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술을 훔치다

시집 모른다 아직은

by OH 작가

20년 전에 시인협회 회장님이셨던 이교수님께 검수 받은 작품입니다. 저작권 법을 존중해 주세요!



시) 술을 훔치다



당신 입술 한 번 훔치기 위해

홍대 정문 앞 카페 골목 지나서

함께 걸어 들어간

이십 사시 로손 편의점 맞은 편의

포장마차

뜨거운 김이 얼굴 위로

우동 국물의 온도를 알려주고

식은땀이 나의 입술에 맺히면

씹히지도 않게 미끄러지듯

목안으로 넘겨지는 우동 가락

당신 얼굴 쪽으로 고개 숙인

나의 눈썹을 목도리처럼 감싸는

당신 입김

제 정신으로 떨리는 혀를 달래기 위해

오뎅 국물에 넣을 파 써는지

정신 없는 주인 아줌마 몰래

누군가 남겨 놓고 간

비어 있는 옆자리 소주잔 속의

술 훔쳐 마시고

당신 입술도 훔치기 위해

어두운 골목길 찾아

다시 홍대 거리로 나온 밤 11시

그러나 그 날 따라

집에 갈 길 서두르며

사람들 발길 끝없이 이어지는

큰 대로로만 걷는 당신 때문에

내가 훔친 것은

한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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