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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y 21. 2019

화성에는 왜?

미국이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장장 8억4천8백만 킬로미터를 날아 206일 만에 목적지 화성에 착륙하였다.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연구원들은 착륙의 순간을 중계하면서 모두 숨을 죽였다. “6백 미터, 3백 미터, 백 미터, 50미터, 37미터, 20미터, 17미터.. 착륙 확인!”을 외치는 순간, 하나같이 환호하였다. 온 미국이 환호하였다. 우주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자본주의와 무한경쟁의 맨 앞에 서서 국익에만 몰두하는 듯 보였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탐사선 ’인사이트‘는 화성의 핵에 주목하면서 탐사자료들을 보내올 것이라고 한다. 화성의 내부, 토질, 공기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가 도대체 오늘 우리에게 가져다 줄 이익은 무엇일까. 미국인들은 어떻게 저토록 공허해 보이는 탐사와 연구에 몰두하는 것일까. 그들이 꾸는 꿈은 얼마나 긴 시간대를 아우르고 있는 것일까. 저들이 살아있는 동안 가 닿지도 않을 이런 일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가 가진 상상력의 지평선은 얼마나 먼 곳을 보듬고 있을까.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쓴 이규태는 ’빨리 더 빨리 많이 먹어야' 하는 우리네의 조급함을 꼬집고 있다. 짧은 안목의 성급함이 지나치면 긴 호흡의 지평을 가지기 어려울 것임을 경계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경쟁사회를 가르쳐 준 미국이 오늘도 저런 긴 시각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간다면, 그들에게 배운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것일까. 목전의 이익과 미래 가치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우리는 그동안 ’모방과 추격‘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나라는 산업화를 통하여 남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쌓아 올렸으며, 국민은 민주화를 거듭하며 온 세계가 주목하는 터전을 만들어 내었다. 이제 우리가 겨냥하여야 할 지평은 그간 익숙해진 태도로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그런 변곡점을 겪지 않았을까. 우리가 새롭게 갖추어야 하는 시선의 끝점은 어디쯤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쿠바의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Che Guevara)는 어려움에 처한 동지들과 그를 지원하는 시민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꿀 것‘을 요청하였다. 앞뒤로 꽉 막힌 처지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불가능한 그 무엇을 향하는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제의가 아니었을까. ’상상(想像)‘은 원래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었던가.


둘러보아 새 것이 별로 없다. 세상이 넉넉하고 풍족하여져서 새로운 것을 꿈꾸어야 할 까닭도 그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앞서 가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에게 가능한 일들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다음 세대들이 ’불가능한 것을 꿈꾸도록' 가르쳐야 한다. 파사데나의 청년들은 화성에 간다는데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달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겁 없이 열어 가는 다음 세대를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있는 것을 배우고 나누는 것이 소중한 만큼, 끝없이 상상하고 꿈꾸는 젊은이들을 길러야 한다. 세상이 넓은 것을 가르쳐야 하지만, 우주에는 끝이 없음도 일깨워야 한다. 일상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해볼 위험한 발상에 손뼉쳐 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안전하고 가능한 일들만 반복하기보다, 불안하고 불가능한 도전을 반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성공을 칭찬하는 만큼 실수도 환영하여야 한다. ’인사이트‘호의 화성 착륙을 알리면서 환호하고 껴안으며 기뻐하는 저들이 부럽지도 않은가.  


’ 모방과 추격‘을 뛰어넘어 ’ 상상과 창의‘로 날아오를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겨냥하고 열어 가는 나라가 되고 지역이 되길 기원해 본다. 화성을 겨냥했던 저들이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새로운 우리만의 도전에 나서 보기로 하자. 상상과 창의로 열어 가는 내일이 오늘 벌써 기다려진다. 불가능한 꿈을 꾸어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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