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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Oct 13. 2021

오징어게임 덕에 돌아보다.

오징어게임이 지배한다.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로 소개된 지 3주 남짓 전 세계 94개국 1억이 넘는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456억, 어른들의 동심이 파괴된다’는 슬로건으로 어릴 적에 동네 골목길에서 즐기던 놀이들이 소환되었다. 미국 내 주요매체와 외신들마저 ‘한국적 콘텐츠가 지구 보편적 감성을 흔들어놓은 작품’으로 호평한다. 


K-pop이 이끄는 한류가 영화계를 연이어 휘젓더니 이제는 글로벌뉴미디어 시장에서 드라마가 기회의 창을 넓게 열었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456인의 사람들이 ‘생명’을 걸고 456억원에 도전한다. 여섯 게임을 통과하여 살아남으면 큰 돈을 거머쥐겠지만 최후의 승자 한 사람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드라마적 허구로 가득하지만 현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456인 가운데 455인은 죽어야 하는 비정하고 슬픈 구조를 드러내며 무자비한 경쟁과 극도의 긴장으로 몰고간다. 시청자들의 인기가 드높고 언론의 호평이 가득하지만, 희한하게도 ‘죽음’을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다. 콘텐츠는 오히려 패자의 죽음에 분홍색 리본으로 충격을 줄인다. 삶을 마감해야 하는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이 유연해 졌을까. 


폭력적 콘텐츠에 길들여진 나머지 우리는 모두 죽음과 살인에 관하여 무감각해진 것일까. 돈을 위해서는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냉소와 자조에 빠진 것은 아닐까. 죽어 사라지는 경쟁자들에 오히려 짜릿한 승리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일까. 상생과 협력, 공감과 배려는 듣기에만 좋은 소리였을까. 죽음에 대하여 이렇듯 드러내고 바라보면서 슬픔이나 동정이 사라진 현실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최후의 한 사람이 456억을 굳이 다 가져야 하는 경기방식.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고안한 룰이지만, 돌아보면 극도의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닌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Winner takes it all.) 운영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이 1억씩 공평하게 나눌 생각은 아예 해 보지도 않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너무 익숙한 것은 아닌지. 


극한의 양극화가 삶과 죽음으로 극화 대비되었을 뿐 극소수와 99%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가. 분배정의를 논하지만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능력과 배경에 따른 무한경쟁을 부추기며 제도와 관습이 지어져 오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돌아보며 공정과 상식을 살려내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죽음을 버거워하지 않는 사회와 승자만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 삶의 가치를 가벼이 여기고 경쟁의 가치만 드러내는 일도 부당하다. 힘들어도 살아내며 어려운 이를 돌아보는 정서를 회복해야 한다. 오징어게임이 콘텐츠로 표현하는 비정함의 오류와 무한경쟁의 약점을 돌아보아야 한다. 죽음보다 삶이 소중하다. 정글같은 경쟁만큼 협력하는 상생이 화두여야 한다.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노력과 서로 살피며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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