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그러네 Mar 24. 2022

교육, 백척간두에 서다.

대통령이 새로 뽑혔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건강한 내일을 향한 토론과 담론으로 북적거렸으면 하는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정치과몰입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난데없이 청와대 이전이 논란거리가 아닌가. 상상과 창의로 비전이 나누어지고 미래를 겨냥하는 지향성이 선명했으면 하는데, 날마다 들리는 소리는 전혀 비생산적인 아귀다툼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6월이면 동네마다 새로운 일꾼들을 선출해야 하는데, 나라는 온통 하릴없는 말싸움과 신경전에 빠져있으니 국민에게 희망은 언제 안겨주려는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열일곱 교육감들도 새롭게 선출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등과 대학교육은 나라의 미래가치를 오늘 기른다는 의미만으로도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판에 우리 교육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진정성을 실어 고뇌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은 어쩌다 이런 모양이 되었을까. 대통령인수위원회 조차 인사에서 교육계를 패싱하였다 하여, 교육부를 다른 부처와 통합하거나 심지어 폐지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현 정부의 실책 가운데 백년대계 교육에 대하여 분명한 철학과 미래지향을 바르게 세우지 못한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다음 정부에도 희망적인 기대가 걸리지 않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심대하게 우려되는 바이다. 심지어, 국정쇄신의 증거로 교육부폐지카드를 건다는 예측은 ‘다음세대’를 위하여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미국의 흑인민권운동가 말콤엑스(Malcolm X)는 급진적인 사회운동을 하였지만, ‘교육은 미래로 가는 여권과 같다. 왜냐하면, 내일은 교육으로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산적한 교육 관련 현안들 앞에 교육철학도 분명히 수립하지 못한 채, 업무를 이리저리 분산하거나 해체하는 모습은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벼이 생각하고 홀대하는 게 아니면 무엇인가. 


새 정부의 교육홀대가 교육 전면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지면 국가의 미래는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초중등 교육도 문제지만, 켜켜이 쌓여온 대학입시제도와 대학교육실태의 문제들은 어찌 되는가. 미래지평을 향한 전반적인 담론이 태부족인 오늘, 교육마저 뒷전으로 물려진다면 ‘내일을 위한 준비’는 누가 하는가. 공교육의 효능을 높이고 시급한 교육이슈들을 중심을 잡으며 다루기 위하여 교육부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   

    

교육이 백척간두에 섰지만, 누구도 신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혹여라도 부정과 비리가 교육계에 스며들면 나라의 뿌리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제라도 생각을 돌이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헤아려야 한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무겁게 여긴다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교육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국작가 부스캘리아(Leo Buscaglia)는 ‘변화야말로, 모든 배움의 결과물’이라고 하였다. 


평생 배워도 다하지 못할 교육에 나라의 마음이 실려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매거진의 이전글 갓 퍼 올린 물동이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