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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Mar 26. 2024

세 명의 딸 모두 이혼녀!

난 여전히 그녀가 멋있고 좋아! 이길 수 없을 뿐이라고!


“난 그녀가 무서워서 이혼 당해 준 거라고. 이혼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고! 무섭지만, 여전히 그녀가 멋있고 좋아! 난 도저히 그녀를 이길 수가 없는데 어쩌라고.”               






“아버지?”     


태오는 과일을 한 입 입에 물다가 그대로 행동을 멈추고 을 쳐다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듯 벙한 표정이었다. 

그런 태오의 반응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찻잔을 들고 차분히 차를 마시는 중인 태상은 냉정한 말만 던질 뿐이었다.     


“회장님이 그 아이가 변호해 주시길 바라신다. 불편함 따위 참아. 네가 그 아이의 능력을 이겨라. 네가 그 아이를 못 이겨서 이혼하고도 이 회사에서 내보내지 못하는 거 아니냐.”     


태오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면서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놨다.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태상과 태오의 눈치를 보며 차를 마시고 있던 미주는 애써 미소 지으며 찻잔을 탁자에 내려놨다.     


“그 아이가 능력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기주보다 그 아이를 더 아끼는 건 아니고요?”     


태상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아무 반응도, 아무 대답도 없이 차를 마셨다. 

태오는 미주의 말에 태상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불편한데 할 말은 없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손으로 2층을 가리켰다.     


“저는 그럼 자료부터 찾아 볼게요. 진주 이겨 보라고 하시니...”     


태오는 태상의 눈치를 살피며 2층으로 올라갔다. 미주는 그런 태오를 쳐다보고 앉아 있는가 싶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미주가 생과일 주수와 간식을 챙겨 받친 쟁반을 들고 기상이 얄밉다는 듯 힐끔 쳐다보더니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태상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깊게 기댔다. 그리고 한 손으로 이마를 매만지며 눈을 감았다.                         




태오는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고, 한 손으로는 이마와 턱을 만지작거리며 방 안을 서성이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미주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미주는 안절부절하며 서성이고 있던 태오를 안쓰럽게 쳐다 봤다. 미주는 쟁반을 책상 위에 올려 놨다.     


“네 아버지 너무 얄밉다, 진짜.”     


“엄마, 나는 있지. 진주가 무서워서 이혼 당해 준 거라고. 나, 나는 진주가 싫어서가 아냐. 그냥 진주 앞에서 서면 내가 있지, 나라는 존재가...”     


미주는 차분히 두 손으로 의 두 팔을 살짝 잡아 세우더니 침대 끄트머리에 앉히고 그 옆에 앉았다.      


“아들, 그 아이랑 너는 이제 법적으로 남남이야. 물론 너희 사이에...”     


미주는 말하다가 멈칫하더니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한솔이가 너무 보고 싶다. 한솔이한테 영상 통화 좀 해 봐. 응?“     


”영상 통화?“     


”그래. 너무 보고 싶다, 우리 손주.“     


태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얼굴 앞에 핸드폰을 갖다 했다. 그리고 영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벨이 좀 길게 울리는가 싶더니 핸드폰 모니터에 한솔이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한솔의 목소리가 들리자 미주가 태오의 핸드폰을 홱 빼앗더니 핸드폰 모니터 속에 보이는 한솔이를 쳐다 봤다. 미주는 너무 반가워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한솔아, 할머니야. 뭐하고 있어?“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하고 있어요.“     


태오는 미주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솔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하늘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친구 집에서? 엄마는?“     


”엄마는 막내 이모 도와주러 갔어요.“     


옆으로 파자마를 입은 친구 한 명이 핸드폰 모니터 영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너희 막내 이모도 이혼 했다며? 그런데 누구야?“     


”아빠랑 할머니.“     


갑작스레 한솔이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들더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뭐 하고 놀 거야?“     


”아까 너희 엄마가 레고 준비하셨다고 하지 않았어?“      


”베개 싸움은 안 해?“     


”통화 그만하고 놀자.“     


누군가 한솔의 핸드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가 싶더니 통화가 끊겼다. 태오는 뭔가 잘못 들었나 싶은 벙한 표정으로 영상 통화가 꺼진 핸드폰을 그대로 들고 서 있었다. 미주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엄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뭘? 한솔이 얼굴 더 보고 싶은데...“     


”아니, 한솔이 친구가 그랬잖아? ‘너희 막내 이모도 했다며?’라고?“     


미주는 그제야 그 말을 들은 거 같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내라면? 그 제일 어렵게 산다는 그 동생? 결혼 4년 동안 2번이나 아이 유산 되고 아이도 안 생긴다는?“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 혼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혼자 말을 했다.     


”그랬구나, 그래서 요즘...“      


”아니 그 집은 딸 셋 다 왜 그 모양이라니?“     


미주는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태오의 방을 나갔다.                                   






진주, 진화, 진실이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다. 그 앞에 엄한 얼굴로 대한이 아무 말 없이 근엄한 표정으로 진주, 진화, 진실이를 쳐다보며 앉아 있다. 

진주는 아무 표정 없이 꼿꼿하게 앉아서 앞에 놓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고 있다. 진화는 애써 편안한 표정을 지으려 하며 손으로 찻잔을 잡으려다 말고 조심스레 진실과 대한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진실은 두 손을 무릎 위에 놓고 맞잡은 채 만지작거리며 빨리 끝나길 바라는 불편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화정은 닫힌 방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했다. 침 넘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거 같았다. 화정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 뻗어 있는 화령을 쳐답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이 상황에 술에 취해 세상 모르게 뻗어 있는 언니가 제일 상팔자다.“                         


”어떻게 된 거냐?“     


한참 만에야 입을 연 대한의 묵직한 목소리가 거실을 메웠다. 진화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한을 쳐다 봤지만, 입술을 달싹일 뿐 아무말도 못했다. 진실은 입을 다문 채 대한의 시선을 피해 탁자에 놓인 찻잔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화는 대한의 눈치를 살피며 팔꿈치로 진주의 팔을 살며시 쳤다.

진주는 흔들림 하나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실이가 피고인 서진상과 다툼이 있었고, 다툼의 원인은 불륜이에요. 그런데 증거를 잡지 못했어요. 진실이는 원고 서진상한테 3달 동안 생활비도 한 푼 받지 못했어요. 결과는 의부증 증세가 있는 걸로 판결이 나서 제가 합의를 해 줬어요.“     


대한은 안타까운 얼굴 표정으로 진실을 쳐다봤다.

진주는 자신의 다리 앞에 세워 놓은 가방 안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대한이 볼 수 있도록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서류에는 판결문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대한은 탁자 위에 놓인 판결문 서류와 진주를 번갈아 쳐다 봤다.     


”왜 나한테 의논 안 했니?“     


”그 부분에 대해서 딸로서는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변호사로서는 원고 본인인 진실이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대한의 표정이 굳어지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대한은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으로 팔걸이 끝부분을 움켜 잡았다. 그리고 두 눈으로는 탁자 위의 판결문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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