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채식을 하는가?
퇴근 후, 나는 늘 내일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점심시간에 평범한 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식이라고 하면 흔히 샐러드를 떠올리지만, 사실 나는 샐러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맛이 없으니까.
그래서 보통은 출근 전날, 나만의 도시락을 싸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편이다.
최근 배우 진서연 님의 채소찜 자연식물식 레시피가 유행한다기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따라 해본다. 새송이버섯, 청경채, 배추, 당근, 깻잎, 애호박을 썰어 찜기에 15분간 쪄내고 양념은 알룰로오스 반 스푼, 간장 한 스푼, 들기름 두 스푼, 다진 마늘 한 스푼으로 간단히 준비한다. 하지만 나는 마늘을 좋아하니까 두 스푼 듬뿍! 여기에 내가 애정하는 통후추 한 꼬집도 잊지 않는다.
동시에 180도로 15분 맞춰진 에어프라이어에서는 고구마가 고소한 향을 내며 구워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충만한 휴식이자 소소한 행복이다.
내가 채식을 시작한 이유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몸무게가 많이 늘어나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몸이 가벼워지고 피부가 맑아지는 걸 느꼈다. 깊은 숙면을 취했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샐러드에 싫증이 나면서 맛있는 채식 요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건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자료를 접하며 더 깊이 빠져들었다. ‘카우스피라시(Cowspiracy)’, ‘씨스피라시(Seaspiracy)’, ‘왓 더 헬스(What the Health)’ 같은 입문용 다큐멘터리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축산업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진실, 수산업이 바다를 파괴하는 과정, 낭비되는 음식과 인류의 질병들…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인 현실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동시에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채식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해산물은 허용하는 페스코, 달걀만 먹는 오보, 우유와 달걀을 포함한 락토-오보 등. 처음에는 왜 굳이 이렇게 나누는지 의아했지만, 채식을 시작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채식은 단순히 마음먹는다고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없는 유혹을 이겨내며 한 단계씩 나아가는 과정이고 일종의 수련이며 도전이다. 나 또한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회사 동료들과 간 중국집에서 새우와 굴소스가 들어간 새송이버섯 덮밥을 먹은 적이 있고, 현재 우유와 달걀까지 허용하고 있다.
해산물은 종종 생각나지만 다행인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에 대한 욕망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잔인하게 도축되는 가축들, 비위생적인 축사 환경, 고기 1인분을 얻기 위해 쓰이는 막대한 곡물, 고기를 위해 파괴되는 자연…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 안에 있던 육고기에 대한 식욕은 완전히 잠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채식을 하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실망한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앞에 놓여있는 일회용 종이컵에서 나의 위선을 느끼고, 일상에서 드러나는 편협한 시선과 부족한 지식에 스스로 늘 한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렇다. 채식은 그냥 기분이 좋다. 그게 내가 채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의 몸이 요즘 찌뿌둥하거나 이유없이 마음이 울적하다면 채식을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장담하건데 채식이 주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놀라울 것이다.