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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영화 트리트먼트 오이디푸스
참 오래된 트리트먼트 습작 글이다.
by
O작가
Feb 02. 2024
한적한 도로 위다. 경탁의 차가 도로 위를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차 안, 운전석에 앉아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경탁의 표정이 초조해 하는 듯 하면서도 어둡다.
경탁의 표정 위로 어릴 적, 울고 있는 경탁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리고 경탁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 정환(경탁의 친아버지)의 뒤 모습 만이 보인다.
정환의 한 손이 경탁의 어깨 위에 얹어진다.
정환(경탁의 친 아버지)의
목소리가 메아리 울리듯 들려 온다.
“네 엄마는 죽었다. 이제 엄마는 잊어라.”
다시 경탁의 차 안이다.
운전하고 있는 경탁의 얼굴 미간이 괴로운 듯 찡그려졌다 펴진다. 경탁은 입술을 꽉 문다.
운전석의 속도 계기판이 점점 올라간다. 경탁은 화가 난 듯 한 얼굴로 차의 속도를 최고로 높이고 있다.
경탁의 차 뒤로 또 다른 차 한 대가 경탁의 차를 미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탁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경탁의 차를 미행하는 차 안의 남자가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운전하고 있는 핸들이 보인다.
그리고 경탁을 미행하는 차 안, 운전석 옆 백 미러에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얼굴 위 쪽 부분이 비추인다.
(경탁을 미행 하는 차 안의 남자 얼굴이나 전신은 화면에 보여 주지 않는다.)
도로 위, 경탁의 차가 죽기를 각오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도 거침 없이 달리고 있다.
야외에 떨어져 있는 작고 깔끔한 정신병원의 전경이 보인다.
카메라 빠르게 정신 병원 건물 전경을 비추이고 정신 병원 일각의 창문을 통해 정신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정신 병원 공동 휴식 실 안에 보이는 정신 병자들과
그들을 감시하기도 하고 돌보기도 하는 정신 병원의 직원들이 곳곳에 보인다.
정신병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깔끔하고 고급스런 신사 복 차림의
(화면에 경탁의 얼굴은 보여 주지 않는다) 경탁의 뒤 모습이 보인다.
정신 병원 복도를 걷고
있는 경탁의 발걸음 소리가 침착하면서도 유난히 크게 들린다.
경탁의 손은 무엇인가를 억누르며 참고 있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있다.
경탁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정신 병원 원장실이다.
경탁이 원장실로 들어 가자 무표정하고 냉정한 얼굴로 서 있는 영욱의 얼굴이 보인다. 영욱은 경탁이 원장실로 들어서자 아무 말 없이
경탁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인다.
경탁이 영욱을 쳐다보고 영욱의 옆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정신 병원 원장이 의자에 묶여 있고 원장의
책상 위에 날카롭게 날을 반짝이고 있는 칼이 놓여 있다.
정신 병원 원장은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별로 겁날 것은 없다는 듯 담담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원장은 원장실로 들어와 문을 닫는 경탁을 올려다 본다.
경탁은 원장 앞으로 다가가 원장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칼을 집어 들어 자기 얼굴 앞으로 칼을
바짝 갖다 댄다. 날카로운 칼날에 경탁의 얼굴이 비추이고 있다.
“내 어머니 어디 계시지?”라고 묻는 침착하고 차가운 경탁의 목소리가 원장실 안의 침묵을 깬다.
원장은 경탁을 올려다 보며 입술을 열고 “건물 맨 꼭대기 층, 단독 특실.”이라 대답한다.
그러자 옆에서 영욱이가 방 열쇠를 경탁 앞으로 내민다.
경탁이 괴로움을 참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칼을 들고 있지 않는 다른 한 손으로 영욱에게 열쇠를 받아 든다.
경탁은 열쇠를 손 안에 꽉 쥐며 원장 책상 위에 거칠게 칼을 내려 놓는다. 경탁이 원장 책상 위에 내려 놓은
칼이 책상 윗면에 부딪기는 소리가
원장실 안을 가득 메운다. 순간, 원장은 그 순간만큼은 조금 참기 힘들다는 듯 눈을 감으며
힘겹게 침 삼키는 소리를 낸다.
경탁은 영욱에게 다가가 영욱의 어깨에 한 손을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얹으며 영욱의 귀에 대고 작게
“내 아버지란 작자가 이 사실을 절대 눈치 채게 해선 안돼.”라고 말하자
영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경탁은 다시 한 번 영욱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
“부탁한다.”
경탁은 원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병원 복도를 걸어 간다. 경탁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그리고 열쇠가 쥐어진 경탁의 손은 더욱더 주먹을 꽉 쥔다.
경탁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경탁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은(경탁의 친 어머니)의 노래 소리가 작게 들려 온다.
노래 소리를 따라 카메라 정신 병원 창문을 통해 빠르게 정신 병원 건물 밖으로 나가
정신 병원 외벽 건물을 타고 정신 병원 맨 꼭대기 층에 있는 특실 병실 창문으로 올라간다.
카메라가 정신 병원 건물 외벽을 타고 맨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은(경탁의 친 어머니)의 노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온다.
정신 병원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단독 특실 안이다.
30평 남짓 되는, 원룸처럼 방 하나 없이 하나로 탁 트여져 있는 은의 방 안이다.
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은(경탁의 친 어머니)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벽의 반은 창문이다. 천장도 가운데가 큰 유리로 되어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방 바닥에는 각종 DVD들이 어지럽게 널러져 있고,
경탁의 어릴 적 사진과 오래돼 보이는 갓난 아이의 베넷 저고리와 마찬가지로
오래돼 보이는 아이 옷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실력 있고 영향력 있는 안기부장의 하나뿐인 아들로,
젊은 검사들 중에서 톱으로 인정 받으며 초고속 승진 과도를 달리고 있는 경탁에 관한 신문 기사들이
삐뚤삐뚤하게 오려진 채 바닥에 흐트러져 있다.
