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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Aug 30. 2023

기후위기, 기후재난.

처서(處暑). 여름을 지나 더위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예년에는 늘 그랬다. 처서를 지나 백로가 코앞인데 기온은 아직 고공행진이다. 2차 장마 소리도 들린다. 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한 달이었다. 가장 뜨거웠던 계절이 아직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어느덧 8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가을은 더디 오는가 싶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 부르더니 이제는 기후재난이라 적는다고 한다. 폭염과 홍수, 폭우와 가뭄, 폭풍과 한파, 산불과 허리케인 등 기후가 초래하는 이상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 올해 7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국립공원에서 섭씨 53도를 기록했는가 하면, 이란은 8월 초에 50도를 넘으면서 임시휴일을 선포하였다. 한겨울이어야 할 남반구 아르헨티나도 여름처럼 더웠다는 게 아닌가.     


기후가 재난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항공우주국 NASA는 인간이 주도한 지구온난화가 오래 지속된 결과라는 것이다. 기후가 자연현상 같지만, 실은 사람이 만든 결과일 수 있다. 탄소방출에 따른 대기오염, 에너지 과다사용에 따른 환경훼손 등이 초래한 인재(人災)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의 여파는 날씨와 기온에 머물지 않는다. 식품가격 상승이 불러오는 인플레이션을 푸드플레이션(Food flation)이라 부르는데 그 근본원인을 따져보면 기후변화라는 게 아닌가. 식량농업기구(FAO) 쌀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대비 2.8% 올라 129.7을 기록하여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쌀 세계수출량 40%를 맡았던 인도가 최악의 가뭄으로 수출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극심한 고온 기후는 인류에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온열질환의 가능성은 잼버리야영장에서 이미 목격하였다. 실제로 더워서 사망에 이르는 숫자가 홍수나 산불에서보다 많다고 한다. 일사병과 말라리아 등 심각한 질환에 인류는 다시 노출될 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 하와이의 마우이섬은 올여름 엄청난 산불로 관광, 여행, 레저산업은 생각도 못하였다. 


오랜 가뭄과 고온다습한 대기에 지나가던 허리케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빚은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그런 규모의 복합적인 기후재난이 다른 장소에서 재발할 확률은 점점 높아져 간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홍수로 인한 재난에도 국가와 지방자치체 차원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살피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발생한 자연재해를 맞아 대처하는 수준의 경각심으로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기후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울 터이다. 사전에 감지하고 대비해야 하고 자연재해를 맞아도 안전한 제반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건축관련 규정과 치수관련 시스템 등을 근본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기후관련 재난에 국민도 더 이상 수동적일 수는 없다. 주변에 산재한 위험에 경계를 늦출 수 없으며 물과 공기 등 자연자원의 이용과 소비에 예민한 시민의식을 발동해야 한다. 


가을은 오고야 말겠지만, 걱정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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