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나와 시온이, 그리고 그사람

하나의 생명을 사이에 둔 우리

by 오기우기

"시온이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정도 책임도 무겁게 다가왔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자꾸만 다른 방향을 향했다.

그 아이와 우리의 내일을 그려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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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로 시작했던 단기 임보는 2주가 더 늘어났다.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걱정이 앞섰다. 만약 2주가 지나도 시온이를 보내기 힘들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을 덜 주자고 마음먹었지만, 그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걱정이 되면서도, 시온이의 자는 모습이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이 밀려들었다. 강아지가 주는 행복은 다르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시온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나에겐 조금 특이한 습관이 생겼다. 시온이와는 분리 수면을 하고 있었기에, 매일 밤 잠들기 전 거실에서 자는 시온이 모습을 홈캠으로 몇 분이고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옆에 와 꼬리를 힘차게 흔들어주는 시온이를 제일 먼저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쌓여, 시온이는 점점 내 하루의 일부분이 되어갔다.

잠시 집을 비울 때면 시온이가 혼자 있는 게 걱정돼 수시로 홈캠을 들여다봤다. 내가 집을 나가면 문 앞에 서성이고, 창문 앞에 서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 왔을 때는 내가 나가도 무덤덤했던 아이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부재에 불안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2주가 지나자 그 불안한 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그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이곳을 자신의 집처럼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졌다.


그러던 우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바로, 털이었다.

시온이는 시바이누 믹스견이었는데, 털이 정말 많이 빠졌다. 처음 데려왔을 땐 별문제 없었지만, 2주가 지나자 털이 쉴 새 없이 빠지기 시작했다. 온 집안이 털이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던 나로서는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짝꿍에게는 달랐다. 옷이며 양말이며 털이 묻는 게 너무 불편하다며 “강아지는 못 키우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후 우리는 털 문제로 며칠을 실랑이했다. 아침저녁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틈틈이 돌돌이(테이프 클리너)로 방석과 담요, 소파를 털어냈다. 세탁기를 청소할 때마다 그 안에도 털이 한가득 나왔고, 짝꿍은 “이러다 청소기나 세탁기 고장 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도 없어, 자꾸만 부딪히게 되었다.

다행히 해결 방법을 찾긴 했다. 산책을 나가기 전 창문을 열고 로봇청소기를 돌린 뒤 외출하고, 돌아오면 돌돌이로 남은 털을 정리했다. 산책 후엔 발을 닦이고 털을 빗겨주었다. 처음엔 걸어 다니기만 해도 털을 흩날리던 시온이였지만, 이렇게 꾸준히 관리하니 털도 점차 줄어들었다. 생후 1년까지는 털이 잘 안 빠지다가 그 이후부터 빠진다던데, 우리는 시온이가 아마 1살쯤 되었을 거라 추측하기로 했다.


털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니, 이번엔 산책 문제가 남았다. 곧 장마철이 시작되고,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날씨에도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아침엔 주로 내가, 저녁엔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실내에선 절대 배변하지 않는 시온이 특성상 산책은 필수였다. 그래도 그 덕에 집안에 냄새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위로하자, 이 부분은 비교적 금방 수용되었다.

그러는 사이 시온이를 돌려보내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보호소는 이미 강아지들로 넘쳐나 있었다. 그런 현실을 너무 잘 아는 나는 시온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혼자 살고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입양을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곧 결혼을 앞둔 짝꿍이 있다. 그 사람의 생각도 중요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결심만으로는 부족한 일이니까.

나는 조심스레 짝꿍을 회유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외식을 제안하고,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보호소에 새로운 강아지들이 많이 들어온대. 그러면 시온이가 또다시 적응을 못 할 수도 있어. 만약 돌아갔을 때 다른 강아지한테 물리기라도 하면… 난 아마 다시 데려올지도 몰라.”

하지만 짝꿍은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바닥만 바라볼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입양하고 싶다고 말할 것 같아서 말 못 하겠어.”

그 한마디에 마음이 울컥했지만, 그는 곧 단호하게 말했다. 입양은 안 된다고. 임보는 괜찮지만 입양은 절대 안 된다고. 강아지와 우리의 2세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시온이를 입양하면 우리는 아이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녀 계획이 있었던 나에게 그 말은 곧 현실적인 선택의 순간이었다. 시온이와 3주를 함께 지냈지만, 짝꿍에게는 아직 입양이라는 단어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평생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사람에게 갑자기 입양하자고 한다면, 그건 분명 큰 부담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입양이 아닌, 임보 연장을 제안하자고. 지금은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주 가까이 함께한 시간 동안, 친구들은 내게 “정들어서 못 보낼 거야”라고 했고, 나는 “아니야, 나 감정 조절 잘해”라고 단호히 말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이 맞았다. 친구들은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정이란 건, 일부러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해서 멈춰지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랑도, 책임도, 함께한 시간만큼 자란다는 걸.
그리고 그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떠나보내는 일은 더 아프게 찾아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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