방 안엔 예쁜 침대 하나에 티 테이블 겸 식탁으로 쓰이는 탁자 한 개와 의자 한 개가 놓여 있고
한 쪽 벽에 커다란 평면 TV가 걸려 있고 TV 아래에는
DVD 기기가 놓여 있다.
TV 양 옆에 놓여 있는 책장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고 한 쪽 구석에 놓인 옷장 문이 열려 있다.
옷 장 안에는 몇 벌 안되지만 화려한 옷들과 구두들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다. 그것뿐이다.
방 안에 다른 가구는 보이지 않는다.
화장대나 거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은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 열린 문 안으로 카메라 따라 들어가니 욕실 안이다.
욕실 욕조에는 물이 가득 담겨 있고 물 위에는 오래된 듯한 어린 아이의
목욕 용품들이 둥둥 떠 다닌다.
욕실 안 어디에도 거울은 보이지 않는다.
은은 욕조 옆 창가에 바짝 다가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은의 귓가에 어릴 적 경탁의 웃음 소리(환청)가 들려 온다.
은은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춘다.
창에 어릴 적 경탁의 웃는 얼굴이 오버랩 됐다 사라진다.
은은 창에 손을 갖다 대며 창이 경탁의 어릴 적 얼굴이라도 되는 듯 쓰다듬는다.
은의 귓가에 어릴 적 경탁이 밝은 목소리로 “엄마, 엄마”(환청)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어느 새 경탁이 열려 있는 욕실 문 옆에 와 서 있다.
경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경탁이 “엄마!”라고 불러 본다.
은은 못 들었는지 돌아 보지 않는다. 여전히 손으로 창을 쓰다듬으며 창만 쓰다듬고 있다.
경탁의 손에서 힘이 빠지며 방 열쇠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열쇠다 바닥에 떨어져 부딪기는 소리가 욕실 안을 울린다.
은이 소리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경탁이 서 있다. 어릴 적 경탁이 아닌,
어른이 다 돼 말끔한 신사복 차림으로 눈물을 흘리며 목 매는 소리로 가만히 “엄마!”를 다시 불러 보고 있는
경탁의 모습이 욕실 문 옆에 서 있다.
은은 여전히 한 손으로 창을 쓰다듬으며 욕실 문 옆에 서 있는 경탁을 넋 나간 표정으로 쳐다 본다.
경탁은 은에게 다가간다.
경탁은 구두를 벗을 겨를도 없이 욕조 안으로 들어가 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경탁은 은의 무릎 위에 얼굴을 묻는다.
경탁은 “엄마!”라고 소리 내 부르며 오열하기 시작한다.
은은 여전히 경탁이 서 있던 욕실 문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한 손으로는 창을 쓰다듬고 있다.
은은 창을 쓰다듬지 않고 있는, 떨고 있는 다른 한 손을 자신의 무릎 위에서 얼굴을 묻고 오열하는
경탁의 머리카락들 위에 조심스레 얹는다.
은은 떨리는 손으로 경탁의 머리카락들을 가만히 쓰다듬기 시작한다.
은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려 하고 있다.
정신 병원의 맨 꼭대기, 은의 방 안 침대 위에 은이 누워 잠이 들어 있다.
잠든 은의 얼굴이 어린 아이처럼 평온해 보인다.
잠든 은의 옆에 경탁이 누워 있다.
경탁은 은의 얼굴을 쳐다보며 은의 이마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준다.
경탁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경탁은 침대 위에서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
핸드폰 액정에 ‘내 안에서 죽은 자’란 입력 명으로 된 수신자 표시가 떠 있다. 정환의 전화다.
경탁은 창가로 다가간다. 경탁은 창가에 서서 창 밖을 응시하며 핸드폰을 받는다.
“
어디냐? 오늘 디너 모임 있는 거 잊지 않았겠지?”
핸드폰 저 편으로 정환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경탁은 미간을 찡그리며 “알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한다.
경탁의 시선을 따라가 창 밖, 정신 병원 건물 앞 정원 풍경이 보인다.
정원에서는 정신 병원 환자들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거나
서로 쫓고 쫓으며 다투기도 하는 모습들이다.
경탁의 시선이 어느 두 환자들의 모습에서 고정 된다.
경탁의 시선이 고정된 곳에는 한 환자가 뭔가를 들고 있고,
한 환자는 그 환자의 물건을
억지로 뺏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물건을 들고 있는 환자가 그 물건을 빼앗기지 않으려
물건을 양손으로 꼭 붙잡은 채 뺏어 가지 말라고 애원을 하듯 하고 있다.
경탁의 슬픈 얼굴이 Close-up 된다.
경탁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대로 창가 앞에 서서 잠든 은을 내려다 본다.
핸드폰 저 편에서는 또 다시 “늦지 않도록 해라.”라고 말하는
정환(경탁의 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경탁은 “네.”라고 짧게 대답 한 뒤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린다.
Big Close-up 된, ‘안기부 장관 남정환’이라고 쓰인 탁상 푯말이 보인다.
카메라 서서히 백업 되면서 정환의 사무실 안을 비추인다.
‘안기부 장관 남정환’라고 쓰인 탁상 푯말이 놓여 있는 책상 앞에 의자 등받이가
거꾸로 돌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카메라 의자 등받이를 넘어 창가 쪽으로 의자를 돌려 앉아 있는 정환의 모습을 비추인다.
