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지옥 Toast6. 전두엽씨의 망언록

사후 이혼

by oh오마주

"갈 때까지, 이런, 망할 영감탱이!"


금이 할매는 가느다란 목젖이 찢어져라 외쳤다.


황혼 이혼을 꿈꾸던 금이 할매는, 사별을 맞이했다. 금이 할매는 44년생 원숭이띠다. 꽃 같은 스물에 결혼해서 동물원에 갇힌 인생 같았다고 한다. 모실만큼 모셨고, 키울 만큼 키우고, 봉사할 만큼 봉사했으니, 네놈 영감네 집안의 무덤에는 안 가겠다ㅡ 말하며, 한라산 담배를 오리 보냉백에서 꺼내어 입에 꼬나물었다. 보냉백에 넣으면 모든 게 싱싱해질 거라는 믿음, 싱싱한 담배의 연기를 뻐-끔- 노을을 향해 내뿜었다. 뿌예진 노을이 가시려 할 때 엽이 할배는 마른침을 삼키며, '알았네.' 대답했었다.


"우라질, 미친 영감탱이가, 이, 이, 이, 이, 썩을 영감탱이가!"


큰 소리에 놀라 얼른 소리가 나는 안방으로 뛰어들었다. 상복을 벗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장례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금이할매는 허탈해했다. 거실에서 죽은 사람 사진을 꼭 끌어안고, 영감 내가 미안하네, 여보 내가 미안하네, 두엽씨 미안하네, 했었다. 실성한 듯 꺼이꺼이 울었던 눈물자국도 다 가시지 않았다. 금이 할매는 안방에서 손에 공책 하나를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오므라진 입술 사이로 말이 새어 나왔다.


"죽어도 이혼되쟈? 이? 이런 씨, 저승 찾아가서라도 이혼해 버릴 거여, 내가!"


전두엽, 그는 삼백안이었다. 삼백안이라도 죽고 눈을 감으면 흰자위만 남아 '여백안'이 되어 버린다. 여백만 가득한 식어가는 인간은 식물보다 파랗고, 털이 몽땅 뽑힌 동물처럼 애처로웠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었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었다면, 눈물이라는 따뜻한 엔딩크레디트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보낸 지 고작 3일이 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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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 중독자 oh오마주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독후감을 쓰고,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글들은 제 눈으로 보는 작고 소중한, 아름다운 모든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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