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Again 4화

이제는 알아야겠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by OH 작가




수술실에서 나온 명기원은 건식을 관심 없다는 듯 스치듯 힐끔 쳐다보고 말았다. 건영이 수술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명기원이 나오는 걸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하율인 괜찮아. 수술도 잘됐고,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아서 다른 덴 이상 없어. 상처 자국도 안 남을 거 같고.”


건영은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리는지 두 다리가 휘청거렸다. 힘없이 주저 앉으려하는 건영을 명기원이 재빠르게 잡아 줬다.


“너도 좀 쉬어야 할 거 같다.”


건영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기원은 뒤따라 나와 조용히 서 있는 서이선 간호사를 쳐다보며 조용히 눈 짓을 했다. 서이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명기원을 건영을 건식이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앉혔다.


“조금만 기다려라. 하율이 올려보내면서 너도 올라가 좀 쉬어.”


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그래도 여기가 젤 안전할 거야. 그 병실은 나랑 서간호사만 들락날락할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건영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명기원은 아무래도 건식이 조금 신경은 쓰이는지, 건식을 고개짓으로 가리켰다.


“같이 계실 건가?”


건영은 건식을 힐끔 쳐다봤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표정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잖아요”


명기원은 건영의 어깨에 손을 부드럽게 올려 토닥여줬다.


“그래, 건우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울더라, 그 자식. 지켜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건우 아직 약해요.”


명기원은 그렇게 말하는 건영을 걱정스러운 듯 내려다봤다.


“네가 너무 강한 척하는 건 아니고?”


건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건식은 옆에서 다 들으면서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 앞뒤 전후 사정을 알아야 뭔가 묻기라도 할 텐데 뭐부터 물어야 할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몇 년 만에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난 것도 어색한데, 평범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준비됐습니다.”


서이선 간호사가 다시 수술실에서 나왔다. 서이선 간호사는 하율이가 누워 있는 침대를 두 손으로 자고 있었다. 건영은 침대로 다가가 하율이부터 살폈다. 한 손으로 하율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려다 멈칫했다.

하율을 내려다보는 건영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미안해.”


건영의 눈물이 하율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건식도 하율이에게로 다가갔다. 멀리서 숨어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얼굴을 쳐다보는 건 몇 년 만이다.

마취 때문에 아직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거 같다. 건식은 하율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보고 싶었다.”


그 순간 하율을 내려다보는 건식의 표정에는 그리움과 애정이 어려 있다. 그런 건식의 표정을 건영과 명기원은 말없이 쳐다봤다.





뭔가 있다. 분명 뭔가 있다.

건식은 순순히 말해줄 리 없는 건영의 눈치만 계속 살폈다.

하율을 누워 있는 침대를 서이선 간호사 혼자, 그것도 일반 병원 엘리베이터도 아닌 VIP용 엘리베이터로 조용히 옮겼다.

서이선 간호사와 건영을 따라 들어간 곳은 구석에 조용히 위치한 VVIP 병실이었다.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된 곳이다. 병문안조차도 신분을 밝히고, 허락 하에만 들어서는 곳이다.

하루 입원비만 해도 어마할 거다. 그런 곳에 하율이를 데리고 건영이 아무 말 없이 들어섰다. 서이선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 건영이 쉴 수 있는 모든 조치가 돼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며 나갔다.

건영은 서이선 간호사가 나가자마자 하율을 살피고 가족용 보조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많이 피곤했던 듯하다. 지쳐 있는 얼굴이 잠든 건영의 얼굴에서 감추어지지 않는다.

건식은 소파에 앉아 침대에 누워 있는 하율과 그 옆 보조 침대에 잠들어 있는 건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건식도 피곤했지만 잠이 올 거 같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하루 동안 자신이 겪은 이 수수께끼 같은 일에 대한 답을 언제 들을 수 있을지, 누구에게 들을 수나 있을지, 아니면 스스로 알아낼 수 있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물론 기록은 안 남을 겁니다. 이미 눈치채신 거 같고, 궁금한 게 많으시겠지만, 나중에 따님에게 들으시죠.”

아니다. 건영에게 듣긴 들어야 한다. 분명히 닥터 블랙이란 사람이 건식에게 그랬다. 따님에게 들어라고.

닥터 블랙의 말대로 건식은 소소한 몇 가지는 눈치를 챘다.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미리 준비된 거라면 분명 기록에 남지 않을 거다. 어떤 연관으로 묶여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영이 움직이는 동선에 있는 사람들 뒤에 누군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서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 누군가는 분명 재벌급으로 돈이 많거나 권력이 쥔 사람이다. 권력까진 아니어도 어찌 됐든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건영이가 어떻게 그런 사람들과 엮여 있을까?

건식이 생각에 빠져 있는데, VVIP 병실 문이 열렸다. 건식은 문 쪽을 바라봤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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