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돈하는 의식
하루의 끝자락에서, 쉼 없이 달려온 몸으로 거울 앞에 선다. 양 볼을 스쳐 간 바람과 이마 위 잠시 쉬어가던 햇살, 주고받은 사람들의 언어와 감정의 먼지들이 얇은 막처럼 피부에 내려앉아 있음을 알아차린다.
옷을 벗어내리듯 그것들을 한 겹 씩 벗겨내는 정순한 의식. 나를 본래의 결로 되돌리는 이 시간을 온전히 느껴본다.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적신다. 모공이 열리고 쌓아놓은 감정들이 발끝을 타고 흘러내린다. 클렌저를 덜어 거품을 내본다. 폭신한 거품이 바람처럼 얼굴에 닿아 한번의 매만짐에 노폐물이 씻겨가고 두번의 문지름에 마음이 비워진다.
잘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다. 떼어지는 물방울의 무게는 비단 물리적인 것 뿐 아닌 하루동안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감일 것이다.
촉촉함이 남아있는 얼굴에 토너를 두드린다. 낮 동안 귀에 남아있던 소음들이 다독임과 함께 눈처럼 녹아 없어진다. 에센스와 아이크림을 바르며 내 자신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을 다시 한 번 인지해본다. 크림을 펴 바른다. 얼굴에 닿은 손끝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평온함이 파동처럼 퍼져나간다.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정순한 행위. 피부와 호흡을 맞춰감과 동시에 자신을 마주하는 온전한 시간.
이것은 단순한 스킨케어가 아닌 나를 정돈하는 의식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례다. 낮 동안 세상 속에서 부유하던 나를 다시 내 안으로 오롯이 돌아오게 하는 길잡이다. 몸을 씻어내고 마음을 비워내는 씻김의 행위다.
거울 속의 내가 맑고 고요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영원할 것만 같은 평온한 마음과 고요한 적막. 그렇게 깊어지는 밤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