귀에 핸드폰을 대고 있다.
핸드폰 저 편에서 이제 막 전화를 먼저 끊어 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정환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며 작은 한숨을 토해 낸다.
인터폰이 울린다. 정환은 의자를 다시 책상 쪽으로 돌려 앉으며 인터폰 버튼을 누른다.
인터폰 스피커에서 “그 남자 분 전화입니다.”라고 전해 오는 여비서 수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
리고 바로 인터폰 스피커에서 다른 전화로 돌려 지는 음악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찾았습니다.”라고
보고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환은 아무 말이 없다. 작은 숨소리를 토해낼 뿐이다.
다시금 인터폰 스피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사진 전송 시키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인터폰 스피커에서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화 끊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전화가 끊긴 뒤 남는 “뚜…뚜…뚜…”라는 전화 신호 음만이 사무 실 방 안을 울린다.
영욱의 차 안이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영욱의 옆에는 정신 병원 원장이 앉아 있다.
병원 원장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원장실 의자 위에 앉아
있을 때 묶여 있던 손목을 쓰다듬고 있다.
끈이 너무 세게 조여 있었는지 병원 원장의 손에 끈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다.
영욱은 병원 원장의 얼굴은 돌아 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운전에만 몰두해 있는 듯 하다.
영욱은 병원 원장에게 “본 네트를 열어 보십시오.”라고 짧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병원 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본 네트를 열어 본다.
반으로 깔끔하게 접혀 있는 서류 봉투 하나가 보일 뿐이다.
병원 원장은 빠른 손놀림으로 서류 봉투를 꺼내고 본 네트의 문을 다시 닫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서류 봉투 안의 내용물들을 꺼내어 확인한다.
병원 원장과 원장 식구들의 여권을 비롯해 몇 장의 서류들이 들어 있다.
(맨 앞 장면에서 경탁이 달리던 그 도로 위) 영욱의 차가 한적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영욱의 차 뒤로 영욱의 차를 미행 하고 있는 차 한 대가 보인다.
(시작 부분에서) 경탁의 차를 미행하던 바로 그 차다.
병원 원장은 앞만 보며 운전 하고 있는 영욱의 옆 모습을 쳐다 보며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영석은 그런 병원 원장에게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가족 분들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라는 말을 던진다.
그러면서 영석은 자꾸 운전석 옆 백미러를 힐끔거린다.
영석의 차 뒤에서 어떤 차 한대가 멀찌감치 도로 위를 부드럽게 운전하고 있는 것이 백미러에 비추어진다.
영욱은 차의 속력을 높여 본다. 영욱의 차 속도 계기판 바늘이 점점 높은 숫자를 향해 올라간다.
영욱의 차가 한적한 도로 위를 점점 빨리 달리고 있다.
뒤에서 멀찌감치 영욱의 차를 미행하던 차도 함께 속력을 높이고 있다.
영욱을 미행하는 차 안, 운전석에 앉은 검은 선글라스 낀 남자의 얼굴 윗 부분(눈과 이마 부분)이 운전석 백미러에 비추인다.
남자가 미간을 찡그린다.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핸들을 잡고 있는 남자의 운전석 속도 계기판 바늘이 영석의 차 안 속도 계기판 바늘처럼 점점 높은 숫자 쪽으로 움직인다.
한적한 도로 위, 영욱의 차가 점점 더 빠른 속력으로 차를 달리고 있다.
영욱의 차 안, 영욱이 점점 차의 속도를 최고조로 가까울 정도로 높이자
영욱의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원장이 얼굴을 찡그리며 운전 석 옆 속도
계기판을 힐끔거린다.
영욱이 점점 속도를 내 차를 달리는 만큼 영욱의 차 뒤에서
영욱을 미행하는 차의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직진 차선으로 가던 영욱의 차가 어느 갈림길 바로 앞에서 그대로 직진해야 할
반대 방향의 길로 갑자기 차를 급커브로 꺽어 진입 시킨다.
영욱의 차 안, 영욱이 급 커브로 반대 방향 길로 접어 들 때,
영욱 옆에 앉아 있던 병원 원장 무릎에서 서류 봉투와 서류들이 차 바닥으로 떨어지며
병원 원장의 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영욱의 차 뒤에서 영욱을 미행하던 차는 영욱을 따라 급 커브를 돌리려다
차를 회전 시키더니 그 자리에 서 버린다.
영욱은 뒤에 차가 더는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백미러로 확인한 뒤 조금 속도를 낮춰 차를 부드럽게 몰아 간다.
화면이 두 분할 되면서 한 쪽 화면에는 도로 위, 영욱의 차가 부드럽게 도로 위를 달려 나가고 있다.
다른 한 쪽 화면에는 호텔 정문 앞이다.
고급 차 들이 하나 둘 호텔 정문 앞으로, 차례로 밀려 들어 오고 있다.
정환과 정미(경탁의 계모)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정환과 정미는 다른 차에서 내리는 각 계의 정치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함께
호텔 정문 안으로 들어 서려 한다.
정환은 호텔 정문 안으로 들어 서며 누군가가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하는 듯 주위를 빠르게 한 번 둘러 보고 손목 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정미와 함께 호텔 정문 안으로 사라진다.
화면에 호텔 안의 큰 벽시계가 클로즈업 된다.
시계의 초침이 조금 빠르게 한 바퀴 돌더니 정각 PM20:00를 가리킨다.
엘리베이터가 호텔에서 제일 큰 연회장이 있는 층에 멈추어 선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정환과 몇 몇 사람들이 함께 내린다.
뒤이어 정미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는 얼굴로 내린다.
누군가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려서는 정환의 옆으로 다가온다.
