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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an 03. 2024

살기위해 장사(자영업)를 해 보면 어떨까?

카페? 편의점?무인 라면 자판 가게?뭘 하면 되지?


10년을 가정 주부와 경단녀로 살다가 다시 취직을 하려니 두려움도 있었다. 10년 동안 사회적 인재와는 별개로 살았고, 나이도 많고, 자격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 전공을 살려서 내가 원하는 일 자리로 가기도 힘들 거 같아 보이고, 이래저래 걸림돌만 많아 보였다. 친구들과 통화를 해도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우리가 나이가 많은데, 이 나이에는 자영업 아니면 답이 없어."다. 더구나 이 나이에 식당 아줌마를 할 거야, 막노동를 할거냐는 거다.


친정 아빠도 내가 갑자기 남편에게 떠밀림 반, 경제적 이유로 반, 갑자기 딸내미가 해 보지도 않던 배달 매니저 일에 쿠팡 물류 창고 노동까지 하는 걸 보시고 놀라셨다. 딸내미가 고생하는 거 같아 속이 답답하시기도 했나 보다. 차라리 작은 카페를 하나 차리든, 편의점을 차리든, 뭘 하나 운영해 보는게 어떠냐고 하셨다. 차리리 네 걸로 장사를 하는 게 낫지 나이 사십 넘은 나이에 생전 해 보지도 않던 노동 일을 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셨나 보다. "그래, 뭐 일단 해 보는데..."라고 말해 주시면서도 아빠의 표정이 좋지 않으셨던 건 사실이다.


그러다 동네 대형 마트 안 1층에 작은 카페 하나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올라 왔다. 친정 아빠는 그 마트 안이면 괜찮은 거 아니냐며 알아 보자고 하셨다.


원래 있는 카페 그대로 인수 받는 거라, 카페의 물품을 그대로 500만원 정도에 준다고 했다. 그리고 카페 본사에 내는 돈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인수 받으면 그 카페 운영을 돌리는 본사에 가서 한 달 동안 메뉴 교육을 받는 한 달 비용이 300만원 정도였다. 그렇게 해 인수금까지 해서 총 7천만원이 넘었고, 8천만원이 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대형 트 안에 있어서 굳이 따른 홍보 비용이 들지 않을 거 같았고, 당연히 자연스레 왔다 갔다 하는 유동 인구들이 생기는 장소라 장점이 많다고 생각 했다. 친정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셨나 보다.


동네에 아들이 다니는 같은 학교 학부모인 40대 카페 여사장님이 계시다. 학교 앞에 있는 거라 엄마들이랑 자주 가기도 했고, 학교 앞 모임을 대부분 그 카페에서 하기 때문에 여사장님은 동네 엄마들과 학원 선생님들 음료 성향과 얼굴을 거의 다 알고 계셨다.

그 카페 여사장님이 얘길 들으시더니, 카페 차릴 때 그 카페 안의 커피 기계와 도구가 비싼데 그 정도면 총 인수 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크게 나쁘지 않고 비싸지 않은 거라고 했다. 그래서 친정 아빠와 일단 그 매물 내 놓은 담당자를 만나 보기로 했다.


그 날 저녁,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는데 반응이 내 생각과 달랐다. 화를 내듯 조목조목 따져 가며 나에게 뭐라 하기 시작 했다.

장사를 인수 한다고 다인 줄 아느냐,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쉬운 줄 아느냐, 요즘은 직장에서 젊은 애들 뽑아도 하루 일하고 맘에 안 들거나 힘들면 안 나온단다. 일을 제대로 배우려고도 안 하고, 안 나오면서 문자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단다. 그냥 자기 맘에 안 들어 회사에 안 나오면 그만이란다. 왜 안 다니기로 했는지 문자라도 주는 애들은 그나마 양반이란다. 장사를 한다는 애가 물품 관리를 해 봤냐, 장사 하면 잠도 더 못잔다는 둥 둥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투로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망설임 하나 없는 강력한 반대였다.

