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23.향은 감정의 얼굴을 닮는다

그날의 향수를 고르는 법

by 오하다 OHADA

서랍을 열자 나란히 정렬해 있는 향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병마다 다른 향, 다른 모양, 다른 색. 각양각색의 오브제들.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오늘의 무드에 가장 어울리는 하나를 집어든다.

자주 고르던 향인데, 오늘따라 더 밝아 보인다.

그럼으로써 오늘 나의 기분이 어제와는 또 다름을 알아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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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의 손은 그날의 감정에 따라 향수병에 이끌린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에 연결된 듯, 기분이 좋으면 이 향이 끌리고

다소 어두운 날엔 저 향으로 나를 안내한다.

어떤 날은 평소와 다르게 낯선 향이 갑자기 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익숙했던 향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도 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데이트 날이다.

봄의 감각을 한껏 느껴보며 분홍색 투명한 병을 집어들어본다.

레몬과 자몽이 가볍게 튀어오르고, 레몬그라스가 그 여운을 잇는 오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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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종종 기분을 끌어올린다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내 기분이 향을 불러오는 순간을 더 자주 마주한다.

오늘 나는 이 향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이 향이 내 기분을 받아준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향이 아니라

물리적 상태로 구현된 내 감정이 휘발되어 공중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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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내가 고른 향수를 통해

내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채고 있는지도 모른다.


향은 나의 감정을 닮은 거울이다.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얼굴을 표현하는 가장 조용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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