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온도와 촉감
강아지와 고양이의 정상 체온은 약 38도 안팎이라고 한다. 인간보다 좀 더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이 따뜻한 친구들을 가득 품에 안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시원한 동물처럼 느껴지려나?’ 왜 고양이와 강아지는 하필이면 인간보다 좀 더 따뜻할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데 체온마저도 이미지에 맞게 뜨뜻하다니!
우리 집 강아지는 2012년에 태어나 2013년,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아주 자그마한 몸집을 하고는 우리 집에 왔다. 하얗고 발랄한 말티즈였다. 현재는 11살의 풍채를 자랑하는 건장한 아저씨 말티즈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귀엽다. 강아지도 사람도 좋아하는 매너 강아지다.(몰랐는데 고양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고양이에겐 시크한 금동이다.)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는 동의할 거다. 회색이었던 우리 집안을 밝혀준 건 금동이라는 것을. 무뚝뚝한 표정으로 집 문을 열 때 1초 만에 가족들을 웃게 해준 건 금동이 덕분이라는 걸. 타고난 체온뿐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온기를 풍기는 이 강아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강아지는 타고나길 인간보다 더 따뜻한 사랑을 주는 법을 알고 태어나는 것 같다. 깜빡하고 핸드폰 충전기를 놓고 나와 다시 가지러 간 그 짧은 사이의 시간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그 찰나의 시간에 나는 “아냐~ 나 충전기 가지러 온 거야!” 변명을 한다. 그 변명의 속내엔 고마움과 미안함, 감동이 담겨있다.
시간 상관없이 주인에게 관심을 주고, 매번 똑같이 기뻐할 줄 아는 강아지의 따뜻한 사랑을 배워 그대로 돌려주고 싶지만, 노력을 해보아도 매번 내가 좀 덜 주는 것 같다. ‘강아지가 알려주는 무한 사랑 느끼게 해주기’ 특강이 열린다면 나는 꼭 수강하고 싶다.
우리 집 고양이는 2021년 7월 7일에 왔다. 그래서 이름이 럭키다. 장흥에서 차를 얻어 타고 우연히 헤이리의 한 미술관에 내려 애묘인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내 친구의 구조를 거쳐 우리 집까지 오게 되었다. 암컷 코숏 치즈냥으로 아주 잘 구워진 빵색의 털을 뽐낸다.
고양이와 가족이 되면서 알게 된 점 중 하나는 고양이 털이 정말 정말 보드랍다는 거다. 반복된 염색으로 뻣뻣해진 내 머리를 만지다가 고양이 등을 사르르 쓰다듬으면 어쩜 그리 부드러운지, 온 세상의 부드러움을 형상화한 것만 같다. 고양이가 인간 손을 자주 벗어나는 이유는 아마 아주 오래 전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가만히 있으면 인간들은 우리를 너무 많이 만져!’ 유전자가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보들보들의 기쁨. 내 피부, 옷 섬유, 전자기기, 각종 물건을 필요해서 만지는 손길을 떠나 그 자체로 너무 좋아서 쓰다듬고 만지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들과 함께 하는 하루들은 나 혼자 일 때 보다 1.5도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