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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석 삼촌은 많이 팔고 천국에 가겠다고 했다.
뜬금없이 이름이 왜 혈석이냐 물었을 때, 개그맨 김구라처럼 자신도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싶어서 만든 '부캐'라고 했다. 곧 환갑이 다되는 사람이ㅡ 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혈석 삼촌은 한때 영업왕이었다.
엄마 집안에는 영업왕들이 많다. 수많은 영업왕들 중 하나일 뿐, 특별해 보이는 건 없었다.
키가 크고 뽀얀 얼굴에 작은 눈이 호감형이지만, 시건방지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특히, 연세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하극상이었다. 한두 살은 나이로 치지 않았다. 동네 쌈닭이었다.
두툼한 입술로 먹고살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매우 부지런한 사람인건 인정해야 했다. 소속된 집단에서는 늘 인정받았다. 사람이 많은 모임을 겁내지 않았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밀고 나가는 의지와 끈기가 있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영업세계에서는 실적이 권력이 된다. 늘 상위권이었다. 겸손했다면 임원급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감투'보다는'월급 통장 계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계급장을 떼고 말하기 일쑤였다. 영업쟁이가 영업만 잘해야지, 라며 한물간 선배들을 무시하는 짓을 해댔다. 별명은 '밉새이'(밉상 방언), 눈을 흘기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 예뻐하는 상사들도 있었다.
혈석삼촌은 그냥 개성이 강한 삼촌이었고, 다른 어른들보다 늘 즐거워 보였다.
어른들 세계에서 결혼이란 가파른 언덕에 완장을 차고 올라가는 일이었다.
스물아홉 결혼하고 첫 해, 아이를 가졌고, 낳았고, 남편은 실직했다.
철학관에 결혼 날짜를 받으러 갔을 때, 명리 선생님은 나에게 강력한 조언을 했다. '늘 엎드려 사람을 위로 올려다봐라.', 그리고 내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특히 남편-을 잘 챙기라고 말했다. 대충 이런 말이었다. '결혼하고 남편을 잘 대해줘라. 남편이 어려움에 처하면 나를 가까이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항상 측은지심을 가져야 해. 자식은 하나만 낳아. 많이 낳으면 남편이 아플지도 몰라.', 아주 일어나지 않을 일들은 아니었다. 우리는 항상 불안한 환경에서 사랑하나만을 가지고 결혼했기 때문이다.
말처럼 되고 보니,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지고 마음이 수축했다.
실직한 남편은 보름동안 폐인처럼 지냈다.
술과 눈물, 눈앞이 어두워지는 사람처럼 견뎠다.
우리는 그 시절을 함께 극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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