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책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걸어가던 한 아주머니와 자전거를 타고 오던 한 아저씨가 가던 길을 멈추고 말다툼을 했다. 아저씨는 자전거 다니는데 불편하게 왜 이 길로 걷냐고 했고, 아주머니는 이 길은 보행자도 다닐 수 있는 길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했다. 아저씨는 저쪽 길도 있는데 왜 이 길로 다니냐며 더 큰 소리를 냈다. 어디서부터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언성을 높이고 얼굴엔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주머니도 이에 뒤지진 않았다. 이 길이 왜 자전거만 다녀야 하냐며 따져 물었다. 아저씨는 대답 대신 듣기 거북한 욕설을 쏟아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하나둘 걸음을 멈췄다. 그래서 그런지 아저씨 목소리는 더 커졌다. 보다 못한 지나가던 한 사람이 아저씨에게 한마디 했다. “아저씨, 여기 자전거 전용도로 아니에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예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숙여 바닥을 한 번씩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딱 그 자리에 자전거 그림과 보행자 그림이 같이 그려져 있었다. 아저씨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목소리도 좀 전 보단 힘이 좀 빠졌다. “그래도 그렇지. 길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느꼈는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면서도 애써 당당함을 표현하려 한 건지, 무안해서 그런 건지 한마디를 했다. “에이 재수가 없을라니까...”
주변에 이런 사람들은 꽤 있다. 착각이나 실수를 하고 그걸 뒤늦게 깨달았을 때 미안하다는 말 대신 더 당당하게 굴거나 아님 모른 척을 하거나 때론 오히려 더 화를 내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왜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걸까. 혼자서 여러 이유를 생각해봤다.
1. 지금까지 화낸 게 무안해서
2. 미안하다고 하면 체면을 구기니까
3.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4. 진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몇 번째에 해당하든 간에 미안하다고 하면 쉽게 이해받았을 일을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에는 사이마저 안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가끔은 알려진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이 밝혀져 화젯거리가 될 때가 있다. 이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끝까지 나는 몰랐다고 하는 쪽과 신중하지 못했다, 몰랐던 것도 내 불찰이라며 바로 사죄하는 쪽이다. 당사자는 잘 모르는 듯하지만, 체면을 구기고 위신이 떨어지는 건 끝까지 몰랐다고 하는 쪽이다. 이때는 신뢰도 떨어지고 그동안 좋았던 이미지도 함께 추락한다.
사람은 누구나 착각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임을 알았을 때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실수도 반복되면 문제지만.
어른들 중에는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절대 아랫사람에게는 미안하단 말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에도 위아래를 따지는 건지 아랫사람에게는 절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끔은 잘못인지는 알지만 미안하다고는 안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좀 젊은 사람이 이해하라는 거다. 이건 무슨 자존심인지 또 그렇게 하면 자존심이 좀 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또 어른처럼도 보이지 않는다. 미안한 건 상대가 누가 됐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 한참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때 더 어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안하면 생각만 하지 말고 말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