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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26. 2020

손주와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

어린 친구들은 대체로 어른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꺼린다.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 큰 성인들도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어른하고는 이야기 나누는 걸 내심 반기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 왜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되는 걸까. 우선 어른들은 남의 말, 특히 자신보다 어린 사람의 말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나 부모들은 아이들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소위 윗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아랫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체로 다 아는 얘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라 생각해서다. 가끔은 집중만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대놓고 딴청을 피우기도 한다. 그럴 때면 기분이 상하다 못해 무시당한 것 같아 분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건 꼭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네가 말하는 것쯤은 난 이미 다 알고 있으며, 이미 다 겪어본 거라는 듯이 상대방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물론 리액션도 없다. 그들이 관심 있어하는 건 오로지 자신이 상대방보다 나아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른들은 항상 교훈과 가르침을 주고 싶어 한다. 마치 그게 사명이라도 되는 듯이. 자신의 경험담, 살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반드시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고 장황하다. 때로는 했던 말이라는 걸 잊은 건지, 알고는 있지만 그만큼 더 강조를 하고 싶은 건지 무한 반복할 때도 있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가끔은 아닐 때도 있다) 계속 듣다 보면 머리가 좀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다음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에서 저자 이민규가 말한 ‘마음을 닫게 하는 대화 비결 10계명’이다.   

1.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2. 상대방이 말을 끝내기 전에 도중에 끼어든다. 

3. 상대가 거부감을 느끼는 주제를 찾아 화제로 삼는다. 

4. 맞장구 대신 엇장구를 쳐서 대화에 김을 뺀다.

5.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미 했던 얘기를 되묻는다. 

6. 무슨 말이든 무관심하고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다. 

7. 쳐다보거나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웃지도 않는다. 

8. 딴전을 피우고 다리를 떨거나 하품을 한다. 

9. 말하는 사람 대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다. 

10. 내 말은 옳고, 상대가 틀렸음을 기를 쓰고 증명한다. 

    

크게 공감했다. 정말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닫게 한다. 대화 도중 끊임없이 핸드폰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눈치를 주거나 때로는 핸드폰 좀 그만 보라고 직접 얘기를 해도 '듣고 있어. 얘기해'라며 여전히 핸드폰만 쳐다본다. 그게 왜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건지 전혀 모른다. 한창 말하고 있는데 “밥이나 먹어”, “이거나 해”라며 말을 자르는 사람도 있다. 이건 특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한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혹은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아니, 그건 네 생각이지”, “아니, 잘못 생각한 거야” 말할 맛을 떨어뜨린다. 절로 입을 닫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은 자기 얘기로 돌아가는 사람 역시 같이 대화 나누고 싶지 않다. 이제 내 얘기 좀 하나 싶었는데 내 얘기는 몇 마디 듣지도 않고 ‘근데 나는...’이라며 자연스럽게 또 자기 얘기로 돌아간다. 대단한 기술이다.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을 찾는 일은 드물다. 찾는다 해도 그건 거의 도리상이나 의무감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사람은 외롭다. 외롭다 보니 어쩌다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마구 쏟아낸다. 그럼 또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나이 먹을수록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릴 때야 만남 자체가 즐거워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의미 없고 재미없는 만남은 줄여나간다. 나와 나누는 대화가 즐겁지 않다면 나는 만남의 대상에서 서서히 제외가 된다. 자연스럽게 혼자가 된다. 물론 혼자가 되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남의 말은 하찮게 여기고 자기 말만 하면 된다. 근데 자기 말만 하는 것도 누군가는 옆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랬다간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난 나이 먹어서도 자식뿐만 아니라 손주와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나와 나누는 대화가 즐거워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 꿈이다.  

© healing_photographe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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