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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r 10. 2022

갓 퍼 올린 물동이처럼.

미생물학자이며 의사인 소크(Jonas Salk)박사의 생각을 다시 새긴다. ‘50년 후 벌레들이 없어진다면 지구는 멸망할 것이지만,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지구와 환경을 혼탁하게 만들어 지구가 망가지는 건 둘째 치고라도, 인간들은 서로를 헐뜯는 자중지란 끝에 공동체성이 무너진다는 경고가 아닌가. 그러니, 아름다운 지구를 회복하려면 인간보다 벌레들이 융성하는 게 낫겠다는 충언이 아닌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열심히 다투었다. 서로 흠집과 상처를 드러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가. 등지고 돌아서는 일이 그간의 일상이었다. 이제는 돌아보고 보듬는 열심을 내어야 한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우리는 모두 한 팀이 아니었느냐’며 국민들을 다독였던 미국의 오바마(Barack Obama)대통령을 기억한다. 


민주주의의 작동방식 가운데 선거가 꽃인 까닭은, 선거가 있어 힘을 가진 이들을 주기적으로 비판하고 평가하며 공동체의 나갈 방향을 다시 헤아려보는 데 있지 않을까. 돌아보면 부작용도 있고 가짜뉴스와 마타도어도 없지 않았지만 길게보아 선거가 있어 우리는 늘 새로움을 경험하는 셈이다. 우물에서 갓 퍼올린 물동이처럼 새 정부를 우리는 한마음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한 팀이었으니까.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루소(J.J.Rouseau)는 사람들이 겪는 선거의 경험에 관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대단한 착각이다. 그건 선거기간 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 모두 다시 노예가 되어버린다’고 경고하였다. 5년을 맡겼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가 우리에게 던졌던 약속들이 기대만큼 지켜지는지, 그들이 우리에게 다짐하였던 회복과 화합이 실천되는지, 나라의 청년들과 지역에도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그늘지고 어두운 구석이 이제는 사라지고 새 힘이 온 나라에 솟아나는지 살펴야 한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나라의 기운이 꺾일라 치면, 언제라도 매서운 채찍을 가할 수 있도록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국민에게 보장하는 ‘견제와 균형’을 끌어 올려야 한다. 


언어학자 촘스키(Noam Chomsky)는 ‘지성인들은 권력의 이해에만 복무하는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며 사회적 부조리에 침묵하는 이기적 행태를 꼬집은 게 아닌가. 변화와 혁신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으로 제언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들린다. 학벌과 지연, 차별과 격차, 혐오와 차단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사회적 지평은 집단적 자폐현상을 부르고 있다. 대통령과 새 정부는 나라와 국민의 선 자리를 분명히 보고 화합과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세월이 가면 나아져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수렁에 처박히는 느낌이 아닌가. 


치열했던 동서냉전의 막바지에 미국대통령 부시(George Bush)는 ‘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나라’가 되자고 당부하였다. 상처투성이로 남는 게 없기보다, 아픔을 딛고라도 국민의 위대함을 증명할 때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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