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즈온더블럭>이란 TV 프로그램에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나왔다. 이혼 사건만 1600에서 1700건을 담당했다고 한다. 최변호사는 생각보다 외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MC 조세호가 혹시 불륜남녀들의 공통점이 있냐고 묻자 최변호사는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교통사고처럼 일어난 일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벌어진 일인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사랑이 죄는 아니지 않느냐.”
이런 얘기를 들으면 대개 사람들은 “완전 내로남불이네.”라며 흥분한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로, 남이 할 땐 비난하던 행동을 내가 하면 합리화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근데 내로남불은 비단 불륜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전 회사의 한 동료는 어떤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은 하는 말마다 남 험담이야. 아무래도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근데 정작 남 험담은 그 동료가 더 심했다. 입만 열만 남 얘기였다. 듣다 보면 문제없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했다. 한참 험담을 하고서는 마지막엔 늘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남이 험담을 할 땐 인간성을 문제 삼으면서 본인이 험담을 할 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과 달리 본인에 대해서는 인간성을 논하지 않았다. 생각조차 안 하는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직원이 실수를 하면 “매번 저러더라. 성격이 꼼꼼하질 못해.”라고 하고, 본인이 실수를 하면 어찌나 이유가 많던지.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또 그럴 때마다 어쩌다 한 번 한 실수인 것처럼 말했다. 내가 본 것만도 몇 번은 되는데 말이다.
이런 모습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남이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 하고, 본인이 지키지 않으면 급해서 그런 거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나 외출은 자제하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이런 모습은 더 쉽게 볼 수 있다. 남들이 모이거나 외출을 하면 도대체 왜들 저러냐, 이 시국에 꼭 저러고 싶냐,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며 몹시 흥분한다. 반면에 자신이 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서는 중요한 모임이고, 미리 계획된 거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또 조심히 만나서 괜찮다고 한다. 조심히 만난 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어떤 이는 술집에서 여럿이 모여 술을 마셨으면서 조심히 마셨다고 한다. 어떻게 마셔야 조심히 마시는 걸까.
이처럼 자신이 한 행동은 외부에서 이유를 찾고 남이 한 행동은 내면에서 이유를 찾는 걸 심리학 용어로는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고 한다. 즉 내가 행위자일 때는 환경이나 상황 탓을 하면서 관찰자일 때는 상황보다는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행동을 직접 하는 입장과 보기만 하는 입장은 물론 차이가 있다. 보기만 하는 입장에서는 자세한 상황이나 배경은 잘 모른 채 행동만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행동을 하는 주체 곧 사람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반면 행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하는 자신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여긴다. 또 남이 하는 행동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내가 하는 행동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을 하면서도 혹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면서도 정작 본인은 모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인의 행동은 보려 애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 행동보다 내가 처한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내 행동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보인다 하더라도 모든 게 옳게 느껴진다. 이런 땐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이런데 다른 방법이 있나, 그럴 수밖에 없었어, 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보면 충분히 어쩔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일수록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내로남불의 태도를 취하는 어른을 보면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혹은 남을 비난할 거면 먼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는지, 내 행동은 정당한지.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건지. 옳은 행동만 하면서 살자고는 못 하겠다. 다만 옳지 못한 행동이나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적어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자신의 잘못도 모른 채 끝까지 큰소리치는 사람은 어디서든 기피 대상이다. 또 잘못을 알아차렸으면 인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간혹 잘못인 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자신마저도 속이려 한다. 매우 안타깝다. 저러지는 말자는 생각이 든다. 내로남불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또 남 얘기만도 아니다. 나부터 돌아보자. 가능한 객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