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by 김자옥

항상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입만 열면 이게 못마땅하네 저게 잘못됐네, 라며 회사 정책이나 팀장의 결정을 비난한다. 잘 들어보면 맘에 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다 자기만 못하다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이 내논 아이디어는 다 깎아내리면서 문제점을 기어코 찾아낸다. “그럼 이 부분은 어떡할 거야?”라며 대수롭지 않은 문제도 크게 부각시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이건 좀 이상하지 않아?”라며 동조를 얻는다. 별 생각 없던 사람까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저절로 상사나 회사에 불만을 갖게 한다. 그리고는 혼자 무지한 사람들 일깨워준 것처럼 뿌듯해 한다. “너네 나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도 못했을 거 아냐”라는 식이다.



프로불편러’라는 말이 있다. 매사 예민하고 별것도 아닌 일에도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서 논쟁을 부추기는 유난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이 바로 회사의 프로불편러들이다. 근데 이 프로불편러들의 공통된 특징은 정작 앞에서는 얘기를 잘 못한다는 거다. 상부로부터 “이건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어때?”라는 말을 들으면 특별히 자기 의견을 말하는 법이 없다. 그저 그 앞에서는 알았다고 한다.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아주 소극적이다. 봐서 반응이 좋지 않다 싶으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혹시라도 강하게 반대의견을 냈다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미리부터 경계를 하고 방어를 한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주변 동료들에게 불만과 비난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더 얘기하려다 참았어.”이다. 왜 참지? 라는 생각이 든다. 못할 말도 아니고 사적인 얘기도 아닌데 왜 참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분명 상사는 ‘어때?’ 라고 의견을 물었는데 왜 말을 못하고 여기서 이러나 싶다. 내 공감을 얻으려는 표정이 역력하다. 뭔가 내 반응이 못내 아쉽다 싶으면 다른 곳에 가서 또 불만을 쏟아낸다. 이 때는 나한테 얘기했는데 이해를 못한다는 내 뒷담화도 포함된다.


이런 프로불편러가 팀에 한 명 있으면 그 팀 전체가 프로불편러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이다. 특히 직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파급 효과는 매우 빠르다. 모였다 하면 상사를 헐뜯고 다른 팀을 깎아내리고 심지어는 자리에 없는 같은 팀원의 험담도 한다. 팀 전체가 부정에너지로 가득 찬다. 이런 팀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서로 간의 신뢰도 없고 각자 나름의 이불리만 생각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로 두 차례 오스카상을 받은 픽사의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이런 이들을 ‘수동적이면서 공격적인 사람들(Passive-aggressive people)’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동적이면서 공격적인 사람들, 즉 그룹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절대 드러내지 않다가 뒤에서 투덜거리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독(毒)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찾아낼 수 있죠. 우리는 그런 사람이 발견되면 즉시 내보냅니다.” 맥킨지 쿼털리 2008년 4월호에 실린 내용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처사가 냉정하고 가혹해 보일지 몰라도 팀을 위해서는 이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프로불편러들은 아주 큰 깨달음이 있지 않는 한 좀처럼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류의 사람이 팀에 있다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팀 전체가 물들기 쉽다. 앞에서는 조용하고 뒤에서 투덜거리는 것은 앞에서 시끄러운 것보다 훨씬 못한 성과로 이어진다. 당장 불편하고 껄끄럽더라도 앞에서 얘기하고 깨끗이 정리하고 뒤돌아서 조용히 일에 집중하는 것이 팀 전체를 봤을 때 몇 배는 더 효율적이다. 앞에서 못할 말이면 뒤에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당당히 말할 용기가 없다면 불만도 갖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겠지만 사실 의견을 말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스스로 망설이고 이것저것 계산을 하느라 놓쳤을 뿐이다. 본인은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무능하고 팀에서도 쓸모 없는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정작 팀에서 제일 먼저 없어져야 할 사람은 바로 프로불편러, 브래드 버드가 말하는 Passive-aggressive people인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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