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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May 10. 2023

대학개혁, 진심이라면.

 정부가 3대 개혁을 내걸었다. 노동, 연금, 교육 분야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다. 마침, 교육부장관이 교육개혁을 위한 3대정책을 제시하고 연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세 가닥 가운데 ‘대학개혁’이 솔깃하지만, 대학교육의 ‘내용’을 바꾸기 위한 고민과 철학이 담겼다기보다 대학교육지원을 위한 ‘돈’관리체계에 집중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   

  

대학교육과 관련하여 해묵은 과제들이 많지만, 대학입시제도를 한번 생각해보자. 수능,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은 그 이름으로 시행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학력고사, 예비고사 등 유사한 기능을 가졌던 제도까지 생각한다면 무려 반세기를 넘는 동안 연례행사처럼 치러온 시험제도가 아닌가. 


교육계에서는 취지와 내용 등에 변화가 있어왔다 하겠지만, 수험생들과 사회일반에게는 그냥 같은 제도가 수십 년째 시행되고 있는 터이다. 인구감소로 학령인구가 대폭 줄고 고교학점제가 곧 시행될 것이며 대학교육의 기능과 실체도 여러 각도에서 도전을 받는 가운데, 대학입학을 위한 기본관문격 제도로서 수능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대학교육과 관련하여 바꿀 가닥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입시제도’이며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수능’이다. 본질과 취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며,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수능 다음날이면 입학가능점수가 예측되는 걸로 보아, 수능의 기능은 점수로 학생의 실력을 가늠하여 줄을 세우는 격이었다. 


대학 공부를 앞둔 학생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이전보다 다양해진 현실을 보더라도 수능점수로만 실력을 평가하는 일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수능의 역할을 실력평가가 아닌 학력인준이나 적성평가도 바꾸어, 대학입학을 위한 최소기준을 확인하거나 수험생 개인의 적성을 가늠하는 도구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    

  

수능의 형식도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서 이제는 벗어날 필요가 보인다.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수험생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현될 서술형, 논술형, 또는 단답형 주관식 시험을 시도할 때가 아닐까 싶다. 수능이 중요한 시험이긴 하지만, 일 년에 딱 하루만으로 정하여 그 한 날의 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도박형 시험제도도 수명을 다하였다. 몇 번도 응시가 가능하게 하여 학생들이 불필요한 긴장과 극도의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이름에 따라 서열을 정하던 사회적인 평가도 서서히 바뀌어 간다. 대학명을 간판삼던 세태에서 실제 역량을 기대하는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이 스스로 변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대학재정을 정부에 기대던 체질이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유도해야 한다. 돈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하던 정부의 태도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돈이 아니라 교육이 살아나도록 살펴야 하고, 대학은 스스로 일어서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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