정환은 약간 놀란 듯 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자신에게 다가선 사람을 돌아 본다. 경탁이다.
정미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정환의 뒤를 따라 걸어가다
경탁을 발견하고 입술을 살짝 비틀며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 듯 싶더니 다시
옆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걸어 간다.
정환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경탁을 인사 시키며 호텔 연회장 안으로 경탁과 함께 들어 간다.
정미는 경탁이 신경 안 쓰일 수 없는지 정환 옆에 서서 정환을 통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연회장 안으로 막 들어서려는 경탁을 곁눈질 한다.
호텔 안,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진 연회장이다.
(정치, 법, 기업 계의 유명 인사들이 모인 그 해의 마지막 날, 새해 맞이 디너 파티가 열린 곳이다.)
무대가 있는 연회장 앞, 벽에 큰 스크린 모니터가 보이고 모니터에는
디너 파티를 축하하는 홍보 영상이 플레이 되어 있다.
무대 옆, 한 쪽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클래식을 연주하고 있다.
무대에서는 발레 무용수 들이 발레 공연을 보이고 있다.
무대 앞 쪽에 자리에는 이미 측근들과 자리를 잡고 얘기를 나누는 중인 대통령과 영부인의 모습도 보인다.
정환은 정미에게 팔짱을 끼게 한 뒤 한 쪽으로는 정미를 에스코트하며
다른 한 쪽에는 경탁을 나란히 걷게 하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있는 자리로 간다.
정환은 정미와 함께 대통령과 영부인께 인사를 한 뒤 경탁을 대통령과 영부인께 인사 시킨다.
그리고 대통령과 함께 앉아 있는 측근들에게도 경탁을 인사 시킨다.
정환은 정미를 에스코트하며 경탁과 함께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이 앉아 있는 바로 옆 자리로 가 앉는다.
자리에 앉으려다 말고 경탁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경탁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전화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 핸드폰 액정에 영욱의 이름이 떠 있다.
경탁은 자리에 앉으며 전화를 받는다.
정환이 경탁을 곁 눈 질로 한 번 쳐다보더니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정미는 옆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게 경탁의 행동을 곁 눈 질로 주시하는 듯 하며 옆에 사람들과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핸드폰 저 편에서 경탁에게만 들리도록 영욱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지금 안기부 장관님과 함께 계실 텐데, 그냥 듣기만 하십시오.”
화면 전환 되며 은이 침대에 누워 있는, 불 켜진 침실이 보인다.
은은 지친 듯 깊이 잠들어 있는 듯 하다.
영욱의 손(영욱의 얼굴이나 모습은 화면에 보여 주지 않는다.)이 침실 불을 끈다.
은의 침실 문 앞에 서 있는 영욱이 보인다.
영욱은 한 손으로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조용한 목소리로 핸드폰에 대고
“잠드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침실 문을 닫는다.
침실 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영욱은 소파에 앉으며 핸드폰에 대고 다시
“가지고 계시던 물건들도 빠짐 없이 다 챙겨 왔습니다. 미행 하는 자가 있었지만
중간에 따돌렸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화면이 전환 되며, 영석을 쫓던 남자의 차 안이다.
가죽 장갑을 낀 남자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다.
남자의 핸드폰 액정 화면이 핸드폰 카메라 사진 앨범 메뉴 쪽으로 이동 된다.
핸드폰 사진 앨범 속에 찍혀 있는 사진들을 어디론가 하나 하나 전송 시키기 시작한다.
전송 되는 사진들(경탁이 정신 병원 앞에 차를 주차해 놓은 채 차에서 내리는 모습,
경탁이 정신 병동 정문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
경탁이 은을 부축해 정신 병원 정문에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
영석이 짐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병원 원장을 차에 태우는 모습)이 하나씩 Insert-cut으로 빠르게
교차 오버랩 됐다 사라진다.
거실 탁자 앞 소파에 영석이 앉아 있다.
탁자 위에는 은이 정신 병원 단독 특실에 있을 때 갖고 있던 물건들과 신문 기사들이 놓여 있다.
영욱은 탁자 위의 물건들을 살펴 보다가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 시킨 영석의 귓가에 문희(경탁의 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언젠가는, 내가 억지로 떨어 뜨려 놓은 그 인연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겠지. 그때를 위해서 너는 경탁이 옆에서 경탁이가 제일 믿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어 주거라.”
창 밖 너머로 한강의 밤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시 디너 파티가 열리고 있는 연회장 안이다.
어둡게 불이 꺼져 있고, 무대 위에만 촛불들이 밝혀져 있다.
무대 앞, 스크린 모니터에 커다란 숫자 시계가 영상으로 보여지고 있고
시계 맨 끝에 초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바뀌고 있다.
새해가 시작 되기
10초 전이다.
무대 앞, 스크린 모니터의 숫자 시계가 00:00시를 표시한다.
연회장 안의 불이 밝게 켜지고 스크린 모니터에 새해를 알리기 위해 광화문에서
재야의 종을 울리는
모습이 생방송 되고 있는 화면이 뜬다.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재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종소리 횟수를 큰 소리로 세고 있다.
연회장 무대 앞,
스크린 모니터 안에서 마지막 재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힘껏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잔을 들어
모두 하나된 목소리로 “200*을 위하여 건배”를 외친다.
은이 잠들어 있는 어두운 침실 안이다.
잠들어 있는 은의 얼굴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있고 안 좋은 꿈을 꾸는지 몸을 뒤척이고 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은의 귓가에
“네가 아무리 내 손자를 낳았다 해도 너를 우리 집 안에 들여 놓을 순 없다. 그러니 다시는
아이를 만날 생각은 말아라. 아이한테는 네가 불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 집과 함께 불 타 죽었다
했다.”
