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는 억대 몸값을 주고 새로운 사람을 잘 데려왔다. 때로는 없는 직함까지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디 어디 출신이니 영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혹은 화려한 경력에 혹해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우리 회사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대외 홍보용 채용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 막상 같이 일해보니 소문처럼 갖고 있는 거래처가 많지도 않았고 영업적 수완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또, 경력에 비해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경우 직원들은 바로 뒷조사에 들어갔다. 동종 업계에서는 몇 다리만 걸쳐도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다. 일을 못한다, 갑질이 장난 아니다, 때로는 되도록 엮이지 말라는 충고까지 듣는다. 이렇게 앉은자리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어째서 회사는 얻지 못하는 걸까. 왜 이렇게 회사는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걸까.
이런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번 하던 말이 있었다. ‘회사가 적자다. 절약해야 한다.’, ‘전기를 아껴라’, ‘비품을 아껴라’, ‘경비를 아껴라’. 절약, 중요하다.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켜 두는 형광등, 냉난방기 등 조금만 신경 쓰면 아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냥 버려지는 돈이니 회사가 절약을 강조하는 건 당연하다. 충분히 이해했고 열심히 협조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회사가 적자인 게 직원들이 전기를 아끼지 않고, 종이를 낭비해서일까? 회사가 흑자가 되려면 비품을 도대체 얼마나 아껴 써야 하는 걸까?
실용성은 좀 떨어져도 예쁘고 무엇보다 있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가의 명품을 덜컥 지를 때가 있다. 그러고선 뒤늦게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한다. 있어 보이려 산 명품인데 그다지 있어 보여야 할 일이 많지 않다. 실용적이지도 않아 잘 쓰지도 않는다. 집 어딘가에 고이고이 모셔둔다. 빛을 볼 날이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다. 그에 반해 카드값은 매달 꼬박꼬박 나간다. 어디서든 아껴야 한다. 이리저리 궁리해 봤자 아낄 데라곤 점심값, 커피값, 군것질 값뿐이다. 점심값은 최대한 아끼고, 그 좋아하는 커피랑 군것질도 끊는다. 필요한 티 한 장을 사면서도 살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렇게 아끼고 아꼈지만 한 달 후 카드값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럼 또 뭘 더 줄일까 고민해 본다. 그렇지만 답이 없다.
카드값에 허덕이는 게 커피 때문일까 명품 때문일까. 명품만 아니었어도 커피 따위 고민 없이 맘껏 마실 수 있었다. 그것도 맛있는 집 찾아서 고급으로다가. 애초에 잘 쓰지도 않는 명품을 덜컥 산 것이 잘못이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적자를 피하려면 불필요한 인원에게 쓰는 과한 인건비부터 경계해야 한다. 어디 어디 출신이란 화려한 스펙과 떠도는 소문만으로 명품 들이 듯 덜컥 들이면 그다음은 답이 없다. 전기세 아무리 아껴도 티도 안 난다. 직원들에게 절약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가 허튼 돈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 커피값이 중요한 게 아니 듯 전기세가 중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