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보았다. 뼈아픈 희생들이 있었지만, 힘없는 시민들의 함성은 모두에게 마침내 가슴 벅찬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직선제 개헌을 시민의 힘으로 일구어 내었고 이로써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그런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우리는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은 그야말로 쑥 자랐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2017년의 기억이 뚜렷하다. 이번에도 시민의 힘으로 가슴 벅찬 일을 해 내었다. 구습에 찌든 정권을 몰아내었으며 시대정신과 함께 할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여러 모로 아직 그 평가는 이르겠으나 국민의 기대는 아직 살아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억과 기대가 아직도 생생한 지금,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있다. 1987년의 기억을 배경으로 펼쳤던 서울올림픽과 2017년의 기억을 배경으로 펼쳐질 평창올림픽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 평창올림픽에는 `남북관계`라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 더하여졌다.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북한 선수단이 참여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간 얼어붙었던 관계를 당장이라도 녹여줄 듯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을 해빙의 계기로 만들고 `평화올림픽`으로 성사시켜 갈 일을 고심하며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일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삼수 끝에 유치한 것이라 올림픽 그 자체로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며 국가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지만, 북한의 참여를 순조롭게 잘 이끌어 내면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도 매우 의미 깊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서 새로운 기대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올림픽과 남북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몰아가야 하는 형국인 셈이다. 올림픽도 성과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특단의 노력을 들여야 하겠지만, 북한이라는 어려운 상대가 있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통하여 동북아 지역이 평화로운 기운을 회복하게 하려면 참으로 지난한 수고가 더해져야 할 일인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며 북한의 계산이 또한 있을 터이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이를 두고 던지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올림픽과 남북관계를 모두 잘 치러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올림픽을 유치한 주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치와 이를 함께 축하하며 동반자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며 참여하는 북한의 자리를 함께 존중하면서 나라와 국민이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평창올림픽은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2020년 하계올림픽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며, 2022년 동계올림픽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들 세 번의 올림픽들이 연이어 동북아시아에서 열리는 일을 두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이 지역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과 발전의 기틀을 불러오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터이다. 그 일의 선두주자로 나선 대한민국이 그 첫 관문을 잘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참여로 그런 기운이 더해질 확률도 높아진 셈이다. 이제 우리는 1988년의 기억을 새롭게 불러와 2018년의 성공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나라 안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내었던 국민의 힘과 열정을 다시 살려내어 또 한 번의 국운상승의 토대를 가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세계인들에게 이 나라를 더욱 기억하게 하였다면, 평창올림픽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과 상상력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각인하게 하여야 한다. 이 일에 북한이 함께 하므로, 보다 깊은 의미가 새겨지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