라고 차갑고 냉정하게 내치는 소리(꿈 속 환청)가 들린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은의 얼굴 위로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우리 경탁이, 경탁이 만은 뺏지 말아 주세요.”라고 울며 불며
누군가의 치마 자락을 붙잡고 주저 앉아 싹싹 빌며 매달려 울고 있는 젊은 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사라진다.
식은 땀 흘리며 잠들어 있는 은의 얼굴이 괴로워 보인다.
다시 디너 파티가 열리고 있는 연회장 안이다.
연회장 출입문 바로 옆 쪽 벽에 기대 서 있는 경탁의 모습이 보인다.
경
탁은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경탁의 시선을 따라 가면, 새해 인사를 나누며 건배를 하기도 하는 사람들,
웃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사람들 틈으로 즐거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정미와 정환의 모습이 보인다.
경탁이 한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 속의 와인을 단숨에 들이마신다.
그리고 정환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경탁의 마음속에서 울리고 있는 말이 들려온다.
“당신은 즐거우십니까? 한 여자의 인생을 그렇게 오랜 세월 죄인처럼 가둬 놓고도 그리 즐거우십니까?”
그때 정환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지 정환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경탁은 취기가 오르는지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 눈을 살짝 깜빡인다.
경탁은 정환을 응시하던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연회장 출입문을 열고 연회장 밖으로 사라진다.
화면은 다시, 은이 잠들어 있는 어두운 침실 안이다.
잠들어 있는 은의 얼굴에는 여전히 식은 땀이 흐르고 있다.
식은 땀 흘리며 잠들어 있는 은의 얼굴 위로,
화재 사고로 불에 타 심하게 망가진 형상을 드러내고 있는 작은 일층 집의 전경이 오버랩 된다.
집 앞에는 “엄마,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는 (7살 적) 경탁의 모습이 보인다.
경탁 앞에는 정환이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울고 있는 경탁을 달래고 있고,
정환의 등 뒤로는 고급 차 한 대가 정차해 있다.
정환이 경탁에게 “네 엄마는 죽었다. 이제 엄마는 잊어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하는 듯한 은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은의 소리가 나는 곳은 정환과 경탁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근처 골목 입구에 정차해 있는 차 안이다.
차 안은 들여다 보이지 않는다.
차 창이 조금 열려 있고 그 열린 차 창 안으로 가죽 장갑을 손에 낀 채
은의 입을 틀어 막고 있는 검은 선글라스 낀 남자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 된 은의 얼굴 뒤로 얼핏 보인다.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의 손아귀에서 몸부림 치며 울고 있는 은의 시선 속에는
정환의 손에 이끌려 차에 타는 경탁의 모습이 보인다.
은은 자신의 입을 들어 막고 있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의 손아귀에서 울면서 몸부림 치다 기절한다.
차창이 닫힌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은이 식은 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침실 안이다.
은이 가위에 눌린 듯 경기를 일으키며 놀란 얼굴로 잠에서 깨어 난다.
한강 대교 위를 달리고 있는 정환의 차 안이다.
차 안은 어둡고 조용하다. 대교 위의 조명들이 차 안을 비춰 주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고 있는 운전기사가 운전을 하며 운전석 옆의 백미러를 곁눈질 한다.
운전석 옆의 백미러에는 차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정환(경탁의 친 아버지)의 옆 얼굴과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기대고 있는 정미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다.
“이제야 어머님을 보내 드려야 할 때가 된 건가요?”라고 말하는
정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차 안의 침묵이 깨진다.
정미의 말에 정환은 아무 대답이 없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창 밖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정환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정미는 작은 한숨 소리를 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다.
“아니면, (피식) 어머님이 빨리 돌아가시길 간절히 바라는 그 누군가의 기도가
어머님을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르죠.”
정환이 응시하고 있는 차창 밖으로 젊을 적 은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사라진다.
병원 복도, 복도 위를 뛰어 가고 있는 간호사의 다리가 보인다.
간호사를 뛰어 들어간 곳은 문희가 있는, 병실 문에 ‘중환자실’이라고 쓰여 있는 1인 특실 안이다.
병실 안에는 의사 몇 명과 간호사들이 다급하고 긴장한 표정들로 침대 주변을 둘러 싸고 있다.
침대 위에는 문희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문희의 입 위에는 산소 호흡기가 대어져 있고 문희의 팔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져 있다.
문희의 침대 옆에는 뇌파 검사기가 보이고 뇌파 검사기의 전선들은 문희의 머리와 연결 되어 있다.
간호사 두 명이 문희의 양 옆에 서서 문희의 팔과 다리를 붙잡아 누르고 있다.
그리고 문희의 담당 주치의는 문희의 상태를 살피며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갈 듯
심하게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문희를 진단하고 있다.
그때 정환이 병실로 들어와 문희의 주치의 옆으로 다가가 선다.
그리고 뒤이어 정미가 느릿느릿 들어와 병실 문 옆에 기대 서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문희와 문희 주변을 둘러싸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쳐다본다.
정미의 시선 속에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로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정미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리고 정미의 침대 옆에 창 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문희의 뒤 모습이 보인다.
창 밖을 향해 돌아서 있는 문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딸은 안 된다.”
정미는 “세상이 변했어요.”라고 힘겹게 내뱉는다.
문희가 정미를 향해 돌아 선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정미를 내려다보는 문희는 정미에게
“세상이 변해도 우리 집 안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라고 말한다.
정미는 입술을 깨물며 문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방향의 반대 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정미의 미간이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듯 일그러지며
정미의 눈이 날카로우면서도 무섭게 빛난다.
