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과 운문을 합치면 순문이 된다. 우리도 합치면 변한다.
줄 선 쓰레기봉투 곁으로 앞발로만 걷는 노묘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걸었다
쥐를 잡는 자세로 숨을 가쁘게 쉬고 침을 흘렸다
축축하게 젖은 긴 수염과 겨우 뜬 마른눈
안쓰럽게 바라보던 내 모습이 주차된 차들에 비치었다
그저 당연하게 지나가는 차들에도 비치었다
겁 잃은 고양이와 눈 맞춤을 피해 걷다가 떨어지던 액체를 떠올렸다
눈물 침 욕 꿀 알 수 없는 흐르는 것들이
떠나가고 있었다
잃은 건지 돌아가는 중인지 생각하느라 현기증이 날 때쯤
도착한 현실이었다
작고 어린 아장거림도 나를 그런 식으로 봤다
미처 포효하지 못한 늙은 고양이도
나름대로 이토록 웃었을지 모른다
내게도 네게도 안녕과 같은 안전 신호
노인이 된 내가 안쓰럽게 바라봐지는 때에
나름대로의 장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명절을 앞두고
파를 사고
제수 밤을 사고
가을 포도를 사고
흥정을 하고
도로에서 끌개를 끌고
올지 안 올지 반길지 안 반길지 알 수도 없이
어딘가에 도착해 버리려 걷는 것이다
그곳도 현실일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산문도 운문도 아닌
순문을 쓰는 것이다
섞인 세상을 뒤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