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가치관, 분위기, 그리고 관계
포토샵을 하다가 색상 창을 보고는, 문득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색깔. 그리고 다양한 인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아간다. 가족, 학교 친구들,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 회사 동료들 등등. 마음을 많이 주든 아니든 대화를 할 일이 있다. 서로 오해도 이해도 하면서 산다. 사람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을 바라볼 때 색으로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내가 생각했던 ‘인간과 색상 간의 공통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색상 창을 보면 참으로 다양한 여러 색상이 나열되어 있다. 모든 색이 ‘색’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모두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르기도 하다는 것이 왠지 인간 같다. 모두 인간이지만, 다 다르게 생기고 성격 또한 비슷할지언정 똑같은 사람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색은 저마다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색깔’은 마치 인간이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고유한 성질, 가치관, 성격, 세상을 보는 시각, 취향 같다. 세상을 둘러보면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둘이 만나 함께 밥을 먹더라도 결국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차이가 바로 색상의 차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선명한 색상들이 서로 다른 색을 지니고 있다는 건 확실한데, 옆의 비슷한 색, 비슷한 색을 보다 보면 노란색이 초록색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건 아마 변화에 대한 가능성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자기 동일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변화 가능한 존재이기도 하다. ‘의지’에 따라 어디로 갈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는 형형한 개나리 노란빛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맑은 하늘의 푸른빛처럼 살고 싶다면 하루하루 그 마음을 간직하고 조금씩 변해 결국은 그 푸른빛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 그런 것처럼 여겨진다.
톤은 미술에서 명암, 농담 등 색채의 명도와 강도 등을 의미한다. 톤을 사람과 연결한다면, 누군가의 톤은 그 사람이 대부분 향유하는 ‘기분’이나 저절로 풍겨지는 ‘분위기’, ‘행동과 말투의 온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색상이 본인만의 가치관과 취향에 비유된다면, 톤은 풍기는 느낌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더라도 어떤 이는 강력하게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 여러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또한,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더라도 누구는 생의 대부분을 우울한 기분으로, 누구는 활기찬 기분으로 사는 것도 바로 톤의 차이와 비슷해 보인다.
보색은 임의의 2가지 색광을 일정 비율로 혼색하여 백색광이 되는 경우, 또는 색상이 다른 두 색의 물감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 무채색이 되는 경우로 색상환에서 서로 대응하는 위치의 색이다.(출처 - 색채 용어사전) 예를 들어 빨강과 청록, 노랑과 남색은 서로 보색의 관계이다.
초등학생 때 종이접기를 할 때, 나는 보색의 색종이보다는 한쪽이 하얀 색인 색종이를 좋아했다. 보색의 조합은 왠지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술 시간에 보색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는 보색 관계의 색은 왠지 친구가 될 수 없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섞이면 새로운 예쁜 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을 잃고 무채색이 되는 게 왠지 개성을 잃는 것 같았다.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정반대의 사람을 만나, 섞이는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결국 서로의 개성이 흐릿해져 간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는 예전의 나와 예전의 상대를 그리워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무채색의 성질과 흐릿함이 도움이 된 적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무채색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색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보색의 관계처럼, 인간 관계도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섞이면 무채색이 되는 걸까?
‘역시 반대 성향의 사람하고는 어울릴 수 없어.’라고 단정하지 않기로 한다. 왜냐면 방법에 따라,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매력적으로 어울리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색 조합을 보면 꼭 비슷한 색상끼리의 조합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다른 색과 톤이어도 조화로운 순간들이 온다. 꼭 둘이 뒤엉켜 섞이지 않더라도 단지 곁에 있음으로, 존중해줌으로 본인의 색을 잃지 않고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인간관계는 비슷한 사람만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모든 유형 사이에서 가장 적당한 ‘방법’을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람들을 바라보니, 단순히 나와 맞는 사람이고 아님을 떠나 상대방이 어떤 색과 어떤 톤의 사람이며, 그래서 나라는 사람과는 어떠한 관계에 놓일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사람은 변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래서 관계에 대해 고민이라면 자신과 상대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함께, 우리 모두 변한다는 속성을 염두에 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