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9. 운해(雲海)

나홀로 구례 여행

by 오하다 OHADA

전라남도 구례로의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지리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이상하리만치 감나무가 풍성하게 드리워져 있는 곳. 황금빛 벼가 펼쳐진 논밭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고, 섬진강은 잔잔하게 흐르며 대지를 쓰다듬는다. 구례의 고요함은 도시의 번잡함을 잊게 할 만큼 깊고, 그곳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 마치 나에게도 천천히 머물러 보라 속삭이는 듯했다.


2.png < 구례에서 바라본 전경>


3.png < 구례 옆 하동 마을의 화개장터 >


4.png < 구례 쌍산재의 대나무숲길 >


1일차를 충분히 만끽하고 숙소에서 맞는 구례의 아침.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는 되지 않는 걸까. 아침 일찍 사성암이라는 사찰을 가려 했기에 새벽 5시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숙소 문을 나섰다. 하지만 문밖에서 마주친 건 상상도 못했던 짙은 안개. 모든 것을 삼켜버린 거대한 수증기에 잠시 예정된 일정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갈까 망설였다. 그러나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안개 속이라도 한번 올라보자”는 생각에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6.png < 구례에서 맞이한 안개 낀 아침 >


차를 타고 20여 분쯤 달려 도착한 사성암의 초입부는 높은 언덕길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사성암이 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구나.’ 안개 자욱한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운전하면서 나는 도착할 때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어느새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시야가 탁 트였다는 사실을.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운해(雲海)> 안개가 낮은 고도에 가득 차 바다처럼 잔잔히 깔려 있는 장관이었다. 내가 지나온 안개는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사방을 감싸고, 사성암은 그 운해 위의 섬처럼 우뚝 서 있었다. 계획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던 짙은 안개가 오히려 감동의 순간으로 이끌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7.png < 구례 사성암에서 바라본 운해 >


운해 위의 사성암을 천천히 둘러보며 점차 경이로움에 젖어들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공간에서의 그 순간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사성암을 내려오는 귀가길.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다 꿈처럼 흩어지는 운해를 마지막으로 감상하며 돌아오는 길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여행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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