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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Oct 27. 2021

일과 삶이 섞이면 욕심이 된다.

대선후보의 아내가 일을 냈다. 배우자의 큰 선거를 돕겠다는 그의 진정을 모르지 않는다. 일을 통해 습득한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경쟁후보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고 발설하였다. 이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후보자 본인이 아내의 편을 들고 나섰다.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일상이 주제가 되어야 할 자리에 부적절한 주장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필자의 아내가 심리상담전문인이다. 내담자들을 맞아 상담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함께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배우자인 필자는 아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그들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수가 없다. 아내가 지키려는 직업윤리는, 내담자와 반드시 직접상담을 통해 상태를 신중하게 확인하고  결과를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의 안팎을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한다.


그런 기본적인 윤리의식이 확인되어야 내담자나 환우는 전문인과 의료인을 믿고 본인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적절한 치유의 과정을 지나게 된다. 만나지도 않았는데 전문인이 임상적 판단을 한다거나  상담을 했더라도  내용과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현장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학생들을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만나지만 그들의 학업과 진로 등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는 나누지 않는다. 사람을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공유하는 자기절제가 성립하는 셈이다. 일의 소위를 나만 간직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사람이 지극히 민감하게 여길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전문인에게 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니어도 실은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그 일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공적으로 습득한 내부정보를 사익을 위해 외부에서 사용할 때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고 직권남용 등의 부적절한 처사가 일어난다. 일을 맡은 내부자가 정보를 외부에 빼돌려 발생하는 권한의 오남용 사례들도 본인의 일을 일로만 지켜야 하는 책임을 벗어날 때 벌어진다. 그와 유사한 의혹이 쌓일 때 시중에 떠도는 범죄혐의의 가능성에까지 나아가게 된다.      


전문인의 직업윤리는 사회가 질서있고 조화롭게 굴러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문인이 지켜야  윤리규범을 어길   직종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만다. 일터에서 획득한 정보는 그곳에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공적정보가 사적으로 사용되어 불공정과 비상식이 난무하게 되면, 사회적 정의와 공적 신뢰는 사라지고 만다. 상식과 공정으로 운영되어야  사회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굴러가는 정글이 되고 말지 않을까. 사욕의 그늘이 일에도 미쳐 일은 일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터이다.     


직업인의 일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당신에게 그 일이 맡겨진 까닭에 성실해야 한다. 일의 소위를 밖으로 내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은 잘 해야 하지만, 동시에 잘 지켜야 한다. 일을 지켜야 사회가 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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