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시작된 동행
처음은 늘 낯설고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어색한 시온이를 태우고, 코로나 검사를 위해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아직 단 한 번밖에 산책하지 않은 사이, 우리는 낯선 사람과 다름없었다. 나는 시온이가 좋았지만, 시온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차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앉아 있는 조용한 시온이를 보며 괜히 걱정이 앞섰다. 혹시 '또 버려지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시온이는 짖지도, 낑낑대지도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더 마음이 쓰였다. 병원 앞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보호소에서 예약을 해둔 덕분에 이름만 말하면 되는 상황. 그렇게 나는 한 아이의 임시 보호자가 되었다. 임보 기간은 일주일.
대기 손님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시온이는 얌전히 내 옆에 붙어 앉아 있었다. 차례가 되자, 시온이는 혼자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 문 앞에서 조용히 기도하듯 기다렸다. 양성이든 음성이든, 어떤 결과든 이 아이를 지켜내겠다고 마음먹었다. 보경이 탈출 사건 이후 수십 번 다짐했던 그 약속을 되새기며.
이미 바베시아와 심장사상충으로 힘든 치료를 받고 있는 시온이.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 어떡하지. 걱정은 점점 커져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라는 마음이 들 무렵, 의사 선생님이 시온이를 데리고 나왔다. "시온이 음성이에요." 그 짧은 한마디에 가슴이 놓였다.
“혹시 잠복기여서 나중에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나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증상이 생기면 다시 데려오세요.”
천만다행이었다. 곧장 보호소에 결과를 전달하고, 이제 시온이와 함께 지낼 집으로 향했다.
임보를 갑작스레 결정한 거였지만, 다행히 준비물은 걱정 없었다. 보경이 때 사용하던 용품들이 있었고, 엄마가 배변패드와 간식, 장난감을 챙겨주신 덕분이다.
강아지를 차에 태워 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조용한 아이는 처음이었다. 낑낑거리지도, 짖지도 않고,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혹시나 긴장했을까 싶어, 집에 도착해서 동네를 짧게 산책하고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시온이를 안으로 데려왔다. 물티슈로 발을 닦아주었는데도 얌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마음을 간질였다. 발을 다 닦고 나자 시온이는 집 안 곳곳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낯선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런 시온이를 바라보는 나에게, 그저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웃음이 났다.
혹시나 하고 한쪽에 깔아둔 배변패드. 놀랍게도 시온이는 그곳에 정확히 가서 쉬야를 했다. “시온아, 너 혹시 천재니?” 나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 뜯은 장난감을 건네자, 삑삑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잘도 놀았다.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이 아이,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살던 강아지였을 것이다. 공간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사람의 손길에도 익숙해 보였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감이 강하게 들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짝꿍이 퇴근해 돌아왔다. 시온이는 낯선 사람이 어색했는지 처음엔 다가가지 않았지만, 짝꿍이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자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강아지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짝꿍도 시온이를 보며 "너무 귀엽다"고 말했다. 사실 짝꿍이 오는 걸 보고 시온이가 짖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했다.
저녁을 먹고 셋이서 산책을 나갔다. 시온이는 실외 배변을 기본으로 하는 아이라 아침, 저녁 산책이 필요하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일부러 짝꿍에게 목줄과 하네스리쉬를 맡겼다.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시온이와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었다.
강아지마다 산책 스타일이 다르다. 본가의 두부는 항상 앞장서며 줄을 당기는데, 시온이는 우리 발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전엔 보호소에서 뒷산 산책을 갔을때 마킹만 열 번 넘게 했던 아이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직 이 공간이 낯선 걸까. 그래도 다행히 무탈하게 산책을 마쳤다. 짝꿍도 “이런 강아지면 산책이 쉬울 것 같아”라고 웃었다.
집에 돌아와 발을 닦이고, 밥을 줬다. 아직은 어색한지 밥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약은 꼭 먹여야 했다. 바베시아와 심장사상충 약은 식후에 먹여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먹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닭가슴살에 츄르를 섞어 약을 발라줬다. 그런데 시온이는 입을 꾹 다물고 먹지 않았다. 귀여운 얼굴로 약을 거부하는 모습에 나는 애가 타기 시작했다.
첫날부터 약을 먹이느라 30분을 씨름했다. 그 순간 문득 스쳤다. 이번 임보, 나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