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에서 창의적인 인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기업들은 창의적인 인재를 골라 내기 위해 보다 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만들어내고 면접에서는 점점 더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던져 지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공들여 뽑아 놓은 창의적인 인재의 창의성은 회사 생활이 거듭되면 거듭될 수록 그 빛을 잃는다. 회사 생활이 오래될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는 회사가 좋아할 만하고, 다수가 고개 끄덕일 만한 아이디어만 낸다.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중 큰 이유는 회사에 대한 불신이다. 의견을 내도 상사가 자체적으로 걸러낼 거라는, 아무리 참신한 의견이라도 회사 입장에서 수고스러운 일이라면 수용하지 않을 거라는, 게다가 비용마저 들어간다면 들어주는 척은 해도 실제로 반영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자리잡으면 더 이상 의견을 내려 하지 않는다. 또, 회의 때는 좋은 의견이라고 해놓고 결국에 가서는 임원진이 원하던 방향으로 결정되거나, 때로는 아예 의견조차 묻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점점 의견조차 사라진다. 어차피 내 의견 따위는 전혀 중요치도 혹은 애초에 필요치도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생각’이란 걸 하지 않게 된다. ‘창의’하고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대신 그만큼 불만만 쌓여간다. 불만이라도 가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만조차 없는 경우는 최악이다. 이 경우는 회사에 아무런 애착도 관심도 없는 경우이다.
전 회사에서는 종종 실무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실무자와 상의 없이 임원진이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견을 묻는 일도 드물었지만 묻는다 해도 “앞으로 이렇게 할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도였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직원들에게는 질문보다는 거의 통보에 가깝게 느껴졌다. 임원진들이 내놓는 의견은 대체로 실무자가 일하기에 편한 쪽은 아니었다. 보통은 본인들이 보기 편한 방법이거나, 혹은 고객사에게 친절과 성의를 표하는 뜻에서 결정한 방침이라고 했지만 핵심 가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고객사의 입장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간혹 누군가 용기 내어 그건 좀 비효율적이다 혹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면 안색부터 안 좋아졌다. 그래도 애써 의견을 끝까지 듣는가 싶었지만 결국에는 우선 해보고 다시 얘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 말 속에서는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냐는 약간의 비난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편의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무언의 무시와 강압을 느낄 수 있었다.
<Alive at Work>에서 다니엘M.케이블은 직원의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할 것을 강조했다. 모든 직원들은 생물학적인 탐색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시스템의 활성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로 영국의 한 식료품 배달 회사를 들었다. 이 회사는 아침마다 100만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우유와 빵을 배달해야 했는데 배달하는 트럭 운전사들과 관리자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트럭 운전사들은 관리자들을 적대시하고 불신했고, 관리자들은 트럭 운전사들은 무시하고 그들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 이는 수익에 영향을 주었다. 변화가 필요하다 여긴 회사는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여러 상황을 살펴본 컨설팅 팀은 배송 현황을 보고하는 회의 방식부터 바꾸기를 권했다. 관리자가 운전사의 업무를 평가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방적인 회의 대신 운전사들에게 “최고의 배달 서비스를 하도록 어떻게 도와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했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별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문이 반복되자 몇몇이 제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의견들이었지만 점차 이런 사소한 의견들이 받아들여지고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운전사들은 그동안 마음 속에만 갖고 있던 개선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했고 회사는 크게 발전했다. 종종 리더나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그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때가 있다. 직원들의 가치보다는 그들이 내놓은 결과만을 본다. 결과가 좋지 못할수록 평가에 더 집중한다. 그들을 어떻게 도와줘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까 란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평가보다는 직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업무에 있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더 관심을 두고 직접 물을 때 직원들은 탐색 시스템을 가동한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믿음이 생기면, 더욱이 내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직원들은 더 창의성을 발휘한다.
“창의적이고 동기부여가 높은 이들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건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과거의 전쟁이다. 리더인 당신은 거기서 더 나아가 직원들의 탐색 시스템을 활성화해 내적 동기부여와 창의성에 불을 붙여야 한다.” 다니엘M.케이블의 말이다. 창의적인 인재의 창의성을 계속해서 유지하길 원한다면 끊임없이 그들에게 “어떻게 도와줄까요?”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