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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Sep 29. 2021

50억부터 밝혀라.

50억원. 돌려 말하지 않는다. 크다. 커도 너무 크다. 액수가 크고 충격이 크다. 20대와 30대가 대선을 향한 표심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터에, 정치권도 사뭇 긴장하는 중이다. 한 시간 열심히 일해야 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그 충격은 치명적이다. 받은 돈이 퇴직금 또는 성공보수라고도 하고 산업재해 보상금이라고도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그 액수 자체가 너무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마음을 어지럽힌다. 소박하나마 고정적인 수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뉴스는 못할 짓을 저지르고 있다. 취업 길은 꽉 막힌 듯 보이고 창업 전선도 쉬운 게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충격의 강도는 세다. 소양을 기르고 실력을 닦아 자신과 사회를 위해 득이 되고 덕이 되라 선생들은 가르치고 있었다. 고작 여섯 해 남짓 일하고 저 큰 돈을 거머쥐었다니, 우리는 잘못 가르치고 있었던 것일까. 본인은 아직도 정당한 업무의 대가였다고 우긴다는데, 우리는 그 돈의 정체를 알아야겠다. 아빠찬스였는지 우회뇌물이었는지 그 소위를 밝혀야 한다. 영문도 모르고 일격을 당한 채 물러설 국민은 없다. 자신이든 그 아비이든 아니면 솔직했으면 하지만 그럴 확률은 터럭만큼도 없다. 어안이 벙벙해진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하여 분명한 해명과 납득이 없이는 한 치도 나아갈 수가 없다. 겨냥하는 정치적 목표에 가 닿으려면, 50억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청년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저울질당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시간제, 한시직, 비정형직으로 구분되며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퇴직금은 상상 조차 못하며 생존의 가능성을 염려하였다. 그 틈에 저런 청년이 존재하였다니, 거의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당신들이 진심으로 20/30을 당겨 안고 싶었다면,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분명하다. 나락으로 추락한 젊은이들의 사기를 일으켜 세우려면, 우리의 관심은 저 돈의 소위를 밝히는 데 있어야 한다. 극도의 불공정과 비상식이 이처럼 붉어진 터에, 공정과 상식을 논하는 자는 오히려 의심을 사지 않을까. 혜택을 누리도록 시스템을 설계한 자를 탓하는 맹랑한 소리가 있다. 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칼 만든 사람을 탓하며 용서해야 하나.      


옳지 않은 건 누구나 안다. 바르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하다. 오늘 당장은 나라의 청년을 위로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과 학교도 할 말을 잃었다. 충격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관련 당국은 가장 빠르게 이 일의 소위를 밝힐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물타기와 시간끌기로 막으려 하겠지만,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른쪽왼쪽 겨루기가 아니라 옳고그름의 문제이고 상식과 비상식이 드러나는 일이며 부패한 기득권과 성실한 시민들의 뚜렷한 차이가 아닌가.     


할 말을 잃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돌려주어야 한다. 청년이 힘을 내야 미래가 있다. 그 미래가 닫힌 느낌이 아닌가. 50억을 밝혀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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