정미의 회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문희의 병실 안이다.
정환은 주치의 옆에 서서 침착 하려 애쓰는, 초조한 얼굴로 문희를 내려다 본다.
갑자기 문희가 발작을 멈춘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죽은 사람처럼 눈을 감고 누워 있다.
문희를 둘러 싸고 있던 간호사들과 다른 의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희의 체온과 심장 박동수
등을 체크해 기록하며 다시금 문희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문희의 주치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정환을 돌아 본다.
정환은 아무 말 없이 문희의 얼굴을 내려다 본다. 정환의 얼굴에 슬픈 빛이 드리워져 있다.
정미는 여전히 병실 문 옆에 기대 서서 병실 안의 풍경들을 남의 일 구경하듯 쳐다 보고 있다.
은이 누워 있는 침실 안이다.
침실 문이 열려 있다. 경탁이 문턱에 기대서 있다. 경탁의 뒤로 영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탁은 어두운 침실에서 잠들어 있는 은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내뱉듯
“다들 새해를 축하하는 건배를 외치며 즐겁게 웃더라. 너무들 즐거워들 보였어.”라고
영욱에게 말한다. 경탁은 여전히 은을 응시하며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피식’웃는다.
영욱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경탁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잠들어 있는 은에게 시선을 돌리며
“병원에 안 가 보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경탁은 은이 누워 있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엄마, 송문희 여사가 그리 쉽게 돌아가실까요?”
경탁은 조심스레 은 옆에 눕는다. 경탁은 눈을 감는다.
영욱은 은과 은 옆에 누운 경탁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침실 문을 닫는다.
다음 날, 영욱은 비밀리에 수연을 만나 USB건네 받는다.
그 USB 속에는 수연이 한 달에 한 번씩 영욱에게 건네는 정환에 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들(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찍힌 사진 파일과 함께)이 담겨 있다.
그리고 수연은 영욱을 만나 정환에 대한 정보가 담긴 USB를 건넨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정미에게 전화해 항시 보고 한다.
수연은 경탁이 정환의 집으로 들어 오기 전부터 정환의 집 안에서 살고 있었다.
수연은 정환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맡아 해 주던 미혼모 여자의 딸이었다.
그러나 수연이 6살 되던 해에 정환의 집 안에서 가정부 일을 하던 미혼모 여자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자 혼자 남은 수연을 거두어 제 앞가림 할 때까지
돌봐 주자 제안한 사람이 정미였다.
수연은 그 뒤로 정환의 집 안에서 크며 유별난 정미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며 자란다.
그리고 정미의 지시와 가르침 대로 비서학과를 전공한 뒤
정환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런 수연이 영욱을 만난 것은 경탁이 28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고아로 힘겹게 자라 일찍이 학교를 때려 치고 조직에 몸 담고 있던 영욱은 25살 되던 해에 만나
구치소에서 썩을 뻔한 젊음을 경탁이 구제해 줬었다.
그 뒤로 경탁의 옆에서 경탁을 돕기로 하고 의형제를 맺은 영욱은
어릴 때부터 정환의 집 안에서 자라 정환의 비서 일까지 맡아 하고 있는 수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했었던 것이다.
수연을 통해 정환의 모든 스케줄과 움직임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수연은 영욱의 그런 의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영욱의
의도적 접근에 넘어가 준다.
그리고 영욱이 원하는 정환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넘겨 준다.
그 모든 것은 뒤에서 수연을 조정하고 있는 정미의 생각이었었던 것이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대교 일각이다.
정환의 차가 다가와 정차 한다.
운전석에서 정환의 최고 측근 비서인 수연이 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뒤 자석으로 걸어가
뒤 자석의 문을 열려 하지만
정환이 이미 자기가 직접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 하고 있다.
정환은 수연을 제지하며 “괜찮다.”라고 말하며
차에서 내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대교 앞에 선다.
그리고는 수연에게
“차를 가지고 돌아가거라. 혼자서, 꼭 나 혼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수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 운전석에 올라다 차를 몰고 가 버린다.
정환은 한강을 내려다 본다.
잠시 후, 택시 한 대가 정환이 서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멈춰서 정차 한다.
택시의 뒤 자석 문이 열리고 택시에서 막 내려서려는 은의 모습이 보인다.
정환은 차에서 내리는 은을 바라 본다.
정환의 시선 속, 차에서 내리는 은(경탁의 친 아버지)의 모습 위로 젊을 적 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사라진다.
은이 택시에서 내려 택시를 보내지 않고 자신이 내린 택시 문을 그대로 열어 두고
열린 택시 문 앞에 그대로 서 있다.
은은 아무 표정 없이, 아무 말 없이 정환을 바라 본다.
은은 정환을 바라 보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당신은 이미 23년 전에 나를 죽은 사람이라 말하지 않았던가요?”
정환은 괴로운 듯 한숨을 내뱉으며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은이 정환의 입을 열려 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 분을 뵙고 싶어 이렇게 나왔어요. 그 분을 먼저 뵙기 전엔 그 어떤 말도 나누고 싶지 않아요.”
정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은을 바라 본다.
은은 다시 택시에 오른다.
그리고 정환에게 타라는 듯 택시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열어 놓는다. 정환은 잠시 망설이다가 택시에 오른다.
은과 정환을 태운 택시가 그 자리를 떠난다.
은과 정환이 서 있던 대교 일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놓고
차 안에서 은과 정환을 태운 택시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고 있는 수연의 모습이 보인다.
수연은 영욱에게 전화를 건다.
경탁의 사무실 안이다.
