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 시집_상실의 시간_ 15. 문장 거종(擧踵)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위해 시간을 잊다

by oh오마주


문장 거종(擧踵)



나는 문장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서둘러 쓰지 않고

조용히 받아 적고

그 문장이 내 안에서 쓸쓸함과 솔직함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문장이 움직일 때 글을 쓰고

그 문장을 스스로 다 읽고 나서야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때가 돼서야


오른손을 왼가슴에다 대고

넓은 세상이 아닌 스스로를 향해

무언가를 꺼내어 보여줄 수 있어서


준비자세로

순수하게 바라보고

험하든 조용하든 외롭든

문장이 기다리라던 언덕에서


온갖 마음의 색을 섞는 무기일지 모르나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독성일지 모르나

기절할 듯 가장 잔혹한 태도로


문장을 기다립니다


살았다는 사실을

오직

문장으로만

느끼기 때문입니다.



*거종(擧踵) : 발돋움을 하고 있을 만큼 몹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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