그런 걸 인수해서 한다 해도 카페나 서비스 직 같은 곳에서 제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워 보고 결정하라며 난리를 쳤다.


틀린 말들이 없어서 반박도 안했지만, 나라고 쉽게 생각해서 해 보려 하는 걸까 싶은 서운함이 울컥 올라 왔다. "그래,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게."라는 말만 하고 다른 대꾸는 안했지만, 본인만 현실 알고, 본인만 생각이 많나 싶은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네가 뭘 할 줄 안다고, 네가 뭘 안다고...", "작가일 본격적으로 시작함 엄청 바쁘대, 집안 일이나 잘해, 애나 잘봐.", 쿠팡 물류 창고에 노동 아르바이트 하러 나가는 나한테 재밌다는 듯 웃으며 "할만 하냐? 막노동인에 돈을 왜 그것 밖에 안줘?" 식이었다. "힘들진 않아? 너 나이가 있는데 그런 거 말고 몸 안 다칠 수 있는 건 없어?" 따위의 말은 이제 나도 바라지 않는다. 그런 말은 친정 아빠가 진짜 걱정스런 얼굴로 대신 해 주신다.


내 오랜 친구들도 알지만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걸 생각하는 성향이 아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닥치지도 않은 것까지 미리 생각해 볼 정도로 생각이 이래저래 많다. 그래서 단짝 친구가 친정에서 장사 잘 되던 문방구인데 떡볶이 장사까지 겸하고 있어서 수익성이 괜찮아 보이니 해 보겠냐고 제안을 해 주신 적이 있다. 친정에서 친구 이름으로 인수를 해 줄 테니 해 보려면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게 사업을 오래 해 오신 친구 아버님의 제안이셨다. 그 친구는 내가 여기저기 정보를 모으고, 내가 직접 다 발로 뛰어서 알아 보는 성격인 걸 알아서 나한테 전화해 시장 조사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논을 하기도 하는 정도다.


방송 작가 일 할 때도 한 번은, 아는 이사님이 후배인데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대 앞 지하 1층에 파스타 집을 오픈했는데 장사가 잘 된다고 하셨다. 안쓰러워서 그런데 그 메뉴 가지고 가서 가르쳐 주며 몇 달만 아르바이트 한다 치고 좀 도와 주면 안되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친구 요리사한테 배워서 집에서 조리해 먹고, 친구들한테도 해 주는 걸 보시더니 그런 제안을 하신 거다.

나는 그때 왜 그랬는지 금세 오케이를 하고 그 파스타 집으로 일하려 갔었다. 갔는데 이  후배 분, 내가 보기엔 기본적인 준비가 안돼 계셨다. 조리를 하며 바로바로 지켜야 할 깔끔함과 조리할 때 지켜야 할 순서도 안 지키셨고, 손님한테 음식이 나갈 때 지켜야할 시간과 매너도 몸에 베어 있지 않으셔서 표정은 항상 무표정에 자신감도 전혀 없으셨다. 손님한테 주문 받을 때조차 어설프셨다.  나는 잔소리를 하고 하다가 결국 열흘 만에 아르바이트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고 나와 버렸다.


물론 그렇다 해도 실제적인 경험이 거의 짧다 보니, 남편 말이 틀린 말들은 아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진짜 나도 한 번 해 볼까?'를 결정하는 거냐는 부분이 틀렸을 뿐이다.

하나뿐인 자식이 특기가  있고, 좋은 중학교에 보내고 싶고, 힘들겠지만 한 번 도전해 보자였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내가 좀 힘들어도 감당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였다. 아들도 지 인생은 지가 살아야지, 특기가 언제까지 간다고, 항상 유난이라고 하는 남편과 교육관도 너무 다르고, 아들의 마음은 들여다 보지 않는 남편에게 위기감이 느껴져서였다. 자기가 먼저고, 내가 원하는 한을 벗어나는 희생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 자신이 중심인 남편을 보며 내 노후가 걱정으로 다가와서였다.


