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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21. 2020

꼭 필요한 고집인가?

나이 들수록 느는 것 중 하나가 고집이다. 내 생각만 옳고 내 판단만 맞다 한다. 다른 사람 의견은 듣지 않는다.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다 쓸데없는 얘기라고 한다. 행동 방식도 그렇다. 내가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낫다 생각한다. 새롭고 편한 방법을 알려줘도 늘 하던 대로 하겠다고 한다. 해보지도 않고 말이다.     

 

주변에서는 종종 고집불통 어른들을 볼 수 있다. 맨날 아프다면서 병원은 또 안 가겠다고 한다. 병원 한번 안 가고도 여태까지 잘 살았다는 게 이유다. 자식들은 속을 썩는다. 병원 한번 모시고 가려면 며칠 전부터 작전을 짜야한다. 살살 구슬려 보기도 한다. 이게 그럴 일인가 싶다. 어떤 이는 오래된 물건을 전부 쌓아놓고 산다. 이런 거 이제 쓰지도 못하니 버리라고 해도 왜 못 쓰냐며 다 쓸데가 있다고 한다. 더 편하고 좋은 걸 사줘도 굳이 오래된 걸 꺼내 쓴다. 상사 중에는 꼭 자기가 하던 방법만 고수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프로그램이 나와도 기계보다 사람이 낫다며 끝까지 거부한다. 혼자만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해서 정보 공유도 어렵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공유받으려면 아쉬운 소리를 하게 만든다. 또 쉽게 주지도 않는다. 받으면서도 이게 무슨 일급비밀 서류나 되나 싶다.  

    


예전에는 100프로 옳다 싶던 생각도 나이를 먹다 보면 아니다 싶은 경우가 있다. 때로는 어려서 뭘 몰랐구나 싶은 때도 있다. 공부를 더 하다 보면 그때 내 지식이 굉장히 짧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내 생각과 발언들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또 살다 보면 반대 입장이 되는 때도 있다. 이런 경우는 내가 했던 말이 화살이 되어 나에게 꽂히기도 한다. 이런 땐 가치관이나 신념도 바뀐다. 또, 예전엔 당연하던 것이 요즘 세대들에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애들은’ 이란 말로 그들을 폄하할 수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이렇게 가치관도 세대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전 사고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이해해보려는 노력 대신 자신의 생각만 옳다 한다. 그런 사람들의 결말은 뻔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힘들다. 나와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이 맞다며 내가 중요시 여기는 걸 그들에게도 강요하는 건 스스로 기피 대상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근데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주변 사람들은 물론 본인까지 힘들게 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내 존재가 사라질까 두려워서다. 새로운 것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능력 있는 어린 친구들도 계속해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내 경험, 내 능력은 점점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 간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용기나 부지런함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크게 부각시킬 수밖에. 어찌 됐든 옛날 내 방식이 훨씬 낫다며. 둘째, 내가 갖고 있는 것이 그게 전부라서다. 지금까지 버텨온 건 자신의 성실함과 근검절약뿐이라 여기는 사람은 그걸 놓기가 쉽지 않다. 시대가 바뀌든 상황이 바뀌든 어쨌거나 돈은 안 쓰는 게 맞고, 뭘 하나 시작하면 성실함 하나로 버텨야 한다 생각한다. 타협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창 잘 나가던 때의 노하우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사람은 잘 나가던 때 이후에는 별로 노력한 것도 쌓아놓은 경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옛날 방식만 얘기하고 고집한다. 학창 시절 공부한 것 말고는 달리 공부라고 할 만한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끔 대학 때 배운 지식으로 평생을 우려먹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 역시 자신이 배운 것만 옳다 생각한다. 그 밖의 것은 생각할 수가 없다. 그게 언제 적 지식인데.     


고집은 어느 땐 성공의 비결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땐 고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고집만 부리다간 주변 사람 다 떠나고 혼자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고집을 부릴 땐 내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려야 하는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뭐래도 어떤 유혹이 와도 부려야 할 고집이라면 즉 나를 성장시키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고집은 고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뭔가 두려워서라면 또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라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도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고집을 버리는 대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그들이 말하는 건 뭔지. 내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내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어떤 건지. 또 좀 더 용기 내서 새로운 방식에도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막상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나,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진작 이렇게 할 걸, 이라고 할 수도 있다. 

© vidarnm,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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