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새로운 인연의 끈

by 오기우기

우리는 파리에서 8박 9일간 여행을 했다. 짧은 여정이라 한 나라에 머물며 근교까지 여행하는 일정이었고, 여행 일정이 맞는 분들과 함께했다. 보통 네이버 카페 '유랑'에서 동행 구인 글이 올라오면 나는 그분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20대 여자 2명이고, 현재 파리에 있습니다. XX일 일정에 함께하실 분 찾으시나요? 저희도 동행을 희망해서 연락드려요!"


남녀노소 구별하지 않고, 일정이 맞는 분들에게 모두 연락을 했다. 유럽 동행 구인 글을 몇 번 봤고, 여러 날에 걸쳐서 총 3팀을 구했다. 첫 유럽 여행 때도 쪽지로 동행을 구했었는데, 매번 쪽지로 연락하는 게 신기했다. 그분들은 꼭 "쪽지 주세요!"라고 글 끝에 적어놓으시기 때문이다. 그중 한 분은 우리가 파리에서 출국하기 하루 전날 동행하기로 했던 분이었다. 그분이 먼저 동행 구인 글을 올리셨고, 여행 일정은 스페인에서 파리까지 오는 여정이었다. 30일 동안 유럽을 여행한다고 하셨다. 본인이 대학교 3학년이라며 나이도 기재되어 있었다. 우리와 동갑이라 편할 것 같았다. '어라? 나도 대학교 3학년인데 똑같네?'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남자들은 휴학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니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도 같은 나이예요! 저도 대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입니다, 현재 저희는 파리에 있고 파리에서 7월 27일에 출국하는 일정이라 26일에 동행 가능합니다!"


쪽지로 동행 의사를 보냈다. 보통 답장은 빠르게 오는데, 이번에는 답장이 없어서 다른 분을 찾으셨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3시간 만에 답장이 왔다. 일정과 시간, 장소를 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여러 코스를 상의 끝에 우리는 몽마르트 언덕에서 만나기로 했다. 몽마르트 언덕을 시작으로 미술관을 돌아다니기고 파리 에펠탑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짰다. 그러다 내가 먼저 어느 지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물었다. 왜 그런 대화를 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니다. 난 세상 오지라퍼다. 그때나 지금이나 늘 궁금한게 많다.


"서울에 위치한 H대에서 재학 중이에요"라고 쪽지 답장이 왔다.


그분이 H 대라고 했을 때 나도 살짝 놀랐다. 나도 서울에 위치한 H 대였으니까. 그래도 놀란 내색을 하지 않고 "전 지방에 위치한 H대예요"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사실 난 알고 있다. 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내 마음 한편엔 야간대라고 말하기가 창피했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 흔히 말하는 '촉'이 좋은 편인데 이상하게 그분에게 어디 구에 위치한 곳인지 소재지를 물어보고 싶었다.


"서울에 위치한 곳이면 어느 구에 있는 곳이에요?"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그분은 곧이어 "서울 마포구에 있어요ㅎㅎ"라고 답을 해주셨다.


그 순간, 갑자기 기대감이 커졌다. 마포구에 있는 H대학교는 홍대밖에 없다. 현재 유럽 파리에서, 동행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된 동행예정인 분이 나랑 같은 대학교, 같은 학년, 같은 나이라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신기했다. 그때는 '거짓말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홍대를 다닌다면 모를 수 없는 교수님의 이름을 말하며 "혹시 XXX교수님 아세요?"라고 물어봤다. 근데 내가 생각해도 참 나도 이상한 애다. 그분은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어쨌든 답장은 받았다. 그분은 바로 그 교수님의 수업명을 얘기하며 교양과목으로 이미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그제야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서로 신기하다며 웃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잘 시간을 훨씬 지난 시간이 되어버렸다. 큰일 났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나는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을 누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잠에 들었다.


첫 번째로 만난 분은 여성분이었고, 그분은 남성분과 함께 오셨다. 커플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내가 봤을 때 내일이면 커플이다. 총 4명이서 파리의 밤을 구경했다. 파리의 밤은 치안이 좋지 않아 골목이 어두워 무서웠다. 우리는 에펠탑에서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분과의 일정은 약 3시간 정도였고, 사진을 찍고 구경하느라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커플들과 함께한 여행이라니, 그런 신선한 만남도 여행에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만난 분은 남성분이었다. 그분은 하루 일정을 통째로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여행코스와 맛집도 미리 다 정해두었다. 맛집을 가는 것은 매우 기대되었다. 둘이서 먹는 양과 셋이서 먹는 양은 확실히 다르니까! 나는 평소에도 먹는 걸 좋아해서 더 많은 음식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느꼈다. 그분은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성격이 정말 좋았다. 우리는 파리의 개선문부터 같이 걸어 다녔고, 그날 2만 보를 넘게 걸었다. 슈퍼에서 납작 복숭아를 사서, 해가 지는 에펠탑 앞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납작 복숭아를 먹었다. 거기에 맥주도 곁들였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이 여행의 한 조각이 되었다.


파리에서 8박 9일이 왜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는지, 벌써 8일 차 아침이 되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시간은 9시였는데, 눈을 떠 보니 핸드폰 시계에는 8시 5분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급하게 쪽지로 "20분 늦을 것 같다"라고 전하며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커피와 빵을 사겠다고 덧붙였다. 그분은 "알겠다"라고 바로 답장을 주셨다. 우리는 빠르게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우버를 타고 몽마르트 언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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