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362쪽 : 내 사랑이 이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는 마땅히 허석이 아닌 이 더러운 낯빛의 구부정한 아저씨를 사랑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거였다.
363쪽 :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366-367쪽 : 이모와 함께 도청소재지에 간 것은 그 주말이었다. 이모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나는 산부인과 복도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지루하고 불안한 시간이었다.
367쪽 : 달걀 두 개를 이모는 제법 맛있게 먹었다. 그 달걀은 입덧이 사라진 뒤 처음 먹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 몫으로 이모가 무릎 위에 놓아준 달걀을 집어서 이모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368쪽 :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함께 평면 이동을 할 뿐 이모의 얼굴은 초상화처럼 고정된 표정이었다. 살아 있는 얼굴이 아니라 차라리 창틀을 액자 삼아 들어 있는 흑백사진 같았다.
375쪽 : 허석을 새 사랑이라고 여기고 경솔하게도 삶의 악의에 몸을 던져버렸던 이모는 그 대가를 치르느라 몸과 마음이 다 망가졌지만 홍기웅은 그날 밤 이후 어떤 결심을 했는지 그 과정은 모르겠으되 지금 분명 그때보다는 격상된 삶 속에 있었다.
376쪽 : 모든 것을 알았다 할지라도 이모의 고통이 그의 마음을 쓰라리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꽤 희귀한 것을 갖고 있는데, 바로 순정이었다.
380쪽 : 60년대엔 나에게 아버지가 없었지. 그러니 이건 새로운 농담인 거야. -중략- 맙소사, 아버지라니, 70년대엔 내게 아버지가 있다니, 이건 대단한 농담이다.
383쪽 : 할머니와 이모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도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나는 삶을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로 분리시킬 것이다. 만약 실패하면 엄마의 자아처럼 분열 돼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없다. 나는 거리 밖에 있는 내 삶을 그런대로 성실하게 꾸려갈 것이다.
385쪽 : 사랑이 여전히 배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나를 안심시킨다. 만약 사랑이 무겁고 엄숙한 것이었다면 나는 열두 살 그때처럼 상처의 내압을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387쪽 :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1. '보여지는 나, 바라보는 나'
진희의 12살 삶이 겨울에 닿았다. 신체적으로 변하였고, 생각도 변했다. 진희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들로 끝이 났다. 70년대로 넘어가면서 아버지와 계모, 동생이 생긴 평범한 가족이 생겼다. '생각만 반항'하는 순간들이 해소되면서 시원섭섭한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프롤로그에서 궁금했던 일상이 에필로그에서 풀어졌다. 수학공식을 정확하게 풀어낸 듯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섭섭함, 진희가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는 안도감,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내면에 자신은 따로 있음을 알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성인이 보이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직업이나 권위가 아니더라도, 대체로 생각하는 대로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몰상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본인을 과하게 나무라지 않았음 했다.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혹은 나처럼 '평범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일 수도 있겠다, 공감했다.
끝으로, 진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어 바라보는 나가 바뀌었다. 글쓰기 문장에서 '취급 주의'를 달고 있는 '나'라는 표현에 자유로워 행복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