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안녕하세요. 오기우기 입니다.

by 오기우기

나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19살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공기업은 아니었지만, 준공기업처럼 평생 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하나의 콤플렉스를 안고 있었다. 바로 ‘고졸’이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일했던 곳은 대부분 사람들이 대학원을 졸업한 분들이었고, 나는 동안의 얼굴과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그들 사이에서 늘 주눅 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자신감이 부족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았다. 복합기로 복사와 팩스를 할 줄 몰랐고, 서류 정리하는 방법도 몰랐다. 그냥 아무것도 몰랐다. 어느 날, 상사가 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의 능력치가 1에서 100까지 있다면, 너는 0이다’라고.

그렇게 첫 회사를 시작했다.


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자,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콤플렉스는 여전히 나를 괴롭혔고, 나는 퇴근 후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옛말로는 주경야독이라던데, 나도 할 수 있겠지 싶었다.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었고, 졸업장만 어떻게든 따겠다는 생각으로 개근만 했다. 대학을 개근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지만, 그때는 아직 어렸다. 돌이켜보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공부할 생각은 별로 없다. 대학 생활 중에 나는 대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일반 대학생들이 하교할 때 나는 등교했으니까. 도서관이나 식당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수업 듣는 강의실만 알면 됐으니까. 그때 일반 대학생들이 부러웠고, 캠퍼스 생활을 내가 놓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만 다닌다면 나도 대학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했고, 회사는 여러 번 사무실을 옮겼다. 마지막 사무실은 창문도 없는 지하에 있었다. 지하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천장 모서리에 실거미가 있었다. 그때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실거미를 빗자루로 쓸어내는 사람일까, 아니면 회사원일까?'

연차를 모아서 매번 해외여행을 다녔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를 알아갈수록 내 세상이 좁은 세상 같았다. 나는 해외로 나가고 싶어졌다. 그때 호주 워홀의 인기가 뜨겁긴 했지만, 나는 호주 대신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딸기 농장이 아니라, 미국에서 여행도 다니고 일도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결국, 나는 6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주변의 만류는 심했지만, 나의 고집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남은 연차를 모아서 퇴사 직전에 모두 쓰기로 하고, 퇴사 여행을 유럽 파리로 결정했다. 시간이 약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파리 한 곳에만 머물기로 했다. 친구는 휴가를 길게 쓸 수 있다며 같이 유럽행을 결심했다. 그렇게 우리는 2019년 무더운 여름, 파리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