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보호소로 다시 돌아가다

보경이를 부르던 거리

by 오기우기

좋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시작된 임시 보호였지만, 하루 아침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그날, 나는 단 한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우리는 새벽에도 몇 번씩 깼다. 보경이가 잘 자고 있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확인하느라. 다행히 걱정과는 달리 하울링도, 짖음도 없이 보경이는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방석과 카페트를 깔아줬는데도 바닥 위에서 고요히 누워 자는 모습이 어딘가 더 짠하게 느껴졌다.

아침 8시, 보경이와 동네 작은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산책했다. 보호소에서도 그랬듯, 보경이는 아스팔트가 아닌 나뭇잎 위에서만 배변을 했다. 그런 사소한 습관 하나도 점점 귀엽게 느껴졌다. 우리는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보경이는 심장사상충을 앓고 있었기에 오래 걷지 못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밥과 약, 영양제까지 챙겨줬다. 다행히 보경이는 밥도, 간식도 정말 잘 먹는 아이였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보경이를 데려온 건 전날 오전 11시였고, 이후 24시간 동안은 계속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 아침, 짝꿍은 출근했고 나는 재활 PT가 예정돼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 전 몇 차례 문을 나갔다 들어오는 분리불안 적응 훈련도 시켜봤다. 그런데 의외로 보경이는 잘 적응했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가도 짖지 않았다.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었다. 안전펜스도 닫혀 있었고, 그 순간까지도 아무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보경이가 갑자기 안전펜스를 가뿐히 뛰어넘더니 그대로 집 밖으로 달려나가버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이 하얘졌다.
“보경아!”
“보경아!!!”

나는 복도에서 소리치며 보경이를 불렀지만, 아이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가방을 내던지고 목줄 하나를 움켜쥔 채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1층으로 나가 무작정 소리쳤다.

“흰색 강아지 보셨어요? 강아지 못 보셨어요?”

눈물이 쏟아졌다. 숨도 가빴다. 혹시 보경이가 차에라도 치일까봐, 누군가에게 잡혀가 버릴까봐, 좋은 일을 해보겠다고 시작한 임보가 오히려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머리가 아찔했다.

카카오톡으로 보호소에 급히 메시지를 남겼다. 보경이 목줄에는 스마트태그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보호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일단 진정하세요! 지금 어디 계세요?”
목소리에 겨우 숨을 고르고 위치를 설명했다. 통화를 이어가며 나는 계속 뛰었다.

그때,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 강아지 있나요?”
“여기요! 상자 안에 있어요!”

한 초등학생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거의 미친 듯이 달려갔다. 편의점 앞 종이상자 안, 보경이는 길고양이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보경아…”

보경이는 마치 ‘언니 왔어?’라는 듯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나는 손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목줄을 채우고 보경이를 안았다.

통화는 여전히 이어져 있었고,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찾았어요… 찾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며칠 전 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다른 봉사자에게 임보를 갔던 강아지가 산책 도중 갑자기 뛰쳐나갔고, 목줄이 풀려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 그 사건이 머릿속을 쉴 새 없이 맴돌았다.

나는 짝꿍에게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결혼을 앞두고 자녀 계획도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런 믿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보경이를 돌보는 일도 그 믿음 안에 있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그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산산조각 냈다.

결국 재활운동센터에 가지 못한다고 연락하고, 집에서 보경이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너무 무서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길까봐. 그래서 보호소에 연락해 보경이를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분은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짐을 챙기며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보경이에게 이중 리쉬를 채우고 조심조심 밖으로 나섰다.

산책이라도 나가는 줄 알고 신나서 꼬리를 흔드는 보경이의 해맑은 표정에 마음이 더 아파왔다.

차에 태우고도 혹시 문이 열릴까봐 목줄을 여러 겹으로 단단히 고정했다. 20분도 안 되어 보호소에 도착했고, 관계자분이 문 앞까지 나와 주셨다.

보경이와 짐을 인계하고, 나는 다시 보호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그토록 하울링하고 짖던 보경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호소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더 편한 곳이었나 봐요. 괜히 데려왔다가 아이만 불안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때 보호소 분들이 다정하게 위로해주셨다.
“그래도 가정방문을 했기에 성격을 더 잘 알게 됐어요. 이런 정보들이 입양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돼요.”

그리고 누군가 덧붙였다.

bokyung_illustration_final.jpg 보경이, 편의점 앞에서 고양이 밥을 먹던 순간

“보경이는 먹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고양이 밥이라도 안 먹었으면 못 찾았을 수도 있었어요.”

맞다.
우리는 그 말에 다 같이 웃었다.

보경이는 정말 ‘먹보’였다.
밥도 간식도 가리지 않고 냠냠 잘 먹었고, 심지어 길 한복판에서도 고양이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으니. 그 먹보 같은 성격 덕분에 나는 다시 보경이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모든 감정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호소에서 보내고, 나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보경이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펜스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던 내 안일함이 너무나 후회됐다.

그 큰 아이가, 그 높은 펜스를 넘을 거라고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전 06화5화 보경이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