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기업은 정말 살아있는 유기체(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뭔 소리냐?.. 구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유리로 덮여있는 높은 빌딩, 컴퓨터가 바둑판처럼 놓여있는 사무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등을 떠올릴 겁니다. 당연히 합니다. 저희가 보는 '기업'의 모습이 그러하니까요. 하지만 이는 기업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부터 기업은 왜 살아있는 유기체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유기체란 무엇인가?'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유기체(Organism)는 '생물처럼 물질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생활 기능을 가지게 된 된 조직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생물이죠. 생물은 생명이 있는 존재를 뜻합니다요. '생명이 무엇인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근본적인 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공통된 성질을 통해 생물의 특성을 정의할 수는 있습니다. 무생물과 구별되는 생물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물의 특성>
1. 세포
2. 물질대사
3. 자극에 반응
4. 항상성
5. 생식과 유전
6. 발생과 성장
7. 적응과 진화
어디선가 들어보신 적 있지 않나요? 고등학교 시절 생물수업에서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기업을 생명체라고 정의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위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포(Cell)는 모든 생물체의 최소단위이자 구조적, 기능적 기본단위이죠. 그렇다면 기업체의 세포는 무엇일까요? 바로 '직원'입니다. 기업을 세부적으로 나누어보면 [기업] → [사업부] → [실]→ [부] → [팀] → [직원] 순으로 나누어집니다. 직원은 최소단위로 더 이상 분해할 수 없죠. 그렇다면 직원은 기업체의 최소단위이자 구조적, 기능적 기본단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은 사람이라는 세포로 구성된 '세포공동체'입니다. 사람은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고, 기업도 유기물로 구성된 사람의 집합체이니, 기업이 유기체라는 것은 단순한 비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질대사(Metabolism)는 "생물체가 몸 밖으로부터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하고, 합성하여 생체 성분이나 생명 활동에 쓰는 물질이나 에너지를 생성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입니다. 기업도 원재료를 섭취하여 분해 또는 합성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또 그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내보내는 작용도 하죠. 철강 기업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강 기업의 제철소에서는 철광석과 코크스라는 원료를 섭취하고 정련, 가공하여 '철강(Steel)'이라는 가치를 생산해 냅니다. 철강을 생산해 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슬래그, 부생가스, 폐내화물 등)을 배설합니다. 이처럼 기업은 물질대사를 합니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환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체는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반응을 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여러분의 혈관은 수축하고 털은 곤두서게 됩니다. 체온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반응하는 것이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의 변화,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다양한 자극(Stimulation)을 감지하게 되고 이에 맞추어 반응(Reaction)합니다. 반도체 시장의 악화로 매출, 이익 하락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고 성과급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합니다. 자극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것은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왜 기업들이 시장의 흐름과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극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생명체의 몸은 외부의 환경에 변화에도 불구하고 몸 안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합니다. 생명체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상태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몸이 온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36.5도, 공복혈당이 70~100 mg/dl 사이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과 같이 말이죠. 기업도 마찬가지로 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치가 항상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일정 수준의 재고를 유지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유 자산과 부채비율을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업은 자신의 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성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번식의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도 태어나고 성장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 합니다. 사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 지역에 지사설치, 자회서 설립, 해외에 진출하는 등으로 번식을 진행합니다. 암수가 필요한 유성생식을 통한 번식은 두 기업의 합작 법인설립, 암수가 필요 없이 스스로가 증식하는 무성생식은 식/음료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 않나요?
생명체는 태어나고 성장합니다. 기업도 '법인설립', '사업자등록'을 통해서 세상에 태어나죠. 갓 태어난 기업은 활발히 움직이고 성장합니다. 물론 성장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기업이 올바르게 자라나는 일반적인 경우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2명이서 시작한 사업을 잘 운영한다면 몇 년 뒤에는 거대한 빌딩에 500명이 근무하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은 그 DNA에 '성장'의 특성이 새겨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응과 진화입니다. 생명체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테니까요. 생명체의 무대는 지구입니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생성되었고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그보다 8억 년 후인 38억 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38억 년 동안 지구의 환경은 화산분출, 지각변동, 빙하기, 운석충돌 등 다양한 환경변화를 겪었습니다. 어떤 종들은 멸종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여 살아남았죠. 놀라운 일입니다. 기업의 무대는 시장입니다. 지구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 환경에도 비바람이 불고 빙하기가 옵니다. 정부의 정책, 고객의 욕구 변화, 기술의 발전 등 시시때때로 환경이 변하죠. 기업은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합니다. 고객의 욕구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고 해외에 진출 시 그 나라의 고객의 니즈와 기호에 맞게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 보아왔습니다.
이 같은 특성들을 종합해 보면 기업을 생명체가 아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지 않나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은 이와 같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길은 내가 속한 조직을 바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기업은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