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 시집_상실의 시간_ 16. 왜

질문 혹은 질책

by oh오마주


사진 : AI아트 전시 <12:germination>(열둘:발아) 중, NK프로젝트 작품 ㅡ 대구예술발전소



노인은 물었다

왜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이어 말했다

왜 그랬냐고


나이에 키만 줄지 않았다

당연한 게 하나 없는 현실도 망각해 갔다

그래도 알아주면 고맙고

알면서 몰라도 어쩔 수 없는데도

자신을 부정하기는 싫은 게다


강하다와 약하다를 구분 못해서

혼란에 누구나도 맞붙는다

괴로워 외친다

왜냐고

그리고 그러면 안 된다고 화냈다

왜 그러는 거냐고


오라 가라 이러자 저러자

증명해 보일 무언가가 필요했다

살아온 시절이 유의미하게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게


자신이 후순위가 될 사람이 어딨나

무응답과 냉랭한 거절은 안에서 들끓는 휴화산


노릇과 젊음을 욕심내는 연약한 알갱이는 구르고 또 구른다

공원 풀잎에게나 거는 푸념 섞인 새파란 말들

과장도 거짓도 섞어보지만

결국 시간관계상 끝나버린 형편없는 영화 같은 결말


몹쓸 왜에 갇혔다


그것은 가방끈이나 교양과 상관없이

착하거나 표독스러운 것과 다르게

영원히 힘 있고 젊고 싶은 마음

미끌거리고 축축하여 닦고 싶은 마음


산길에서도 구두 신고

갈 곳이 없어도 정장 입고

병세에도 알근하게 소주잔 털고픈 그런 마음


왜라고 묻지 않고 떠나도 될까,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냥이라고 해도 될까,

이런 걸 글로 남겨도 될까,

고민만 수백 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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