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시온이 임보일기 2

정이 들어버린 하루들

by 오기우기

처음엔 단지 잠시 머물다 가는 인연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나는 점점 이 작은 생명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어요. 시온이의 표정 하나, 꼬리 흔드는 모습 하나하나가 나를 웃게 하고, 울컥하게 만들었죠. 사랑은 어느새 스며들듯 찾아오고, 그 사랑 앞에서 나는 자꾸만 더 약해집니다. 그래도 그게 싫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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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아침에 늦잠을 느즈막히 자고 싶은데, 아침부터 "왕"짖는 소리에 깼다. 침대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안방 문 앞에서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입가의 미소는 귀까지 올라간채 웃음을 품고 나를 보고 있었다. 힘찬 꼬리 헬리콥터를 보니 저기에 부딪쳤다간 심히 멍이 들 것 같다. 급한 화장실을 가야 하나?싶어 서둘러 옷을 입고 산책을 나갔다. 오늘도 여전히 호기심 많은 시온이는 공원 곳곳을 냄새 맡으며 화장실을 해결했다. 이제 약을 먹이는데 나도 숙련이 되어 약을 먹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30분에서 20분으로 매우 단축되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니까? 그런 나를 칭찬하며, 오늘 밤은 거실에서 이불을 피고 시온이와 같이 자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시온이는 매번 거실 소파에서 잤으니 이번엔 나도 시온이 곁에 꼭 붙어 자리라고! 나도 강아지를 안고 자고 싶다며 큰소리를 뻥뻥치고 거실에 두꺼운 이불들을 깔았다. 내 옆에 와서 자진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건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밤새 내내 내 옆으로 오지도 않았으며 나와 아주 떨어져서 잠이 들었던 날이다.


4월 17일

내가 어딜 이동해도 시온이는 쫄쫄 따라다닌다. 화장실을 가도, 방을 가도, 청소를 해도, 그 무언가를 해도 따라다니며 꼬리를 치는 강아지. 사랑을 덜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엔 산책을 가면 줄 당김 전혀 없이 옆에서만 걷고 강아지에게도 사람에게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아니다. 자신 없던 강아지는 어디갔는지, 강아지를 보던 사람을 보던 웃으며 놀자고 달려들고 무조건 사람들이 자길 예뻐하는 줄 안다. 자신감은 어찌나 많은지 공원에서 마킹을 하면 뒷발을 10번 이상 차며 자신의 냄새를 흩날린다. 처음 집에 왔을때와 일주일 안된 사이의 변화된 시온이의 표정, 행동들이 기쁘면서도 나를 슬프게한다. 나는 시온이와 평생 할 수 없는데, 혹시 이 순간들이 상처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시온이의 웃는 미소를 보면 나도 행복하다가도 문득문득 두려움이 앞선다. 짝꿍에게 시온이 기본교육을 시켜보라고 했다. 가벼운 손 같은 것 말이다. 조금씩이라도 그렇게 훈련을 시키고 하다보면 짝꿍에게도 시온이를 향한 애정이 더 생기진 않을까 싶어서다. 짝꿍은 유튜브를 보며 강아지 훈련영상을 보고선 이날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제일 기본적인 "앉아", "손"을 시작으로. 약과 사료를 제외하고 간식을 너무 좋아하는 먹보시온이라 금방 습득하며 간식을 얻어먹었다. 오늘은 두개를 배웠으니 다음번엔 또 다른 하나를 가르쳐보기로 했다.


4월 18일

아침 7시부터 낑낑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 시온이가 화장실이 급한지, 어젯밤 손, 앉아를 가르치며 훈련시켰던 간식이 안맞았는지, 걱정이 되어 서둘러 산책을 나섰다. 시온이는 참 바보다. 오줌을 자기 다리에 싸는 강아지는 시온이 밖에 없을 것 같다. 쉬를 다리를 향하게 싸기 때문에 산책 후 발을 샴푸로 꼭 닦아주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 바보 강아지다. 산책을 빠르게 다녀온 후 오늘따라 밥은 잘 먹었지만 약은 1시간 가량 실랑이해도 다 뱉어버린다. 아침부터 놀래키더니 이젠 약도 안먹는다. 엄마가 나를 키웠을때 말 안듣는 딸이 이런건가 싶었다. 오후에 시온이 바베시아 검사를 위해 병원에 다녀와야했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진행했는데, 피를 빼는 도중에 팔을 빼버렸다. 나와 동물병원 원장님은 매우 당황했다. 바베시아 예방 접종 후 병원을 무서워하고 원장님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 정말 다행이도 바베시아는 이번에 음성이 나와 약은 심장사상충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쓴 맛이 덜해서 더 잘먹을 것이라는 말에 안도를 했다. 이젠 약을 조금은 더 잘 먹겠지 싶었다. 벌써 시온이를 임보하기로 한 일주일이 다 되는 날이다. 내일은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야한다. 내일 보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보호소측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보호소에 코로나가 돌고 있어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추가로 2달 임보 연장도 가능하고, 책임임보라는 것으로 임보가 갈때까지 데리고 있는 것도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짝꿍에게 물어보니 짝꿍은 더이상은 정이 들어 힘들 것이라며 안된다고 거절했다. 아직 심장사상충을 치료하는 중인 아이인데, 혹여나 코로나 걸린 강아지들이 가득한 보호소에 다시 보냈다가 코로나 약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많은 고민 끝에 짝꿍에게 그럼 2주 정도는 어때? 2주 더 임보해도 될까? 물어보니, 포기를 한건지 아니면 내가 입양을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되서인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 보호소측에 "혹시 2주는 불가할까요?" 여쭤보니 거기서도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온이와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2주가 늘었다. 이런 행복에 기쁘면서도, 점점 정이 들어서 보내기 어려워질까 두렵다. 또 두려운 건 짝꿍과의 다툼이 두렵기도 하다. 평생 강아지와 함께 살아오고 강아지가 있는게 당연한 나와 강아지랑 평생 살아본 적이 없는 짝꿍. 우리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시온이가 우리 집에서 조금 더 편안하고 사랑을 많이 받으며 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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