나는 동네에 단골 편의점, 미용실, 카페 사장님들과 처음엔 인사만 하다가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정보도 은근 얻어 내는 성격이다. 그래서 임대료가 얼마인지, 수익은 남는 편인지 등을 알게 된다. 편의점에도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다는 것도 단골 편의점 사장님과 수다를 나누다 알게 됐다. 길거리를 돌아 다니다가도 장사 잘 되는 가게를 유심히 쳐다 보고 은근히 지켜 보기도 하는 편이다.

장사를 하려면 일단 그 동네의 유동 인구 나이 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제력도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가격 때가 어느 정도 수준의 물품들을 팔아야만 장사가 될지 안 될지를 대충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가게 자리가 너무 중요하다. 번화가의 목이 좋은 곳은 임대료와 보증금이 높다. 대신 왔다 갔다 움직이는 유동인구가 매일 많아 박리다매의 장사 결과가 좋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네 골목이라도 '저기가 장사가 돼.'라고 생각 되는 곳이 장사가 되게 잘 되는 경우가 있다 지켜 보다 보면 그것도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긴 한다. 물론 그런 걸 다 꼼꼼히 따져서 차린다 해도 자영업으로 다 살아 남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가 길었고,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지금은 더더욱 자영업이 조심스럽다. 지금 상황에서는 안정적이라는 월급쟁이들도 힘들고 자영업자들도 힘들다. 어찌 보면 하늘이 내게 밝은 운과 정말 잘 되는 기운의 복을 주지 않는 한 뭐가 잘 되라는 걸 예상하기 힘든 시기일 지도 모른다. 빈부 격차도 커져서 돈 있는 사람들은 있다. 학원비, 세금, 주유비, 대중 교통비, 시장 물가가 다 배로 오른 지금은 중산층이 없다. 있는 사람들은 있고, 돈 버는 사람들은 계속 벌고, 힘든 사람들만 무너지고, 자살하고, 경매를 당하기도 하는 시기다.


뭐든 신중한 시대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 나이 많은 경단녀들은 더 신중하고 두려움을 안고 다시 사회 생활에 뛰어 들어야 한다. 솔직히 누구나 내가 애 엄마지만 말 많은 학부모 사이에서 전문적으로 능력 있고 멋져 보이는 내 아들의 엄마이길 바라는 것도 찐으로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것도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시 사회로 나가면서 내가 이 나이에 내 부모님에게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내 자식에게도 멋지다는 말을 듣고픈 일을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생각과는 다른 현실이 눈 앞에 닥친다. 이력서 내려고 잡 코리아나, 알바몬, 워크넷에만 들어가 봐도 크게 체감한다. 그렇다고 자존감 무너지며 계속 한숨만 쉴 수도 없다. 그래서 차라리 힘들어도 자영업을 해  볼 수 있으면 도전해 보는 것도 어떨까 싶은 생각은 계속 갖고는 있다.

나이 사십이 넘은 나이에 재도전은 어떤 게 정말 나와 내 경제력과 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지를 다양하게 고려하고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오랜만에 만난, 나와 한 두  살이나 두 세살 밖에 차이 안 나는 동생들도 나이 들어 가니 남편이랑 편의점이나 하나 차려봐, 카페나 하나 차려서 해봐, 의논하며 알아 보고들 있다고 한다.  


나처럼 자영업도 고려하는 분들은 일단 가게를 차릴 장소의 목이 좋은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월세로 시작할 건지, 은행 대출을 껴서라도 상가 매매를 해서 시작을 할 건지, 예산을 어느 정도로 잡아서 시작을 할 건지, 동네 성향이나 동네  주민들의 경제력이나 나이대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잠을 줄여서라도 그 장사에 매진할 체력이 되는지, 손님을 대하면서 자존심을 내려 놓고 웃으며 대할 수 있는지, 고되더라도 도전해 볼 생각이 진심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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