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원스푸드(Once Food)거리입니다’. 무슨 말일까. 관광지로 제법 이름난 국내 어느 도시 사거리에 걸린 현수막이다. 한글로 또박또박 적힌 글이라 읽을 수는 있었지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군민 플로깅챌런지’라 큼지막하게 적은 현수막도 보인다. 영문자의 도움도 없어 아예 그 뜻을 가늠조차 못하겠다.
어느 병원은 아예 ‘Moocheok Joeun Hospital’이라 상호를 내걸었다. 찬찬히 읽어 ‘무척좋은병원’이라 새기겠지만, 이래도 되나 싶은 떨떠름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글인가 영어인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겨레의 명절 추석을 맞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아연해 진다.
‘Special Live Dinner Buffet’라고 광고를 하거나 ‘Forest Camping BBQ’라 버젓이 적어 알린다. ‘프레시랍스터’와 ‘핑크새먼디쉬’가 맛있는 집이라며 손님을 모은다. 그런 표현을 보면서도 별 생각없이 이해하고 넘기는 소비자들도 문제가 아닐까.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우리글과 우리말이 무너져 내린다. 언젠가 로스앤젤레스 등 외국의 거리를 한국말 간판으로 물들인다더니, 이제는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우리말이 사라져 간다.
‘원스푸드’가 음식점에서 음식물을 두 번씩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니 그 뜻은 오히려 고맙다. ‘플로깅’도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도 줍는 캠페인이었다니 곱지않게 보았던 마음이 오히려 미안하다. 관광지라지만 이왕 한글로 적을 거였다면, 보다 새기기 쉽게 표현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한가위 명절을 맞으며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보듬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한글날도 다가오는데, 중국글자 한자(漢字)를 힘들어했던 백성들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던 세종임금의 마음도 다시 새겨본다. 우리가 우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우리말과 한글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업수이 여길 때 남들은 우리를 또 얼마나 값싸게 여길까.
멋진 우리말을 버젓이 두고 외래어와 외국표현에 익숙해지면, 우리말과 우리글은 또 얼마나 빠르게 사라져 버릴까. 때로 습관과 태도는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 대상이 우리만의 것이었을 때, 그걸 지킬 사람은 우리 밖에 없다. 세계화와 글로벌이 대세라 해도, 우리만의 고유한 멋과 맛은 소중하게 가직하며 지켜낼 때 빛이 나지 않을까.
한가위 보름달은 어디에도 뜨지만, 온겨레의 뜻을 실어 명절로 섬기기는 우리뿐이 아닐까. 정겹고 아름다운 전통은 지켜야 하고, 몸에 배어 습관이 된 문화는 키워야 한다. 밖으로부터 흘러든 문화와 영향도 어렵지 않게 받지만, 우리의 모습과 부딪힐 땐 잘 생각해야 한다.
때로 우리보다 나은 무엇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문화 안에 깃든 정서와 흐름은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가진 무엇이라도 함부로 가벼이 여겨 쉽사리 팽개치는 잘못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작은 나라지만 문화적 정체성과 경제적 영향력은 간단하지 않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소중히 여기고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