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그러네 Mar 01. 2023

평등만으로 부족하다.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피지컬:100’에 등장한 출연자들은 출신, 성별, 국적, 직업에 상관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겨루었다. 같은 무게 돌덩이를 들고 버텼으며 같은 밧줄에 매달려 견디었다. 누가 보아도 차별없는 동일한 룰을 적용받으며 기량을 다투었다. 완전한 평등을 보장받으며 기량껏 겨루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진 사람은 불평없이 탈락했으며 이긴 사람은 힘차게 다음 승부에 도전하였다. 평등했으니 괜찮은 것일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똑같은 조건만 주어지면 세상은 좋아지는 것일까. 투명하고 평등했으므로 결과는 이제 공정했을까. 몸으로 겨루는 경쟁을 붙이면서 평등한 조건만 내걸면 모두가 결과에 행복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지만, 공정하기 위해서 더 생각할 필요는 없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회원국들에서 ‘성별 간 임금격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들여다본다. 남성노동자가 받는 평균임금에 비하여 여성노동자가 어느 정도 받는지 비교한다. 우리나라는 이 통계에서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31% 적게 받는다. 세계평균 12%에 견주어 부끄러운 수준이 아닌가. 사회문화적인 다른 까닭을 떠올려도 보지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여전히 낮은 대우를 받고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다.


다 자란 두 딸이 사회생활을 늠름하게 하길 바라지만, 여성이라는 까닭에 공정하지 못한 자리에 서지 않을까 부모는 걱정스럽다. 사회가 ‘공정’하려면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자원과 기회를 할당해야 한다. 평등을 넘어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는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여성의 권익향상과 차별철폐를 위해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며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삼는다. 올해 캠페인주제는 ‘공정포용 (Embrace Eguity)’이다. 평등한 기회제공만으로는 더이상 충분하지 않으며,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이다.


성경은 2000년 전에 이미 ‘남자와 여자가 같다(갈라디아서 3:28)’고 하였다. 기나긴 세월을 두고도 아직 우리는 남녀 간에 평등한 세상도 만들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공정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서로가 가진 처지와 배경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새롭게 해야한다. 똑같은 조건만 제공하였으니 공정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해가 생기고 또다른 불균형에 이르게 된다.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 쉽지않은 과제다. 기계적인 평등은 객관적인 조건을 같게하여 이룰 수 있겠지만, 보다 공정한 세상에는 더 많은 고민과 배려를 필요로 한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모두의 다짐이 있어야 비로소 공정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나마 평등한 조건을 확보했으니, 공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외부적인 조건이 차별받지 않을뿐 아니라 처지와 배경이 인정되고 능력과 경륜에 따라 공감있는 배려가 제공되는 공정한 세상을 당겨야 한다.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폭력, 나라의 문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