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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Again 2화

너 뭔데? 하율이 왜 이러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by O Ri 작가


건식을 차들 틈으로 경주하듯 거칠게 차를 몰아간다.

“비켜, 다들 비켜.”


건식은 두 눈을 부릅뜬다. 사생결단이라도 낼 사람처럼 운전대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도로 위의 차들 틈으로 차선을 바꿔 가며 한 대라도 더 앞지르려 한다.

저만치 신호등 불빛이 주황색으로 바뀐다. 건식은 엑셀을 밟으려 한다. 순간 건식의 두 눈에 건널목 끝쪽에 유모차를 붙잡고 서 있는 젊은 엄마와 책가방을 메고 서 있는 어린 학생이 보인다.

건식은 “에이 씨.”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브레이크를 밟는다. 건식의 차는 급정거를 하듯 정지선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급정거하듯 정지선 앞에 멈춰 선 건식의 차를 힐끔 쳐다보더니 건널목을 건너는,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와 책가방을 멘 어린 학생이 길을 건너를 쳐다본다.

건식의 핸드폰 벨이 울려댄다. 건식이 발신자를 무심한 듯 확인하는데 발신자 표시 제한자다. 건식은 통화 거절 버튼을 눌러 버린다.

곧이어 다시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 온다. 건식은 다시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른다. 또다시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가 걸려 온다. 건식을 핸드폰 모니터에 뜬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는 글씨를 그제야 유심히 쳐다본다.

건식은 통화 버튼을 누른다.


“도와줘요. 하율이랑 누나가 위험해요.”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절박했다. 울부짖는 듯했다. 그 울부짖음이 인내심의 한계를 더는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로 화가 폭발하는 듯했다.


“당장 도와 달라고. 당신 딸이랑 손녀가, 씨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건식은 순간 멍한 표정이 됐다. 알 것 같은 목소리다. 저 목소리, 건식을 향해 소리쳤던 저 목소리, 2년 넘게 자신을 외면했던 그 목소리다.


“너, 너 건우냐? 자식, 너 건우 맞지?”


건우의 목소리는 어느새 울부짖음에서 화가 터지다 못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칠게 욱하고 있다.


“그래. 맞아. 당신이 아들이라고 말하던 그 건우 맞다고. 그러니까 빨리 오라고. 누나가, 하율이가, 제발 좀. 입 닥치고 제발 좀 그냥 오라고.”


건식은 불길함을 느꼈다. 순간 왠지 모를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어딘대 이 새꺄? 2년 만에 전화해서 다짜고짜 오라고만 하면 내가 어디로 가? 주소 찍어. 건영이랑 하율이가 왜? 주소 찍으라고 이 새꺄.”


전화가 끊겼다. 건식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부실 듯이 내리치며 “씨발. 뭔데?”라고 소리를 지르며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금새 문자 메시지가 전송 됐다는 알림 소리가 들렸더.

건식을 빠르게 발신 제한 표시자로 온 문자 메시지를 열었다. 주소가 찍혀 있다.

건식은 앞을 봤다. 신호등이 주황색으로 바뀌어 있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와 책가방을 멘 어린 학생은 길을 다 건너고 안전하게 도보 위로 올라서 있다.

건식은 엑셀을 밟았다. 거세게 꾹 밟았다.


“당장 도와 달라고. 당신 딸이랑 손녀가, 씨발,”


건우의 목소리가 건식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건식의 얼굴이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으로 굳어 있다.




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1층짜리 주택 앞에 건식의 차가 급정거하며 정차한다. 운전석에서 급히 내린 건식은 잠겨 있는 현관문을 확인한다.

건식은 주변을 살피고 다행히 높지 않은 담 높이를 눈대중으로 살핀다. 건식은 자신의 차 본넷 위로 뛰어올라 담을 장애물 넘기 하듯 넘어 마당으로 들어간다.

주택의 모든 창에 커튼이 쳐져 있다. 작은 마당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도 아무것도 없다. 주택 천장 구석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건식은 찬찬히 살피며 주택 건물 입구로 걸어 올라간다. 문이 조금 열려 있다. 건식은 소리 안 나게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이 어둡다. 불을 하나도 켜 놓지 않은 거 같다.

건식은 들어올 때 주택 창에 전부 커튼이 쳐져 있던 걸 생각한다. 방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신음 소리가 작게 들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몸싸움할 때 서로의 몸을 부딪히고 밀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건식은 조용하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소리가 나는 방 쪽으로 간다. 방문이 활짝 열려 있다.

건식은 순간 멈춰 선다. 방바닥에 원피스를 입은 하율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가운데 침대를 두고, 침대 위와 바닥을 오가며 몸싸움 중인 건영과 한 남자가 보인다. 건영이 숨소리가 많이 거칠다. 지쳐가고 있는 거 같다.

검은 모자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가죽 장감에 검은 재킷을 입은 남자가 건영이 주먹을 휘두르자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낸다. 건식은 남자가 주머니에서 손 빠르게 꺼내는 작은 칼을 놓치지 않는다. 그 남자는 빠르개 건영의 허리 쪽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건식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침대 위로 몸을 날린다. 간만의 차로 겨우 건영의 앞을 가로막고 허리 쪽 우측 옆으로 대신 칼을 맞는다. 그리고 한 쪽 발로 거칠고 거세게 그 남의 얼굴을 향해 돌려 치기를 날린다.

그 남자는 건식의 돌려치기에 방바닥으로 나가떨어진다. 건영은 건식을 본다.


“여긴 어떻게?”


건영은 순간 방 천장 구석에 설치된 CCTV를 쳐다본다.


“건우 너,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무것도.”


건식은 재빠르게 방바닥으로 나뒹군 남자의 몸 위로 몸을 굴려 떨어진다. 남자가 손에 쥔 작은 칼을 빼앗으려 잠시 몸싸움을 한다. 겨우 빼앗은 작은 칼을 들고 그 남자의 다리 쪽을 거침없이 그어 버린다. 남자는 신음 소리를 내고 건식을 노려보더니 아픈 다리를 참고 현관으로 뛰어 나간다.

건식이 따라가려 하자 건영이 건식의 팔을 붙잡는다.


“됐어요. 그만 하세요. 그만.”


건영은 하율이에게 다가간다. 손으로 하율이의 코에 갖다 댄다. 숨을 쉬고 있다.

건식도 하율이에게 다가간다. 건식은 아무 말 없이 얼른 하율이를 등에 업는다. 건영은 방을 나가려는 건식의 팔을 붙잡는다.


“잠시만요. 아무 병원이나 가면 안 되요. 절대.”


건식은 화가 난 두 눈으로 건영을 돌아본다.


“너 대체 뭐냐?”


방 안을 빠르게 훑어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건영을 노려본다. 하율이를 업은 두 팔에 힘을 준다.


“너 대체 뭐냐고? 어린 네 애가 이렇게 되도록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건식의 언성이 높아진다. 건영은 온몸이 아프고 쑤셔서 얼굴을 찡그린다. 지친 듯 숨소리가 거칠지만 애써 괜찮은 척 서서 단호하게 말한다.


“하율이 내 딸이에요. 2년 만에 나타나서 되게 괜찮은 할아버지인 척 난리 떨지 마세요. 하율이부터 살리고 설명할 테니까 지금은 조용히 그냥 저 따라 오세요.”


건영은 나무라는 표정으로 CCTV를 쳐다보고는 앞서서 방을 나간다. 건식은 욱하는 감정을 애써 꾹 눌러 참으로 하율을 업고 건영을 따라 나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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