 발전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열광의 조건>에서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정성' '성취감' '동료애'이며, 이 세 가지는 동기 부여의 결정적 요인이자 조직원을 열광시키는 핵심 조건이라고 했다.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통제와 압박이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동기 부여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을 믿고 맡겨주고 잘하면 잘한 만큼 인정해주면 된다. 그러면 스스로 더 잘하려 한다. 이 쉬운 걸 못해서 그 어려운 통제를 택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피플웨어 3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활동적으로 움직여라 명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세심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 다그치면 당장은 생산성이 오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 자신의 의욕이 부족해 상사로부터 ‘보충’받아야만 한다는 느낌만큼 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없다.” 직원은 늘 부족하고, 자제력이 없어 통제의 대상이며, 채찍질을 가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창의성, 독창성, 자발성을 논하는 것은 아이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면서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team-386673_64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믿음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