경탁의 책상 위에 ‘남경탁 수석 검사’라고 쓰여진 탁상 푯말이 보인다. 경탁이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경탁이 책상 위에 서류들이 잔뜩 널려 있고
한 쪽 구석에 커피 잔이 놓여 있다.
영욱이 클립 보드 하나를 들고 들어 온다.
영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경탁에게 말한다.
“어머님께서 남정환 안기부 장관님을 만나고 계신답니다.”
경탁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영석을 올려다 본다.
영욱이 경탁이 책상 위에 클립 보드를 올려 놓는다. 경탁은 영욱이 내려 놓는 클립 보드를 쳐다 본다.
정환의 Close-up 된 사진이 보인다.
경탁은 클립 보드를 집어 클립 보드 위에 포개져 꽂혀진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살펴 본다.
정환이 은을 만나고 있는 사진들이 보인다.
경탁은 한 손으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클립 보드 위 정환의 사진을 있는 힘껏 움켜 쥐며 구긴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책상 위
커피 잔을 내리친다. 커피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깨진 커피 잔 위로 놓여진 경탁의 주먹에서 피가 흐른다.
경탁은 피가 흐르는 주먹을 더욱 힘을 주어 깨진 커피 잔을 더욱 짓누른다.
“남정환, 당신은 절대 내 아버지가 될 수 없어.”
병원 정문 앞에 모범 택시 한 대가 다가와 정차한다. 택시 안에서 정미가 내린다.
정미는 병원 정문 안으로 들어 선다.
그때 정미의 눈에 은과 정환이 위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병원 로비를 향해 내려 오는 것이 보인다.
정미는 순간, 은과 정환의 눈에 띠지 않으려 자신의 몸을 숨긴다.
정미는 몸을 숨기고 은과 정환과 함께 나란히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 본다.
정미는 입술을 깨물며 정환의 뒤 모습을 노려 본다.
문희의 병실 안이다.
병실 안은 어두운 편이다. 문희가 누워 있는 침대 위의 조명 만이 병실 안에 커져 있는 유일한 불빛이다.
정미가 병실 문 안으로 들어 온다.
정미는 병실 문을 닫고 문 앞에 그대로 기대 서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문희를 뚫어져라 쳐다 본다.
정미가 빠른 걸음으로 문희가 누워 있는 침대 앞으로 걸어 간다.
정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문희를 내려다 보더니 문희 입에 대어져 있는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낸다.
정미는 문희에게 떼어낸 산소 호흡기를 한 손에 들고 원망이 가득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도 여자잖아. 당신도 아팠잖아. 지금 같은 시대에 아직도 아들만이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관습 때문에 원하지 않는
낙태를 거듭하고 겨우겨우 그 이를 낳았기에 그 아픔이 어떤 건지 너무도, 너무도 잘 알잖아,”
문희가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한다.
문희의 숨 소리가 점점 더 힘겹고 거칠어지는가 싶더니 금방 숨이 끊어질 듯 하다.
정미는 눈물이 흐를 듯한 것을 참고 있기에 충혈 된 눈으로 입술을 꽉 깨물더니
문희가 금방 숨이 끊어질 듯 하자 들고 있던 산소 호흡기를 다시
문희의 입술 위에 고정 시킨 뒤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다.
다시 산소 호흡기를 댄 문희의 숨 소리가 안정을 찾아 간다.
정미는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문희를 내려다보며 울먹이며 말한다.
“그럼 그러지 말았어야지. 나한테 그 아픔을 대물림 하지 말았어야지.”
정미는 뒤돌아 병실 출입문 쪽으로 걸어간다.
그때 문희의 손가락들이 정미(경탁의 계모)를 붙잡아 세우고 싶기라도 한 건지
꼼지락꼼지락 대는 움직임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러나 정미는 문희의 작은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병실 출입문 앞으로 걸어가더니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병실을 나간다.
병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정미(경탁의 계모)가 나가고 난 뒤
문희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리고 산소 호흡기가 대어져 있는
문희의 입술이 무언가 꼭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듯 움직이려 애쓴다.
그러나 갑자기 숨이 넘어가는 듯 작은 발작을 일으키더니 숨이 멎는다.
문희의 손이 병실 침대 위에서 힘 없이 내려 앉는다.
문희의 심장 박동 확인 모니터의 심장 박동 선이 일직선으로 바뀌며 ‘삐-삐’ 소리를 울린다.
정미는 수연은 통해 경탁이 정환의 사회적 명예와 권력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미는 그런 경탁을 자극하여 정환은 더 큰 파멸로 이끌어 갈 계획을 세운다.
정미는 그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원래 문희의 청탁을 비밀리에 처리하였었지만
언제부턴가 정환이 청탁들을 비밀리에 처리하고 있는
(문희가 경탁을 데려 오기 위해 화재 사고를 내고 은을 죽은 사람처럼 처리했을 때
은을 붙잡아 두고 있던 그 남자)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가죽 장갑을
그 남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인다.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는 정미(경탁의 계모)의 부탁으로 은을 납치한다.
그리고 은을 한적한 폐허로 데리고 가 가둔 뒤 그 폐허에
불을 지르면서 그 장면을 그대로 핸드폰 영상으로 찍어 경탁에게 전송하며
은이 불에 타 재가 되면 시신을 거두러 오라며 장소를 알려 준다.
경탁은 영욱과 함께 서둘러 은에게 달려 가 가까스로 은을 불 속에서 구해 낸다.
은은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문희가 죽은 뒤에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나 자신을 납치한 사실에 대해 정환에 대한
크나큰 상처와 실망감을 느낀다.
경탁은 은에게 그 남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크게 분노한다.
그리고 정환(경탁의 친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다.
경탁은 결국 정환을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정환(경탁의 친 아버지)을 위해 치밀한
화재 대형 사고를 계획한다.
