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른 핸드폰과 지갑을 챙겼다. 재빨리 대문을 나서서 주차장에 있는 차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다. 집에서 10분이 채 안 걸리는 학교로 엑셀을 밟았다.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 전문 병원은 예약을 안 하고 가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간호사의 안내 대로 X-Ray부터 찍었다.
아들 키우다 보면 별일 다 있지, 발목 삐었다니까 부은 정도겠지 했다. 그러면서 2시간을 아들과 함께 하품을 하며 기다렸다.
"성장판 바로 옆으로 골절이 보이네요. 수술을 해야 할지 말지 MRI부터 찍어 보죠."
수술이라니, 난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싶었다. 아니 잘못 들은 걸로 알고 싶었다.
나의 표정은 급 걱정 되고 진지해졌다. 그냥 발목 삐었으니 반깁스 일주일 정도 하고 말겠거니 하고 확인하러 온 거였다. 그런데 수술을 해야 말지를 확인하기 위해 MRI를 찍자는 말이 들렸다.
아들은 처치실에서 붕대를 감고 발바닥에서 발목 뒤로 해 무릎 아래까지 판을 댔다. 그리고 또 마무리로 황토색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짚었다.
X-Ray 비용에, 목발 비용 3만원에, 뜻밖의 말을 들은 첫 진료비에 9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결제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오전에 MRI 예약을 하고 집에 왔다.
아들은 그 날로 집에서 침대에 누워 엄마인 나의 수발을 받기 시작했다.
의사의 말대로 깁스를 한 발을 힘주어 땅에 닫지 않게 하기 위해 집에서도 목발을 짚고 다녔다. 되도록 움직임이 없도록 해야 했다. 샤워도 처치실 선생님이 알려 주신 방수 커버를 주문해 놨다. 일단은 넓은 비닐로 깁스한 다리 위로 씌우고 랩으로 칭칭 감아 물이 묻지 않게 조심스레 내가 씻겼다.
바로 침대에 눕혀 의사가 알려준 대로 깁스한 다리 쪽을 배게를 겹쳐 올려 놓게 했다. 되도록 움직임이 없도록 하라고 하셔서 침대 위 아들 앞에 미니 상을 펼쳐놔 주고 밥도 날아다 줬다. 물, 간식 등도 날아다 줬다. 화장실 갈 때만 목발을 짚고 조심히 움직였다.
다음 날 오전, 병원에 가 MRI를 찍고 X-Ray를 또 찍고 진료를 봤다.
"수술까지는 안 해도 되겠네요. 여기 보시면 성장판 주변에 검은색으로 돼 있어야 하는데 흰색으로 가늘게 보이시죠? 피가 좀 차 있고요, 심하게 삐었는지 골절이 보여요. 성장판 주변이긴 한데 키 크는 데는 지장이 없고요. 3주 동안 아무는지 지켜봐야 하고, 4주는 깁스를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움직이지 않고 수업만 할 수 있다면 등교는 해도 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쉴지 생각해 보셔야 하고요."
다행이 수술은 안 해도 된단다. 20일만 있으면 방학식인데 방학식인데 4주 동안 나는 꼼짝 없이 아들을 밀착 케어하고 수발을 해야 한다.
MRI 비용에, X-Ray 비용에, 진료비까지 56만원이 넘는 돈을 결제 해야 했다.
진료 확인서를 빨리 제출하기 위해 학교에 들려 등교와 하교 문제를 담임 선생님과 의논하고 얘기를 나눴다.
"OO이 집중력도 좋고, 핵심도 잘 파악해 집어 내고, 그림을 잘 그리는데가 색감이 뛰어나서 눈에 띄어요. 학교에서는 친구들과도 다 잘 어울리고, 온순하고 규칙도 잘 지키고,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자기 방식으로 이렇게도 풀고 저렇게도 풀고, 답은 맞지만 제가 그렇게 하면 시간이 걸리니 일단 이렇게 하자고 해요. 아이디어도 많고, 핵심 딱 찔러서 얘기도 잘 해요. 가끔 의외로 빈 곳이 보이기는 하지만 정말 학교에서는 잘 해요. 충분히 잘 해 나갈 수 있는 기질이 있는 아이에요.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게임은 집에서 피하고 싶고 부딪히기 싫어 숨는 게 아닌가 싶어요. 빨리 지금 문제가 정리되고 안정 잡아 OO이의 그 잘 해 나갈 수 있는 기질을 어머님이 계속 바로 잡아주시면 충분히 금새 잘 따라 잘 할 아이에요."
담임 선생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넘 감사했다.
아기 때부터 항상 엄마랑 붙어 있고, 나와 모든 일을 거의 다 해결하고 마무리 해 온 아들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걸 아들과 둘이서만 해결해 가며 살아갈게 될 거다.
스토리 구상에 들어 갔다. 아이템이 있으니 이제 어떻게 써 내야 할지 스토리 구성에 들어 가야 하는 게 맞다. 당분간 면접은 보러 다니지 못하게 됐다.
모든 일은 한꺼번에 닥쳐 오나 보다. 힘든 일도, 좋은 일도, 신경 쓸 일도 말이다.
건강한 두 발로 걸어 나가든, 불편한 다리를 목발에 짚고 걸어 나가든, 살아 나가야 하고 걸어 나가야 하는게 일상이고 삶이다. 나는 이제 아들과 모든 걸 함께 짊어 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죽어라 글을 쓰든, 취업을 하든, 아님 생각지도 못 한 다른 길이 생기든, 이제 새롭게 나아가고 살아가야 한다.
나에겐 아들이 있고, 아들에겐 내가 있다. 우리는 이제 둘이서 어떻게든 헤쳐 가며 살아 남을 거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