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엔 애잔한 길고양이들이 마음에들어오면서 캣맘처럼 거리에 급식소도 차려보고 가방 속엔 항상 길냥이들을 위한 간식거리와 사료들을 챙기고 외출을 하고 있다.하지만 어느 날은 급식소가 갑자기 없어져 버려 황당한 날들도 있었고, 비 오는 날엔 사료들이 흠뻑 젖어버려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어 보기 흉하게 되는 날도 있었다. 혼자서는 정보도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은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배우고 싶어 동물보호 연대에 가입하였다. 좋은 정보도 많이 얻어보았지만 길고양이 중성화에 반대하면 등업이 되지 않는다는 한 리더의 공지사항이 있었다. 무슨 절대 진리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다양성이배제된 맹목적 논리에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동물보호 연대와는 거리를 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 애잔한 마음을 채워 줄 방법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지 등 많은 고민들은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고양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를 읽어보았다. 프랑스 작가 스테판 가르니에가 15년 전부터 자신이기르는고양이를 관찰하며 기록한 책으로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사람 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 욕조에 물을 철철 넘치게 받아놓고는 지구에 '피해'를 입힌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도 않았던 작가가 하루 동안, 그저 잠시만이라도 코드를 뽑고, 그 모든 연결을 끊고서 그저 가만히 숨 쉬고 싶었을 때, 그의 고양이, Ziggy가 소리도 없이 서재에 들어왔다고 한다. 고양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인간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삶의 태도를 본받고 싶어 Ziggy를 관찰하면서 바쁜 일상에서 살짝 물러나 평안과 미소를 되찾고자 이 책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작가는 당장 오늘부터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면 당신의 삶이 한층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나 또한 내가 지나가는 길에 마주친 수많은 고양이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에겐 어떤 인생이 있는지, 또한 어떤 결핍이 있는지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의 결핍을 채워 줄 부분이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한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본 그들의 삶과 결핍은 사람의 시선으로 본 나의 선입견과 패러다임이다. 동물인 그들의 입장을 사람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사람의 시선으로 보았다 할지라도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들을 알려고 관찰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Ziggy는 굉장히 매혹적인 존재이며, 자유롭고 카리스마가 있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호기심도 많고 독립적이며 자신감이 있는 성격이다. 이러한 기질의 Ziggy를 보다가 괜스레 코웃음이 나왔다. 내가 살아가면서 되고 싶고 닮고 싶은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성격과 태도들이 이 Ziggy가 이미 많이 가지고있어 보였다. 내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태도와 성격들이 고양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계속 책을 읽다가 고양이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아름답고.....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안다.
"어휘로 표현하지 못할 아름다움이 있다! 고양이는 그런 차원에 속한다." -루이 누세라 1928, 프랑스의 소설가
우리는 존재 자체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아름다운 것이지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매혹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p.135
ziggy는 어떤 삶의 태도를 보여줬기에 이 작가는 고양이처럼 살기로 했을까? 나도 조금 더 자세히 내가 만나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스테판 가르니에 작가가 얻은 자유와 평안, 즐거움 그리고 위풍당당함을 가지고 풍요롭게 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