그러나 경탁이 막 정환을 죽이기 위해 정환의 사무실에 대형 화재 사고 준비를 다 끝내고
순간 은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가죽 장갑을 낀 남자를 시켜 자신을 납치하여 일부러 화재 사고를 조작한 것이 정환이 아니라 정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은이 영욱에게 부탁해 미친 듯이 정환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렸다.
화면이 두 분할 되며 한 화면에는 정환이 불 타 오르는 사무실 안에서 머리를 뒤로 기대고
한 손으로 상의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리고 지갑을 펼쳐
지갑 안 쪽 깊은 곳에서 빛 바랜 사진 한 장을 꺼내 든다.
빛 바랜 사진 속에는 은의 젊을 때 모습이 찍혀 있다. 정환은 사진을 들여다 본다.
순간, 정환이 있는 사무실 안, 정롼이 앉아 있는 의자 앞 책상이 굉음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또 다른 한 화면에서는 은이 놀란 얼굴로 “안돼!”라고 소리친다.
은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차 문을 열려 한다. 그러나 차 문은 전부 잠겨 있는 상태이다.
영욱은 그런 은의 모습을 백 미러로 곁 눈질 하며 잠긴 문을 열여 드릴까 싶은지 조정 버튼 위에다
손을 올려 놓고 버튼을 만지작거린다.
그때 영욱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영욱의 핸드폰 모니터에 뜬 수신자는 경탁이다.
영욱은 핸드폰을 받는다. 경탁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니를 절대 차 밖으로 내리게 해 드려선 안돼.”
영욱의 핸드폰에서는 영욱이 대답할 틈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전화 신호음이 들여 온다.
영욱은 버튼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버튼 위에서 떨어뜨려 놓으며 주먹을 쥐어 핸들 위에 가져 간다.
은은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든 차 문을 열어 보려 하며 몸부림 치던 손을 힘없이 내려 놓으며 혼잣말 하듯 중얼거린다.
“그래도 네 아버지야.”
(은의 모습이 보이는 화면이 사라지며 폭파 돼 불타고 있는 정환의 사무실 건물 외곽 영상이
하나의 화면으로 Full-shot 된다)
안기부 청 건물 앞, 경찰 차들과 구급차들이 몰려 든다.
여기저기 사이렌 소리가 요란 하고 크게 들려 온다.
무슨 일인가 싶어 폭파 된 안기부 청 건물 주위에 몰려 든 사람들의 모습 보인다.
차 안에서 넋 놓고 앉아 울고 있는 은의 얼굴이 비추이고 있는 운전석 옆 백 미러가 보인다.
그리고 은의 얼굴로 가득 비추어진
그 백 미러를 슬픈 얼굴로 곁눈질 하며 운전석에 앉아 있는 영욱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 전환 되며, 전화를 받으며 저택의 정원 파라솔에 앉아 여유 있게 샴페인을 마시며 앉아 있는
정미의 모습이 보인다.
전화 저 쪽에서 정환의 여비서였던 수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모든 게 끝난 것 같습니다.”
정미는 입술을 살짝 비틀어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정미는 전화기를 파라솔 탁자 위에 팽개치듯 던져 놓고,
한 손에 (샴페인 잔 옆에 놓여 있던) 뱃속 태아의 사진이 찍힌 적외선 사진들을 집어 든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라이터를 집어 들고 뱃속 태아의 사진이 찍힌 적외선 사진들을 손에 든 채
샴페인 잔 위 쪽으로 가져 간다.
정미는 샴페인 잔 위 쪽으로 가져간 뱃속 태아 사진이 찍힌 적외선 사진들 아래 쪽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뱃속 태아의 모습이 찍힌 적외선
사진들이 타 들어 간다.
정미는 다 타 들어 간 사진들의 그을린 찌꺼기들을 샴페인 잔 안으로 집어 넣는다.
그리고 라이터를 내려 놓은 뒤, 샴페인 잔을 들어 단 숨에 샴페인을 원-샷 한다.
정미의 뺨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린다.
정미는 “내 딸들은 내 뱃속에서 죽었지만 넌 결국 살아서 네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한 셈이네.”라고
혼잣말을 한다.
정미의 시선 안에 폭파 되어 아직도 불에 타 오르는 안기부 청 건물이 비추이는가 싶더니 다시,
정환의 사무실이 폭파된 건물 전경이 보이며 화면 전환 된다.
경탁은 정환의 사무실이 폭파된 건물 앞, 경찰들과 구급차 그리고 구경꾼들이 모여든 곳 한쪽에 서 있다.
경탁은 운전석에 영욱이 앉아 있고, 그 뒤 자석에 은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이는 차를 돌아 본다.
은이 울고 있는 것 같다.
경탁은 영석과 은이 타고 있는 차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경탁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경탁의 시선 속에, 차 안에서 넋 놓고 울며 불타고 있는
정환의 사무실이 불타고 있는 건물을 바라 보고 있는 은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
그때 경탁의 내레이션이 들려 온다.
"어머니는 나와 함께 울고 웃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느끼며 서로의 옆에서 서로를 돌봐 준 진짜 부모였다.
그렇게 소중한 내 부모를 아버지란 자가 파멸 시켰다.
그리고 내 어머니를 파멸 시킨 그 아버지란 작자를 내가 파멸 시켰다.
내가 세상 빛을 볼 수 있도록 씨를 제공한 아버지란 자가 아무리 자신을 내 아버지라 외쳐도
내 부모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내 어린 가슴과 생각 속에서
나와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ND - *
작가로서 필수인 어문 저작권 등록법 :: 날개달고픈 40대의 LifeStory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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