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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l 16. 2024

엄마는 요리사, 그런데 넌 왜 안 먹니?

아들아 편식은 그만하고 이제 골고루 먹자! 건강을 위해!



"엄마는 요리 잘하잖아. 그러니까 인스타에 엄마 요리 사진 좀 올려 봐, 좀."


나는 웃었다.

언젠가 학교에서 집안 일 하는 가족에 대해 표시하는 프린팅물을 아들 가방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 청소도 엄마, 집안 일도 엄마, 요리도 엄마, 설거지도 엄마, 자신을 챙기는 것도 전부 엄마만 표시해 놨다.

아들 말대로 나는 내가 요리 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요리를 만들진 못해도 레시피 따라 조미료 없이 곧잘 하는 편이다. 동네 지인들하고도 반찬을 나누어 먹고, 지인들이 반찬 갖다 주면 아이랑 남편이랑 맛있게 잘 먹었다고 좋아들 해 주는 편이다.

그러면 뭐하는가, 정작 편식이 심한 아들은 안 먹는다.


아들아! 이 엄마는 네가 먹고 싶다고만 함 머핀도 구워 주고, 화전도 구워 주고, 간식도 뭐든 만들어 줄 수 있으니 제발 네가 골고루 다양하게 엄마 요리를 먹어 주는 게 소원이란다. 제발 너를 위해 요리를 하게 해 주렴!









이제 고학년으로 치닫고 있는 아들이 건강 검진을 받았다. 이번엔 처음으로 피 검사도 포함돼 있었다.

나는 간호사에게 피검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알 수 있냐고 확인을 해 둔 터였다. 궁금했다. 제일 궁금한 문제였다. 거의 고기만 먹는 아들의 유난한 편식 때문에 한 번 확인을 하고 싶던 터였다.


안 그래도 우려 했던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아들의 건강 검진 결과가 우편으로 배송돼 왔다.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이상 질환에 간질환 재검사를 하라는 통보였다. 검진을 한 병원에 전화하니 검진 결과 통보서를 가지고 소아과에 가서 재검을 받은 뒤 상담을 받으면 된단다.


나는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교실로 가서 깁스를 한 아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병원의 검진 결과 통보를 말해 줬다. 아들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며 뾰로통해 했다.


"엄마는 너의 건강을 위해 더는 편식에 대해 묵과하고 기다려 줄 수 만은 없어. 그러니 이제 천천히 바꾸어 가자. 너도 갑자기 바꾸려면 힘들테니 천천히 우리 식습관을 다시 개선하자. 그래야 너의 건강이 관리가 되고 나아질 거야. 지금은 네가 생활에 지장 없는데 뭐, 할지 몰라도 그게 쌓이면 나중에 네가 후회하게 돼."


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고 안아 주었다.


4살 초반까지는 주는 대로 먹던 아이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유식도 나물이 섞이건, 해초류가 섞이건, 주는 대로 먹던 아들이다. 식당에서 미역국에 밥 말아 줘도 먹고, 계란찜에 밥 비벼 줘도 먹었었다. 그런데 4살의 어느 순간부터 편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안 그러던 아이가 그러니 기다려 주면 다시 괜찮아지겠지 했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보다.


일단 깁스 때문에 다리가 불편한 상황이라 깁스를 푸는 대로 소아과에 가 재검을 하고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요즘 아들의 밥에 반찬으로 파프리카도 잘라서 놓아 주고, 백김치도 잘라서 놓아 주고, 계란말이도 놓아 주고, 오징어 실채 볶으로 놓아 주고 있다. 아들은 물을 마셔 가면서라도 집어 먹으려 노력하고 있고, 한꺼번에 갑자기는 아니지만 조금씩 먹고 있다.









나는 스트레스를 글쓰기와 요리로 푼다. 아니면 산책으로 풀며, 운동도 걷기 운동 빼고는 별로 취미가 없다. 걷는 제일 좋아한다.


아들의 편식을 고쳐 보려 야채를 자르기 놀이도 해 보고, 함께 만두도 만들어서 쪄 보고, 화전을 함께 만들어 보기도 했다. 이제는 나의 요리들을 아들과 함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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