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구례 여행
전라남도 구례로의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지리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이상하리만치 감나무가 풍성하게 드리워져 있는 곳. 황금빛 벼가 펼쳐진 논밭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고, 섬진강은 잔잔하게 흐르며 대지를 쓰다듬는다. 구례의 고요함은 도시의 번잡함을 잊게 할 만큼 깊고, 그곳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 마치 나에게도 천천히 머물러 보라 속삭이는 듯했다.
1일차를 충분히 만끽하고 숙소에서 맞는 구례의 아침.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는 되지 않는 걸까. 아침 일찍 사성암이라는 사찰을 가려 했기에 새벽 5시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숙소 문을 나섰다. 하지만 문밖에서 마주친 건 상상도 못했던 짙은 안개. 모든 것을 삼켜버린 거대한 수증기에 잠시 예정된 일정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갈까 망설였다. 그러나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안개 속이라도 한번 올라보자”는 생각에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차를 타고 20여 분쯤 달려 도착한 사성암의 초입부는 높은 언덕길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사성암이 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구나.’ 안개 자욱한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운전하면서 나는 도착할 때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어느새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시야가 탁 트였다는 사실을.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운해(雲海)> 안개가 낮은 고도에 가득 차 바다처럼 잔잔히 깔려 있는 장관이었다. 내가 지나온 안개는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사방을 감싸고, 사성암은 그 운해 위의 섬처럼 우뚝 서 있었다. 계획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했던 짙은 안개가 오히려 감동의 순간으로 이끌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운해 위의 사성암을 천천히 둘러보며 점차 경이로움에 젖어들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공간에서의 그 순간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사성암을 내려오는 귀가길.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다 꿈처럼 흩어지는 운해를 마지막으로 감상하며 돌아오는 길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여행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